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TF로 시작 3년 만 '통합돌봄과' 신설 운영
병원 치료 후 관리 '돌봄 공백'…공무원 직접 확인
영양도시락·병원동행부터 의사 방문진료 추진

편집자주병원에서 퇴원했다고 돌봄까지 끝나는 것은 아니다. 혼자 사는 노인이 집으로 돌아왔지만, 끼니를 챙기기 어렵다면 누군가는 밥을 챙겨야 한다. 거동이 불편해 병원에 갈 수 없다면 이동을 돕거나 의료진이 집으로 찾아가야 한다. 약을 제대로 먹고 있는지, 건강이 다시 나빠지지는 않는지도 살펴야 한다. 병원과 집 사이에 생기는 이런 '돌봄 공백'을 지방자치단체가 메우겠다고 나선 곳이 전남광주통합특별시 영광군이다. 영광군은 이달 조직개편을 통해 '통합돌봄과'를 신설했다. 2023년 태스크포스(TF)로 시작한 '영광형 통합돌봄'이 3년 만에 정식 전담부서를 갖춘 것이다. 핵심은 간단하다. 몸이 불편해졌다고 무조건 병원이나 요양시설로 가는 것이 아니라, 가능하면 자신이 살아온 집과 동네에서 생활할 수 있도록 의료·요양·복지를 한꺼번에 연결해 주자는 것이다.

병원 문 나선 순간 시작되는 '돌봄 공백'

고령화가 빠른 농촌에서는 병원 치료만으로 해결되지 않는 문제가 적지 않다.


퇴원 뒤 혼자 밥을 차려 먹기 어렵거나 정기적으로 병원을 오갈 방법이 없는 노인들이 대표적이다. 가족이 다른 지역에 살거나 돌봄을 맡을 가족 자체가 없는 경우 문제는 더 커진다.

영광군은 이런 주민이 직접 복지 서비스를 찾아다니도록 하는 대신 행정이 먼저 찾아가는 방식을 택했다.

장세일 영광군수가 맞춤형 영양도시락을 지원받는 한 고령자 가정을 직접 방문해 격려하고, 애로사항들을 청취하고 있다. 영광군 제공

장세일 영광군수가 맞춤형 영양도시락을 지원받는 한 고령자 가정을 직접 방문해 격려하고, 애로사항들을 청취하고 있다. 영광군 제공

AD
원본보기 아이콘

담당 공무원이 가정을 방문해 건강과 생활 상태를 확인한 뒤 필요한 서비스를 골라 연결한다. 기존 복지사업에 사람을 맞추는 것이 아니라 '한 사람에게 무엇이 필요한가'를 먼저 살펴보는 방식이다.


혼자 식사를 준비하기 힘든 노인에게는 기초 영양평가를 거쳐 영양 도시락을 제공하고 건강 상태까지 살핀다.

장기요양 등급을 기다리는 주민이나 병원 퇴원자에게는 방문 의료와 병원 동행 서비스를 제공한다. 우울감을 겪는 주민에게 농촌 자원을 활용한 돌봄 치유프로그램도 지원한다.


거동이 어렵다면 의료진이 움직인다. 의사가 집으로 찾아가 진료하고 처방하며 간호사와 사회복지사가 정기적으로 건강 상태를 살피고 돌봄 상담을 한다. '환자가 병원을 찾아가는 의료'에서 일부는 '의료가 환자를 찾아가는 방식'으로 바꾼 셈이다.

복지 따로, 의료 따로 없앤다

통합돌봄에서 중요한 것은 새로운 복지사업을 하나 더 만드는 데 있지 않다.


기존에는 보건소와 읍·면사무소, 병원, 복지기관 등에 서비스가 흩어져 있어 주민이 자신의 상황에 맞는 제도를 일일이 찾아야 하는 경우가 많았다.


영광군은 이들을 하나의 돌봄망으로 묶는 데 초점을 맞췄다.


읍·면에서 도움이 필요한 주민을 발굴하면 건강과 생활 상태를 살펴 지원계획을 세운다. 월 2차례 통합지원회의를 열어 어떤 서비스를 연결할지도 논의한다. 보건소와 의료·복지기관, 자원봉사단체 등 지역에 이미 있는 자원을 한 사람을 중심으로 연결하는 구조다.

지난해 영광군이 의료돌봄 통합지원 추진과 관련, 보건복지부장관 기관표창을 수상했다. 영광군 제공

지난해 영광군이 의료돌봄 통합지원 추진과 관련, 보건복지부장관 기관표창을 수상했다. 영광군 제공

원본보기 아이콘

정부도 의료·요양 등 지역 돌봄의 통합지원에 관한 법률 시행에 맞춰 병원·시설 중심에서 지역사회 중심으로 돌봄 체계를 전환하고 있다. 영광군 역시 관련 조례를 정비하는 등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고 있다.

3년짜리 TF가 정식 '과'로 전환

영광군의 실험은 2023년 시작됐다.


당시 TF를 만들어 의료와 요양, 복지를 연결하기 시작했다. 이후 2023년과 2024년 보건복지부 주관 노인 의료·돌봄 통합지원 우수사례 성과대회에서 각각 장려상과 우수상을 받았다. 2025년에는 의료·요양·돌봄 통합지원 유공 기관으로 선정돼 보건복지부 장관 표창을 받았다.


이번 통합돌봄과 신설은 이런 사업을 한시적인 TF 업무에서 상시 행정으로 바꿨다는 데 의미가 있다.


TF가 지난 3년 동안 '영광에서 통합돌봄이 가능한가'를 시험했다면 이제부터는 정식 조직이 이를 지속 가능한 제도로 정착시켜야 한다.


특히 장세일 영광군수는 지난 7월 민선 9기 첫 결재로 '영광군 통합돌봄 특구 지정 추진계획'을 승인하는 등 통합돌봄을 주요 정책으로 내세우고 있다.


하지만 전담부서를 만들었다고 통합돌봄이 완성되는 것은 아니다. 의료기관과 복지기관, 읍·면, 보건소가 실제 현장에서 얼마나 유기적으로 움직이는지, 도움이 필요한 주민을 얼마나 빠르게 찾아내는지가 관건이다.


결국 통합돌봄의 성과는 조직이나 사업 숫자가 아니라 주민의 일상에서 판가름 날 수밖에 없다.


아파도 살던 집을 떠나지 않아도 되는가. 퇴원한 노인의 끼니를 챙길 사람이 있는가. 병원에 가지 못하는 주민에게 의료진이 찾아갈 수 있는가.


2023년 작은 TF로 출발한 영광군의 실험은 3년 만에 '통합돌봄과'라는 정식 조직으로 바뀌었다. 이제 시험대는 행정조직이 아니라 주민들의 삶이다. '살던 곳에서 건강하게'라는 목표가 구호에 그치지 않고 영광의 일상이 될 수 있을지가 다음 과제다.

AD

영광군 관계자는 "영광은 여타 전남 지역과 마찬가지로 고령화가 점점 증가하는 추세다. 반면 출산율은 높다. 젊은 층 유입이 동시에 일어나고 있는 셈"이라며 "그만큼 복지 분야에 대한 범위도 넓고, 생각해야 하는 부분도 많다. 주민들이 만족할 수 있는 복지정책을 추진, 운영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밝혔다.


호남취재본부 심진석 기자 mourn@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배포금지, AI 학습 및 활용 금지>

함께 보면 좋은 기사

새로보기

내 안의 인사이트 깨우기

취향저격 맞춤뉴스

많이 본 뉴스

당신을 위한 추천 콘텐츠

놓칠 수 없는 이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