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기습조사, 적법절차 결여" 美 하원 보고서에서 자신감 얻었나…법정으로 치닫는 쿠팡 vs 공정위[Why&Next]
대규모유통업법 시행 후 첫 현장조사 거부
美 하원 '기습조사 비판' 직후 태도 급변
법원이 손 들어줄 경우 파급력 상상초월
공정거래위원회의 불시 현장조사를 쿠팡이 절차적 하자를 이유로 철수시키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국내 일반 기업이라면 상상하기 힘든 강경 대응의 이면에는 최근 한국 경쟁당국의 조사 관행을 비판한 미국 정치권의 기류를 등에 업고 공정위의 '불시 조사' 관행을 심판대에 올리겠다는 쿠팡의 승부수가 깔려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역대 최대' 수준의 사정 드라이브를 걸던 공정위로서는 예기치 못한 거대한 암초를 만났다.
美 하원 보고서 직후 태도 급변…누적된 '악연' 폭발
쿠팡의 조사거부는 한국 공권력이 미국 기업을 차별적으로 취급한다는 미국 정치권의 기류와 맞물려 있다. 지난 7월 1일 미국 연방 하원 사법위원회는 한국 기관들의 차별 대우를 다룬 보고서에서 "공정위 기습조사는 사전 고지 없는 불시 현장조사와 방대한 자료 요구 등 공격적인 관행을 무기화하고 있다"며 "적법 절차와 공정성이 결여됐다"고 했다. 이후 강경화 주미 한국대사가 이례적으로 일시 귀국해 쿠팡 문제를 두고 "생각보다 훨씬 오래가는 이슈"라고 했다. 강 대사는 한미 통상·안보 현안 관련 국가안전보장회의(NSC)에 참석했으며, 이 자리에는 주병기 공정위원장도 불려갔다.
그간 현장조사에 응하던 쿠팡은 공교롭게도 이같은 분위기 속에 태도를 180도 바꿨다. 행정조사기본법상 "행정기관이 조사할 때는 개시 7일 전까지 대상자에게 서면 통지해야 한다"는 원칙을 들어 지난 19~24일 공정위의 4차례 현장 진입을 차단하고 법원에 조사 결정을 취소해달라는 소송과 집행정지를 신청했다. 소송이 접수되자 공정위는 철수했다. PB 상품 순위 조작 과징금(1400억 원) 취소 소송, 김범석 의장 동일인(총수) 지정 취소 소송, 와우 멤버십 '끼워팔기' 심의까지 켜켜이 쌓인 갈등 속에 '가격 맞춤형 쿠폰' 비용을 납품업체에 전가했다는 대규모유통업법 위반 의혹과 관련된 조사가 들어오자 맞불을 놓은 것이다. 대규모유통업법 시행 이후 현장조사 거부는 이번이 처음이다.
"방어권 무력화한 권한남용" vs "증거인멸 시그널"
이번 사태의 근본 원인은 2007년 제정된 행정조사기본법과 이후 탄생한 개별 법안들 사이의 '입법 시차'에 따른 구조적 맹점에서 비롯됐다. 기본법 제정 당시 공정거래법 등은 '적용 제외'로 명시됐으나, 2012년 제정된 대규모유통업법이나 대리점법(2016년 제정)은 제외 대상에 들어가 있지 않다. 원칙적으로 '7일 전 서면 통지' 규정을 따라야 한다는 쿠팡의 주장도 일리가 있는 셈이다. 공정위는 '증거 인멸 방지' 예외 조항을 근거로 불시 조사를 관행적으로 이어왔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수개월간 조사를 받고 자료를 낸 기업에 예외를 100% 적용하는 것은 권한 남용"이라며 "국내 기업들은 공정위 눈치를 보느라 그간 이의를 제기하지 못한 것"이라고 했다.
올해 2분기 현장조사 건수가 91건으로 전년 동기 대비 2.5배 폭증하는 등 강력한 사정 드라이브를 걸던 공정위는 당혹감 속에 일단 법원의 판단을 기다린다는 입장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위법 시 중징계가 예상되는 사건은 법리상 증거 인멸 우려가 당연히 인정되며, 우려 여부는 조사 기관이 판단하는 것"이라며 "7일 전 통지는 증거 인멸의 기회를 주는 것이나 다름없어 행정조사가 완전히 무력화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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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이 조사 기관의 재량과 증거 인멸 우려를 인정해 공정위의 손을 들어줄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우세하지만, 만약 법원이 쿠팡의 주장을 인용할 경우 그 파급력은 상상을 초월할 전망이다. 사전 통지 규정이 엄격히 적용될 경우 대규모유통업법과 대리점법 관련 조사는 사실상 마비될 수밖에 없다. 게다가 절차적 하자가 인정될 경우 '위법수집증거 배제 원칙'에 따라 현재 진행 중인 주요 유통 사건들의 법적 정당성까지 송두리째 흔들리는 후폭풍이 불가피하다. 법조계 관계자는 "만약 법원이 절차적 하자를 인정할 경우 행정조사기본법 개정을 통한 적용 제외 조항 신설 등 입법적 보완이 시급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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