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노스웨스턴대·소크연구소 연구팀 실험
혼자 지낸 수컷 생쥐, 7일 만에 음주량 최고
뇌 회로 인위적으로 켜자 술 늘고 끄자 줄어

혼자 지내는 시간이 길어진 수컷 생쥐가 술을 더 많이 마신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이미지.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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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미국 노스웨스턴대와 소크 생물연구소 연구팀은 사회적 고립이 수컷 생쥐의 특정 뇌 회로를 바꿔 음주를 늘린다는 내용의 논문을 과학 저널 '네이처 신경과학'에 실었다. 문제의 회로는 감정을 처리하는 뇌 부위와 판단을 담당하는 부위를 잇는 통로다.

사회적 고립은 전 세계적으로 늘고 있고 주요 공중보건 위험 요인으로 꼽힌다. 지난 2023년 비벡 머시 당시 미국 의무총감은 외로움과 사회적 고립이 유행병 수준에 이르렀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특히 알코올과 약물 등 물질 오용과 관련이 깊다는 증거가 쌓이고 있지만, 고립감이 어떤 경로로 뇌를 바꿔 술을 더 찾게 만드는지는 밝혀지지 않았다.


연구팀은 이를 확인하기 위해 다 자란 생쥐를 여럿이 함께 지내게 한 뒤 일부만 따로 떼어 혼자 살게 했다. 사회적 고립을 실험실에서 재현한 것이다. 생쥐들은 매일 한 시간씩 물과 15% 알코올 용액 가운데 하나를 골라 마셨다. 11일간 지켜본 결과, 성별에 따라 정반대 양상이 나타났다. 수컷은 혼자 지낸 기간이 길어질수록 알코올 섭취가 늘어 일주일 뒤 최고 수준에 이른 다음 그대로 유지됐다. 반면 암컷은 고립이 길어질수록 오히려 알코올을 덜 마셨다. 물 섭취량은 변화가 없었다.

고립이 바꾼 뇌 회로, 수컷 생쥐 음주량 좌우해


연구팀은 이 차이가 뇌에서 어떻게 나타나는지 보기 위해 소형 현미경으로 생쥐가 술을 마실지 고르는 순간의 뇌세포 활동을 들여다봤다. 관찰 대상은 기저외측 편도체에서 내측 전전두피질로 신호를 보내는 뉴런이다. 기저외측 편도체는 감정과 스트레스, 사회적 정보를 처리하고 내측 전전두피질은 보상과 동기, 행동 조절에 관여한다.


관찰 결과, 수컷에서는 사회적 고립이 해당 회로의 흥분성을 높였지만 암컷에서는 오히려 낮췄다. 회로가 더 활발해진 수컷일수록 알코올을 많이 마시는 경향도 확인됐다. 세포 단위로 활동을 들여다보니 이 뉴런은 물을 마실 때와 알코올을 마실 때 다르게 반응했고, 알코올에 대한 반응이 셀수록 술을 마시는 횟수가 많은 것으로 확인됐다.


연구팀은 이 회로가 음주의 원인인지 결과인지도 따져봤다. 빛으로 뇌 회로를 켜고 끄는 광유전학 기법을 써서, 고립을 겪지 않은 수컷의 회로를 인위적으로 활성화하자 알코올 섭취가 늘었다. 반대로 고립된 수컷의 회로를 억제하자 술을 마시는 횟수가 줄었다. 연구팀은 "사회적 고립이 전전두피질의 보상 정보 처리 방식을 바꿔 알코올 신호에 더 강하게 반응하도록 뇌를 재구성한다"고 해석했다.


"남녀, 외로울 때 서로 다른 신경 전략에 의존"


성별에 따라 정반대 결과가 나온 이유는 규명되지 않았다. 논문 제1 저자인 리샤 파텔 노스웨스턴대 페인버그 의대 조교수는 "고립이 수컷의 음주는 늘리고 암컷의 음주는 줄인 까닭을 단정할 수 없다"면서도 "이번에 관찰된 성별 차이가 사람을 대상으로 한 일부 연구에서 보고된 양상과 겹친다"고 설명했다. 그는 "남녀가 외로울 때 서로 다른 신경 전략에 의존한다는 점이 드러났다"며 "이는 신경정신질환에서 오래 지적돼 온 성별 차이를 설명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연구팀은 대상이 생쥐인 만큼 사람에게도 같은 일이 벌어지는지는 추가 연구로 확인해야 한다고 선을 그었다. 사람의 외로움이 곧바로 음주로 이어진다는 점을 입증한 것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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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팀은 고립 상태에서 이 회로가 계속 과활성으로 남는 이유와 내측 전전두피질을 비롯한 하위 뇌 영역이 어떻게 관여하는지를 다음 과제로 꼽았다. 성별에 따라 반응이 갈리는 데 호르몬이 작용하는지, 회로 구조 자체가 다른지도 확인할 계획이다.


김성욱 기자 abc12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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