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친구도 "평소 무섭다고 했던 곳인데"…장미란씨 죽음 둘러싼 '미스터리'
카나리아 야자수 구조 두고 주민 주장 잇따라
경찰, 휴대전화 포렌식 등 계속 수사
제주에서 실종된 장미란(37) 씨가 104일 만에 숙소 인근 야자수 농장에서 숨진 채 발견된 가운데 사망 경위를 둘러싼 의문이 이어지고 있다. 경찰은 현재까지 타살 등 범죄 혐의점이 확인되지 않았다며 자살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지만, 현지 주민과 장 씨 주변인들은 발견 장소와 야자수의 구조 등을 들어 섣불리 결론을 내려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26일 제주경찰청 등에 따르면 지난 24일 오전 제주시 한림읍 수원리의 한 야자수 농장에서 발견된 여성 시신은 치아 감정을 통해 장 씨로 확인됐다. 시신은 부패가 상당히 진행돼 지문이 소실된 상태였으며 경찰은 DNA 감정도 진행하고 있다. 부검에서는 외부 충격으로 인한 특이 골절 등은 발견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시신이 발견됐을 당시의 자세와 위치 등을 토대로 현재까지 타살 등 범죄 혐의점은 낮은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목을 매 숨졌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지만 정확한 사인은 아직 확정하지 않았다. 경찰은 장 씨의 휴대전화를 포렌식 하는 등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정확한 사망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이 가운데 시신이 발견된 장소가 알려지면서 온라인에서는 여러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논란이 되는 부분은 현장에 빽빽하게 자라고 있던 카나리아 야자수다. 시신 발견 지점에서 약 500m 떨어진 곳에 산다고 밝힌 한 주민은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해당 농장이 제대로 관리되지 않은 카나리아 야자수로 뒤덮여 있다고 주장했다.
이 주민은 카나리아 야자수에 뾰족하고 단단한 가시처럼 생긴 잎줄기가 많아 접근 자체가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또 일반 나무처럼 굵은 가지가 옆으로 뻗어 있는 형태가 아니어서 성인 남성도 별도 장비 없이 높은 곳에 줄 거는 것이 쉽지 않다는 취지의 주장을 폈다. 또 다른 주민들도 온라인상에서 비슷한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카나리아 야자수가 언뜻 일반 나무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줄기와 잎이 중심인 구조여서 사람이 줄을 걸기에 적합한 형태인지 의문이라는 것이다.
"무섭다고 했던 곳인데" 장 씨 연인도 의문
장 씨가 평소 해당 지역을 꺼렸다는 주변인의 증언도 나왔다. 장 씨의 남자친구는 언론 인터뷰에서 시신 발견 장소와 관련해 장 씨가 평소 지날 때마다 "무섭다"고 말했던 곳이라는 취지로 설명하며 "왜 거기서 발견됐는지 이해가 안 된다"고 말했다. 장 씨가 실종 직전 숙소를 나선 뒤 향한 방향과 시신 발견 지점도 의문으로 남아 있다.
장 씨는 지난 5월 12일 오후 10시 15분께 장기 투숙하던 숙소를 나서는 모습이 폐쇄회로(CC)TV에 마지막으로 포착됐다. 당시 장 씨가 향한 방향에는 평소 자주 다니던 음식점과 상점 등이 있는 한림읍 중심지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시신이 발견된 곳은 가로등과 CCTV가 부족한 농로 안쪽 야자수밭이었다.
무엇보다 발견 장소가 장 씨 숙소에서 지나치게 가깝다는 점도 의문을 키우고 있다. 장 씨의 시신은 장기 투숙했던 숙소에서 직선거리 약 400m, 걸어서 약 5분 거리의 야자수 농장에서 발견됐다. 현장은 깊은 산속이나 접근하기 어려운 오지가 아니라 농로가 있고 인근에 주민과 차량이 오갈 수 있는 곳이다.
전문가 "정황 있어도 단정해선 안 돼"
전문가도 현 단계에서 사망 원인을 단정해서는 안 된다는 의견을 내놨다. 표창원 범죄과학연구소 소장은 25일 CBS 라디오에 출연해 현재 공개된 정보만 놓고 섣불리 결론 내리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표 소장은 목맴사 정황이 있을 경우 통상 자살 가능성을 높게 검토할 수 있지만, 제삼자의 개입이나 시신 이동·유기 여부, 현장 흔적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상당한 시간이 지나 시신 부패가 진행된 만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부검과 과학수사 결과가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실종사건을 허위 종결한 혐의(직무유기, 공전자기록 위작 및 행사, 위계공무집행방해)를 받는 A 경장이 25일 제주지방법원에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치고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원본보기 아이콘현재까지 경찰 수사에서 제삼자와의 몸싸움이나 외부 충격을 뒷받침할 특이 외상 등 구체적인 타살 증거는 확인되지 않았다. 따라서 온라인에서 제기되는 의문만으로 타살 가능성을 사실로 단정하기는 어렵다. 반면 시신이 상당히 부패해 외상 흔적을 온전히 확인하기 어렵다는 점, 장 씨가 발견된 장소와 이동 경위가 명확히 밝혀지지 않은 점 등을 고려하면 정확한 사망 경위가 규명될 때까지 여러 가능성을 열어둔 수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편, 사건을 최초로 담당했던 부 경장은 지난 25일 결국 구속됐다. 제주지법은 직무유기와 공전자기록 위작·행사,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등의 혐의를 받는 부 경장에 대해 "도주와 증거 인멸 우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부 경장은 장 씨 사건뿐 아니라 또 다른 60대 남성 실종 사건도 허위로 종결한 혐의를 받고 있다. 해당 남성 역시 최근 숨진 채 발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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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은 부 경장이 실종수사팀에 근무하며 처리한 사건 가운데 추가로 비정상적으로 종결된 사례가 있는지도 들여다보고 있다. 현재 경찰 판단대로 범죄 피해가 아니었는지, 혹은 아직 확인되지 않은 다른 정황이 있는지는 휴대전화 포렌식과 국과수 감정, 현장 재구성 등 추가 수사를 통해 규명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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