정부, 산업용 전기요금 '지역별 차등'…비수도권 최대 10% 인하
정부가 산업용 전기요금을 지역별로 차등 적용하는 방안을 연내 도입한다.
산업용 소매요금 차등화와 함께 도매 전력시장에도 지역별 가격제가 도입된다.
현재 단일가격으로 운영되는 도매시장을 수도권과 비수도권으로 나눠 지역별 전력 수급 상황에 따라 서로 다른 거래가격을 적용하는 방안이다.
송전비용·전력자급률·균형성장 반영…2.8조원 할인 효과
지역별 도매가격제와 연계해 연내 도입 목표
정부가 산업용 전기요금을 지역별로 차등 적용하는 방안을 연내 도입한다. 수도권 산업용 요금은 현 수준을 유지하면서 전력이 상대적으로 풍부한 비수도권은 최대 10%가량 낮추는 방식이다. 전력계통과 지역 균형발전 여건을 함께 고려해 전국을 총 11개 지역으로 세분화하고, 송전비용과 전력자급률 등에 따라 할인 폭을 달리한다. 지역별 요금 차이를 통해 수도권에 집중된 전력 수요와 기업 투자를 비수도권으로 분산하겠다는 구상이다.
기후에너지환경부와 한국전력공사는 26일 서울 영등포구 한전 남서울본부에서 공청회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의 '산업용 지역 전기요금제' 설계안을 공개했다. 2024년 6월 '분산에너지 활성화 특별법'이 시행된 지 2년 2개월 만에 구체적인 설계안이 나온 것이다. 정부와 한전은 공청회 의견을 반영해 세부 권역과 요금 수준을 확정하고 고시·전기요금약관 개정 등을 거쳐 연내 시행한다는 목표다.
핵심은 현재 전국에 동일하게 적용되는 전기요금에 '지역별 조정요금'을 새로 만드는 것이다. 기본요금과 전력량요금, 기후환경요금, 연료비조정요금은 기존처럼 적용하고 여기에 지역별 조정요금을 더해 최종 전기요금을 산정한다. 대상은 산업용전력 갑·을 모두다. 산업용전력은 지난해 기준 한전 판매량의 51%를 차지한다.
정부는 요금을 올리는 방식이 아니라 비수도권 요금을 깎는 방식으로 지역 간 차등을 두기로 했다. 지난해 산업용 전력 평균 판매단가인 kWh당 181.9원을 기준으로 가장 할인 폭이 큰 지역은 약 18원, 평균 요금의 10%가량이 낮아진다.
지역은 전력계통에 따른 '4개 광역권'과 균형발전 수준에 따른 '4개 권역'을 중첩해 총 11개로 나눈다. 전력계통 기준으로는 수도권 남부, 수도권 북부, 중부권, 남부권이다. 수도권 남부는 서울·경기 남부, 수도권 북부는 서울·경기 북부와 인천, 중부권은 강원·충청, 남부권은 경상·전라 지역이다. 제주는 도서지역이라는 점과 별도의 전력수급 특수성을 고려해 적용 대상에서 제외한다.
여기에 지방우대지수와 산업위기지역 등 균형발전 요소를 반영해 같은 광역권 안에서도 다시 요금을 달리한다. 정부는 충북 전체를 전력계통상 중부권으로 묶되, 지방우대지수 등을 고려해 충북 내 행정구역별로 다시 권역을 구분하는 방식을 제시했다. 최종적인 11개 지역의 경계는 의견수렴 등을 거쳐 확정된다.
요금 할인 폭을 결정하는 기준은 크게 송전비용, 전력자급률, 균형성장 등 세 가지다. 우선 송전망 건설·운영 비용을 광역권별 송전망 이용 비중에 따라 나눠 반영한다. 전력자급률이 높은 지역에는 더 낮은 요금을 적용해 발전량이 많은 지역으로 전력수요가 이동하도록 유도한다. 여기에 인구·재정·산업 등 지역 특성을 반영한 균형성장 할인까지 더한다. 배전비용은 산정에서 제외했다. 산업용 고객 상당수가 배전망을 이용하지 않고, 배전비용을 반영할 경우 소비 밀도가 낮은 농어촌 지역이 오히려 불리해질 수 있다는 이유다.
이를 적용하면 수도권과 비수도권 사이에 요금 격차가 뚜렷해진다. 전력수요가 집중된 수도권 남부는 현재와 동일하거나 kWh당 1원 안팎의 소폭 조정에 그친다. 인천 등이 포함된 수도권 북부는 최대 약 10원, 강원·충청 지역인 중부권은 최대 약 15원까지 낮아진다. 원전과 재생에너지 발전설비가 상대적으로 많이 위치한 경상·전라 등 남부권은 최대 약 18원까지 할인된다.
정부가 지역별 요금제를 추진하는 배경에는 수도권의 전력수요 집중과 비수도권의 발전설비 집중에 따른 수급 불균형이 있다. 현재 수도권에서 사용하는 전력의 약 40%를 비수도권에서 끌어오고 있다. 이에 따라 장거리 송전망 건설·운영 비용이 늘고 있지만 주민 수용성 문제로 신규 송전선로 확충에도 한계가 있다는 판단이다. 전국 단일 요금제로는 기업이 전력이 풍부한 지역으로 이전할 경제적 유인이 부족한 만큼 요금 자체에 지역별 가격 신호를 주겠다는 것이다.
지역별 차등요금 도입에 따른 산업용 전기요금 할인 규모는 연간 약 2조8000억원으로 추산된다. 다만 최종 권역 구분 등에 따라 실제 규모는 달라질 수 있다. 재원은 전력시장 지역별 도매가격제 도입에 따른 한전의 전력구입비 절감과 지역별 송전비용 세분화, 한전 자체 부담 등을 활용하고 일부 정부 재정지원도 병행할 계획이다.
산업용 소매요금 차등화와 함께 도매 전력시장에도 지역별 가격제가 도입된다. 현재 단일가격으로 운영되는 도매시장을 수도권과 비수도권으로 나눠 지역별 전력 수급 상황에 따라 서로 다른 거래가격을 적용하는 방안이다. 발전 단계부터 지역별 가격 신호를 주고, 소비 단계에서는 산업용 차등요금을 적용해 발전과 수요를 함께 분산하겠다는 구상이다.
해외에서도 지역별 전력시장 가격과 망 이용비용을 전기요금에 반영하는 사례가 있다. 미국·일본·스웨덴은 지역별 도매가격과 망요금을 소매요금에 반영하고 있으며 영국도 지역별 송·배전 비용 차이를 적용한다. 특히 스웨덴은 북부에 발전설비, 남부에 소비가 집중되면서 송전 혼잡이 심화하자 2011년부터 전력시장을 4개 지역으로 구분했다. 한전은 이후 전기요금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북부 지역 철강기업의 경쟁력 향상과 전기로 전환 등에 기여한 것으로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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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환 기후부 장관은 "산업용 지역 전기요금제 도입은 한전과 산업계가 상생하기 위한 전기요금 체계 개편의 핵심"이라며 "전력 다소비 산업의 비수도권 투자를 유인해 국가 전체적인 송전망 건설 부담을 근본적으로 덜고 국가 균형발전과 우리 산업의 장기 경쟁력을 한층 더 높이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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