Ⅵ. 화재가 남긴 교훈, 갈등에서 공존으로
유럽 핵심 디지털 허브 암스테르담
데이터센터 화재에 학교·병원·교통 마비
도시 필수 인프라 필요성 재조명

편집자주인공지능(AI) 시대, 정부가 3대 메가프로젝트 일환으로 2035년까지 총 18.4GW 규모의 데이터센터를 구축해 국가 미래 성장동력으로 삼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IT서비스, 웹 애플리케이션(앱), 데이터 저장·공유를 지원하는 시설에 그쳤던 데이터센터는 현재 AI 연산자원을 생산·공급하는 산업 플랫폼으로 진화 중이다. 하지만 국가 산업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 인프라라는 공통된 인식에도 AI 데이터센터(AIDC) 확장까지 풀어야 할 과제가 많다. 아시아경제는 전력·인허가·용수·주민 갈등 등 AIDC를 둘러싼 과제들을 슬기롭게 해결한 핀란드, 덴마크, 독일, 네덜란드 등 해외 사례를 직접 취재하고, 한국에서 AIDC가 지역민과 공존하는 자산으로 거듭날 수 있는 해법을 모색해본다.

"암스테르담 인근 알메르(Almere)에 위치한 대형 데이터센터에서 큰 화재가 발생하면서 도시 전체가 아비규환이 됐습니다. 역설적으로 데이터센터의 소중함을 깨닫는 계기가 됐죠."


지난 5월 대형 코로케이션 데이터센터인 '알메르 센터'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건물 후면 기술 설비실에서 발화한 화재는 약 12시간 동안 진화 작업이 이어졌으며, 당일 저녁 9시가 돼서야 주불이 통제됐다. 큰불로 주전원 공급망과 백업 비상 발전기·무정전전원장치(UPS) 등 설비 전반이 소실되는 심각한 피해가 발생했다. 짙은 연기가 발생하면서 주민 대피와 창문 폐쇄를 권고하는 정부 긴급경보가 발송되기도 했다.

스타인 그로브 네덜란드데이터센터협회(DDA) 이사가 지난달 23일(현지시간) 아시아경제 인터뷰를 하는 모습. 서소정 기자.

스타인 그로브 네덜란드데이터센터협회(DDA) 이사가 지난달 23일(현지시간) 아시아경제 인터뷰를 하는 모습. 서소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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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인 그로브 네덜란드데이터센터협회(DDA) 이사는 최근 아시아경제 인터뷰에서 "데이터센터 화재로 위트레흐트대학교 웹 사이트 로그인이 안 되고, 출결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아 학생들의 혼란이 이어졌다"면서 "통계청·병원 서비스가 먹통이 됐고, 페리 서비스는 물론 위트레흐트 지역의 버스와 트램 배차 통신이 서버 다운으로 불능 상태에 빠지면서 데이터센터의 소중함을 몸소 체험했다"고 말했다. 대규모 데이터센터의 화재는 유럽 내 재해복구 체계 점검의 전환점이 됐다는 설명도 이어졌다.


급격한 전력망 포화·주민 반발에 데이터센터 중단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은 유럽 최대의 인터넷 교환 노드(AMS-IX)를 보유한 핵심 허브지만 급격한 전력망 포화와 주민들의 거센 반발로 2019년 모라토리엄(잠정 중단)을 선언할 정도로 데이터센터에 대한 인식이 좋지 않았다. 데이터센터가 국가 전력을 빨아들인다는 비판이 일면서 하이퍼스케일(초대형) 데이터센터 구축에 대한 시민들의 반대 시위가 줄을 이었다. 네덜란드 국영 송전망(TenneT) 용량은 한계에 이르렀다.

급기야 2021~2022년 암스테르담 인근 제볼더(Zeewolde)에 들어설 예정이었던 메타의 초대형 데이터센터 계획이 지역 주민 투표와 시위로 무산됐다. 네덜란드 중앙정부는 암스테르담 내 신규 인허가를 1년간 동결한 뒤 엄격한 에너지 효율 요건을 충족하는 구역에만 제한적으로 허용하는 등 규제를 강화했다. 네덜란드 정부는 공간 계획법을 통해 70㎿ 이상 또는 부지 10㏊ 이상의 초대형 데이터센터 신축을 북부 2개 지정 구역을 제외하고 전국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스타인 그로브 네덜란드데이터센터협회(DDA) 이사가 지난달 23일(현지시간) 아시아경제 인터뷰를 하는 모습. 서소정 기자.

스타인 그로브 네덜란드데이터센터협회(DDA) 이사가 지난달 23일(현지시간) 아시아경제 인터뷰를 하는 모습. 서소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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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로브 이사는 "신규 허가를 받기 위해선 폐열 지역난방 재활용을 의무화하고, 전력효율지수(PUE) 1.2 이하 달성, 냉각수 재순환 기준 등을 충족해야 한다"면서 "과거엔 환경 이슈로 데이터센터 규제가 엄격했지만 이번 화재는 데이터센터의 필요성에 대해 시민들이 다시 한번 생각하는 계기가 됐다"고 토로했다. 데이터센터 건립을 두고 극도의 갈등을 빚었던 시민들이 대형 화재로 도시가 마비되면서 디지털 인프라 소중함을 각인, 공존하는 법을 배워가고 있다는 설명이다.


암스테르담 데이터센터 시장은 구조적 전환기를 맞고 있다. 전력망 한계와 환경 규제에 맞닥뜨리면서 고밀도, 지속 가능성 중심의 데이터센터로 변모 중이다. 공급 부족으로 대규모 전력과 넓은 토지가 필요한 AI 학습용 초대형 하이퍼스케일은 네덜란드 북부로 이동하고 있으며 암스테르담은 금융 인프라, 에지 클라우드와 폐열 결합형 도심 인프라로 고도화되고 있다.

고층 타워 구조 데이터센터…심미적 기능 살렸다 

수직형 건축과 친환경 설계는 암스테르담의 특징 중 하나다. 암스테르담은 토지 부족 문제로 미국과 북유럽식 단층 대규모 캠퍼스 형태의 데이터센터 대신 3~5층 이상의 고층 복층형 타워 구조로 데이터센터를 건립했다. 특히 암스테르담 사이언스 파크에 위치한 에퀴닉스의 데이터센터(AM4)는 친환경·지속 가능 데이터센터 대표 사례로 꼽힌다. 높이 72m, 12층 규모의 수직 타워 구조로 건립돼 토지 면적을 획기적으로 줄인 데다 알루미늄 삼각 프로파일로 구성된 외벽은 기존 데이터센터 건물에 대한 편견을 깨게 만든다.


암스테르담 사이언스 파크에 위치한 에퀴닉스의 데이터센터(AM4)는 친환경·지속 가능 데이터센터 대표 사례로 꼽힌다. 높이 72m, 12층 규모의 수직 타워 구조로 건축사 벤템 크라우웰이 설계했다. 출처: 벤템 쿠라우웰.

암스테르담 사이언스 파크에 위치한 에퀴닉스의 데이터센터(AM4)는 친환경·지속 가능 데이터센터 대표 사례로 꼽힌다. 높이 72m, 12층 규모의 수직 타워 구조로 건축사 벤템 크라우웰이 설계했다. 출처: 벤템 쿠라우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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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 건물은 12층 규모로 이 가운데 8개 층이 실제 서버 데이터홀(전산실)로 활용되고 있다. 심미적 기능을 살렸을 뿐만 아니라 냉각설비의 흡기와 배기 공기 흐름을 자연스럽게 유도하도록 설계됐다. 에퀴닉스 데이터센터는 넉넉한 층고를 적용해 장기적으로 데이터센터 용도가 축소되더라도 연구실, 오피스, 주거 공간으로 리모델링할 수 있도록 했다. 또 사용 전력 전량을 네덜란드 내외의 풍력·태양광 등 100% 재생에너지 전력구매계약(PPA)로 조달한다. 시민과의 갈등을 겪은 암스테르담에서는 친환경 건축도 데이터센터 성공을 위한 중요한 요소로 꼽힌다.


그로브 이사는 "네덜란드는 전 세계와 연결되는 해저 케이블을 두고 있는 유럽의 디지털 관문으로 육상과 해상 풍력, 태양 에너지를 포함한 재생 에너지가 풍부한 것이 장점이지만 전력망 혼잡이 최대 문제"라면서 "결국 데이터센터의 확장을 위해서는 에너지 산업의 성장과 인프라가 핵심 요소이며 장기적으로 둘은 함께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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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획물은 정부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암스테르담(네덜란드)=서소정 기자 ss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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