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쿠팡의 거부로 현장조사를 시도하다 포기한 일이 발생했다. 쿠팡이 쿠폰 발행 비용을 납품업체에 떠넘겨 대규모유통업법을 위반했는지 확인하려던 조사였다. 쿠팡의 거부 논리는 '사전 통지를 받지 못했다'는 것이다.


행정조사기본법은 현장조사 7일 전 서면 통지를 원칙으로 한다. 다만 같은 법은 증거인멸 등이 우려되는 경우 예외도 명시하고 있다. 이번 조사가 어느 쪽에 해당하는지는 쿠팡이 소송을 제기한 만큼 법원이 판단할 문제다. 그러나 쿠팡은 법원 판단이 나오기도 전에 네 차례나 현장 진입을 막아 사실상 스스로 집행정지 효과를 만들어냈다. 취소소송을 제기했다는 사실만으로 처분의 효력이나 집행이 정지되지 않는다는 건 행정소송법 원칙이다. "법원의 판단을 받겠다"는 것과 "판단이 나올 때까지 우리가 먼저 조사를 막겠다"는 것은 같은 얘기가 아니다.

이번 사태를 국민이 더 곱지 않게 볼 만한 배경도 있다. 미국 정치권은 '쿠팡 등 미국인 소유 기업을 표적으로 삼고 있다'며 한국 정부를 압박하고 있는데, 쿠팡이 '미국 정치권을 믿고 버티는 것'이란 의심을 사기 쉽다. 미국 기업이든 한국 기업이든, 이런 정치적 논란이 있든 없든 국내에서 영업하면 같은 법의 적용을 받아야 하고, 법원 판단도 오직 그 원칙에 따라 이뤄져야 한다. 쿠팡으로서는 의심을 자초할 필요가 없었다는 점에서, 이번 대응 방식 자체가 스스로에게 부담을 지운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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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의 사전 통지 예외 적용이 위법하다고 법원이 판단하면, 공정위는 책임지고 조사 관행을 바로잡아야 한다. 그렇다고 법원 판단에 앞서 피조사 기업의 해석이 국가의 조사권보다 먼저 작동하는 행태가 정당화돼서는 안 된다. 반대로 집행정지가 기각되고 조사에 문제가 없다는 판단이 나오면 쿠팡에 엄정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 절차적 권리는 행정권 남용으로부터 기업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지, 기업 스스로 국가의 시장감독 기능을 멈춰 세우는 수단이 아니다.

논설실 colum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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