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사고 나면 AI가 책임질까?…"최종 진료 판단은 의사에게"
허수진 변호사, 의료AI 도입으로 의사-병원-개발사 책임 복잡해져
"암 99% 진단" 등 AI 성능 과장표현 주의해야
인공지능(AI)이 진단과 치료부터 환자와의 소통까지 의료 현장에서 폭넓게 사용되면서 의료사고 발생 시 책임 소재를 둘러싼 법적 쟁점도 복잡해지고 있다. 특히 AI가 진단을 보조하더라도 최종 진단과 치료에 대한 책임은 여전히 의사에게 귀속되는 만큼 AI를 활용했다는 이유만으로 의료진의 책임이 가벼워지는 것은 아니라는 지적이 나왔다.
허수진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는 25일 서울 중구 상연재에서 열린 한국의학바이오기자협회 아카데미에서 "AI 의료사고의 핵심은 오진 자체가 아니라 그 책임을 어떻게 배분할 것인가의 문제"라며 이같이 밝혔다.
과거 의료사고는 환자와 의사 사이의 문제였지만, AI가 도입되면서 이제는 AI를 도입·관리하는 병원, AI 자체의 결함 여부를 다투는 개발사까지 그 책임 주체가 늘었다. 다만 AI 자체는 법인도, 자연인도 아니어서 권리·의무의 주체가 될 수 없는 만큼 법적 책임은 결국 의사와 병원, 개발사로 좁혀진다.
허 변호사는 "AI는 진단을 보조하는 도구일 뿐 최종 진단과 치료 결정은 여전히 의사의 몫"이라며 "법원은 실제 분쟁에서 ▲AI 결과를 제대로 검토했는지 ▲환자 상태를 종합적으로 판단했는지 ▲추가 검사 필요성을 검토했는지 ▲독립적인 의학적 판단을 수행했는지를 살피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오히려 AI 도입으로 의료진이 부담해야 할 주의의무는 더 복잡해질 가능성이 커졌다. AI의 결과를 검토하는 것뿐 아니라 환자 상태에 대한 종합적 진단, 추가 검사 여부, 과거 병력과 현재 증상의 연관성 등을 의료진이 판단해야 하기 때문이다. 허 변호사는 "AI를 활용하면서 업무는 수월해질 수 있지만 사고가 발생했을 때 의사의 주의의무 위반으로 판단될 수 있는 부분은 오히려 많아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병원의 관리 책임도 커진다. 병원이 AI를 도입하기 전 충분히 검증을 했는지, 의료진에게 사용법과 주의사항을 교육했는지, 내부 운영 가이드라인을 마련했는지, 도입 이후 성능을 지속해서 관리했는지 등이 향후 법적 판단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AI 개발사 역시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다. 의료AI를 하나의 '제품(Product)'으로 볼 수 있는 만큼 AI 자체의 결함이 사고의 원인이라면 제조물책임이 문제될 수 있기 때문이다. 설계 단계에서 특정 환자군에 편향된 데이터를 사용했는지, 출시 전에 충분한 검증을 거쳤는지, 실제 임상 환경에서 성능을 검증했는지, 특정 연령이나 질환군에서 성능이 떨어지는 사실을 알고도 알리지 않았는지 등을 따져봐야 한다. 특히 개발사가 특정 위험을 알고 있었거나 알 수 있었음에도 이를 충분히 고지하지 않았다면 향후 중요한 책임 문제로 불거질 수 있다.
AI 의료광고 역시 새로운 법적 위험이 있는 영역으로 지목됐다. AI를 활용하고 있다는 사실 자체를 광고하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지만, AI의 성능이나 의료효과를 과장하거나 의사보다 우월하다고 표현하는 순간 의료광고 규제와 표시·광고 관련 법령의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일례로 'AI가 암을 정확하게 진단한다', 'AI가 의사보다 정확하다', 'AI가 오진을 줄여준다', 'AI가 최적의 치료법을 찾아준다' 등 구체적인 의료 효과를 보장하거나 비교·우월성을 주장하는 표현은 의료법상 규제 대상이 된다. 반면 'AI 기반 영상 판독 보조 시스템을 사용한다', 'AI 알고리즘 기반 분석 서비스를 제공한다', 'AI 의료기기를 도입했다', 'AI를 활용한 진료지원 시스템을 운영한다' 등 실제 AI 활용 방식을 객관적으로 설명하는 표현은 상대적으로 안전하다는 게 허 변호사의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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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 변호사는 "AI는 의료 현장의 업무를 편리하게 만드는 동시에 새로운 법적 위험을 야기할 수 있다"며 "AI가 의료진과 병원, 개발사 사이에 새로운 책임 관계를 만들어내면서 사고가 발생했을 때 따져야 할 요소는 더 많아진다"고 경고했다. 그는 또 "책임 주체가 다양해지면서 다툴 쟁점은 늘어나지만, 그것이 반드시 환자에게 유리하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기기 관리 책임, 병원의 관리 체계 등 새로운 쟁점이 늘어난 만큼 양측 모두에게 다툼이 더 첨예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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