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펀드 기대 최고조 때 펀드 결성 완료
"우량기업 발굴해 몸값 오르기 전에 사야"
펀드 청산 9개 평균 1.8배 벌어
"투자결정땐 모든 심사역이 참여"

편집자주벤처투자 시장에 사상 최대 규모의 자금이 풀리고 있다. 정부의 대형 정책펀드가 본격 가동되면서 대형 벤처캐피털(VC)의 몸집도 빠르게 불어나는 중이다. 그러나 돈이 늘어난 것과 잘 굴리는 것은 다른 문제다. 본지는 VC 시장의 흐름과 국내 주요 VC를 11회에 걸쳐 심층 분석한다. 운용자산(AUM) 상위 하우스를 선정하되 PE 비중이 높은 곳은 제외했다. 시장 전체를 조망한 뒤 각 사의 성장 궤적과 대표 포트폴리오, 투자 철학과 의사결정 구조, 핵심 인물과 조직 문화를 들여다본다.
남들보다 한발 앞서 투자…DSC인베의 ‘홈런’ 스윙[대형VC 대해부]⑧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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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SC인베스트먼트는 시장에 곧 풀릴 돈을 기다리는 대신 한발 앞서 곳간을 채웠다.


국민성장펀드 청사진이 나오고 창업·벤처 예산이 23% 늘어나며 '정책 펀드' 기대감이 최고조에 이르렀던 지난해 9월, 자체 최대 규모 펀드 결성에 들어갔다. 디에스씨홈런펀드제2호, 약정총액 3470억원이었다. 정부가 국민성장펀드 1차 출자사업 접수를 마감한 올해 4월 말보다 일곱 달 앞섰다.

DSC인베스트먼트 관계자는 "정책자금이 확대되면 투자 경쟁이 심화하고 밸류에이션 상승과 우량 딜 확보 난이도 증가로 이어질 것으로 판단했다"며 "경쟁이 본격화되기 이전에 집중적으로 펀드를 결성·집행한 것"이라고 말했다. "좋은 빈티지는 결국 언제, 어떤 환경에서 투자했는가로 결정된다"는 것이다.


'홈런'까지 걸리는 시간이 길어졌다…이른 회수 전략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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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SC인베스트먼트는 펀딩 경쟁이 본격화되기 이전 시점에 집중적으로 펀드를 결성·집행함으로써, 상대적으로 유리한 가격과 조건으로 우량 기업에 투자할 수 있다고 봤다.

홈런2호의 출자자는 국민연금공단과 과학기술인공제회, 지방행정공제회, 교직원공제회, 중소기업중앙회, IBK기업은행으로 짜였다. 이달 기준 약정총액의 40%가량을 이미 집행했다.


3470억원은 신주 60%, 세컨더리 30%, 기타 10%로 나뉜다. Pre-IPO·상장기업·세컨더리 투자 비중은 이달 기준 35% 수준이다. 눈에 띄는 대목은 세컨더리 비중이다. DSC인베스트먼트를 비롯한 대다수 VC는 신주 중심의 초기투자에 무게를 둔다.


DSC인베스트먼트 관계자는 "상장과 회수 난이도가 높아지면서 멀티플 5배 이상의 홈런 투자까지 걸리는 시간이 길어졌다"며 "결성 1~4년 차에 세컨더리로 조기에 원금을 회수하고, 여기서 번 시간으로 4~7년 차에 딥테크와 해외 소재 한국인 창업기업에 홈런 투자를 한다는 전략"이라고 했다. 최근 3년 사이 신주 중심 초기투자에서 신주와 세컨더리를 함께 담는 쪽으로 투자 기준을 바꾼 것도 같은 이유다. 최근 3개년 장외 매각 비중은 40%에 달한다.


화장품 기업 달바글로벌이 이 트랙에 해당한다. 2024년 구주를 사들이는 방식으로 130억원을 투자했고, 유가증권시장 상장 이후 장내에서 팔아 455억원을 회수했다. 세컨더리를 별도 펀드로 떼어 만기 도래 펀드의 물량을 받아주는 운용사들과 달리, DSC인베스트먼트는 한 펀드 안에 회수 트랙을 함께 깔았다.


퓨리오사엔 여섯 번, 컬리는 1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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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우스를 대표하는 포트폴리오는 인공지능(AI) 반도체 기업 퓨리오사AI다. 시드 단계부터 시리즈D까지 여섯 차례에 걸쳐 285억원을 넣었다. 기업이 성장하는 단계마다 후속 투자 여부를 심의위원회에 올려 지분율을 유지하거나 늘렸다. 퓨리오사AI의 기업가치는 3조원을 넘어섰고, 국민성장펀드는 지난 5월 28일 이 회사에 8000억원 투자를 승인했다.


대표 회수 사례를 살펴보면, 항체 신약 기업 에이비엘(ABL)바이오에 2016년 80억원을 투자해 2022년까지 장내 매각으로 1056억원을 거뒀다. 컬리에는 2015년 40억원을 넣었고, 10년 만에 장외에서 팔아 297억원을 회수했다.


청산을 마친 조합은 9개다. 평균 순멀티플 1.8배, 순내부수익률(Net IRR) 16% 수준이다. 지난달 청산한 글로벌ICT융합펀드는 약정총액 250억원에 배분총액 605억원을 기록해 순멀티플 2.4배, Net IRR 19%로 마무리됐다. ABL바이오와 캐리소프트, 피씨엘에 투자한 펀드다. DSC인베스트먼트는 청산기간에 들어간 4개 조합의 미회수 자산 평가금액을 반영하면 평균 순멀티플 2배, Net IRR 17% 이상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2022년 8월 결성한 홈런1호(2480억원)는 아직 회수기 초입이다.


모든 딜을 전 심사역이 본다…익명으로 의견 내고, 3/4 찬성해야 통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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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SC인베스트먼트는 바이오와 딥테크, 컨슈머테크, 하이브리드 등 섹터별 전담 본부를 네 개 두고 있다. 투자 의사결정은 본부 단위로 칸막이를 두지 않는다. 전체 심사역이 모든 투자 건에 함께 의견을 개진하는 '원펀드(One-Fund)' 방식이다.


투자심의는 두 단계다. 예비투자심의위원회에는 담당 심사역뿐 아니라 전 심사역이 참석해 의견을 나누고, 참석자 전원이 정해진 양식으로 대표이사에게 개별 의견을 익명으로 제출한다. 이후 투자 담당자와 대표이사가 면담해 본투자심의위원회 상정 여부를 정한다. 본투심위는 대표펀드매니저를 포함한 핵심운용인력 4인으로 짜였고 의사정족수의 4분의 3 이상이 찬성해야 가결된다.


회수에도 별도 위원회를 뒀다. 매월 한 차례 회수전략회의를 열어 회수 대상과 유통시장 정보를 점검한 뒤 최종 결정을 내린다. 투자본부 출신 회수전담인력을 상근으로 배치한 것은 업계에서 처음이다. 준법감시인과 리스크관리담당자는 투자본부와 독립적으로 상시 모니터링을 맡는다.


이 구조를 심사역 16명이 굴린다. 1인당 운용자산은 975억원 수준이다. 채용은 산업 현업 경력자를 영입하는 데 무게를 둔다. 2021년 외부 컨설팅을 받아 직급체계와 인사평가, 인센티브를 개편했고, 공동창업자 1인을 제외하면 설립 이후 심사역 퇴사율은 10%를 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치지 않고선 못 버텨" 사명까지 재정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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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SC인베스트먼트는 최근 3년 새 글로벌 투자와 딥테크 투자 비중을 늘려왔다. 홈런2호의 섹터별 투자 비중은 컴퓨팅 28%, 신약개발 27%, AI 및 데이터 응용 13%, 물리적 시스템 및 소재 7%, 의료기기 및 진단 6%, 헬스케어 5%다. 딥테크가 86%에 이른다. 글로벌 투자 비중은 약 40%인데 해외법인은 없다. 포트폴리오 불균형 우려가 나올 수 있는 지점이다.


이에 대해 회사 관계자는 "딥테크 포트폴리오의 기업가치가 최근 두드러지게 상승하면서 외부에서는 우리를 '딥테크 하우스'로 인식하는 경우가 있다"면서도 "실제 포트폴리오는 바이오·헬스케어, 모빌리티, 로보틱스, 컨슈머테크, 친환경 등으로 폭넓게 분산돼 있다"고 했다. 이어 "투자 의사결정이 전 심사역이 참여하는 구조로 이뤄지기 때문에 특정 섹터에 대한 판단이 쏠리더라도 이를 상호 견제할 수 있는 장치가 내부적으로 마련돼 있다"고 덧붙였다.


연내 사옥 이전도 앞두고 있다. 지난해 서울 강남구 삼성동 세요빌딩을 505억원에 사들였다. DSC인베스트먼트는 "삼성동 이전을 계기로 딜소싱 인프라를 확충해 글로벌 투자를 본격화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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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건수 대표는 사무 공간에 자본을 들이는 이유로 "공간이 의식을 지배한다는 말은 비즈니스 경쟁력에서 중요한 격언"이라며 뛰어난 인력을 모으는 조건이자, 창의력의 기반이 된다고 봤다. 드림(Dream)과 셸터(Shelter), 채리티(Charity)를 딴 DSC는 사옥을 매입한 지난해부터 '두 섬싱 크레이지(Do Something Crazy)'가 됐다. "이제 뭔가에 미친 듯이 몰입하지 않고서는 뭐든 잘 해낼 수가 없거든요." 윤 대표의 말이다.


김동표 기자 letme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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