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범 동원 학교 옥상으로 유인
해당 사건에 방글라데시 전역 공분
방글라 여성 76% "배우자 폭력 경험"
여성·평화·안보지수 181개국 중 155위

성추행 피해 사실을 신고했다는 이유로 19세 여학생을 학교 옥상으로 유인해 산 채로 불태워 살해한 방글라데시의 전직 이슬람 학교 교장에게 항소심에서도 사형이 선고됐다. 2019년 방글라데시 전역을 뒤흔들었던 이른바 '누스라트 자한 라피 사건'이다.


25일 연합뉴스는 AFP통신과 방글라데시 현지 매체 등을 인용해 방글라데시 고등법원이 전날 페니 지역 이슬람 학교 전 교장 SM 시라즈 우드 다울라와 그의 측근 샤하다트 호사인 샤밈에 대한 사형 판결을 유지했다고 보도했다.

사건이 알려지면서 방글라데시 곳곳에서는 가해자 엄벌과 여성에 대한 성폭력 근절을 요구하는 시위가 벌어졌다. AFP연합뉴스

사건이 알려지면서 방글라데시 곳곳에서는 가해자 엄벌과 여성에 대한 성폭력 근절을 요구하는 시위가 벌어졌다.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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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부는 17일간의 심리를 거쳐 이같이 판결했다. 다만 1심에서 다울라 등과 함께 사형을 선고받았던 공범 14명 가운데 4명은 무기징역으로 감형됐고 나머지 10명은 무죄를 선고받았다. 앞서 1심 재판부는 2019년 10월 피고인 16명 전원에게 사형을 선고한 바 있다.

사건은 2019년 3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19세였던 누스라트 자한 라피는 방글라데시 수도 다카에서 약 100㎞ 떨어진 페니 지역의 소나가지 이슬라미아 파질 마드라사에 재학 중이었다. 라피는 같은 해 3월 27일 교장이던 다울라에게 성추행을 당했다며 가족을 통해 경찰에 신고했다.


다울라가 경찰에 체포된 뒤에도 라피와 가족을 향한 압박은 계속됐다. 재판 과정에서 다울라가 구치소에서 지인들을 통해 라피에게 고소를 취하하도록 압박하고, 이를 거부하면 살해하도록 지시한 사실이 인정됐다. 결국 같은 해 4월 6일 공범들은 라피를 학교 옥상으로 유인했다. 이들은 고소를 취하하라고 요구했지만 라피가 거부하자 그의 몸에 등유를 끼얹고 불을 붙였다.

전신에 심각한 화상을 입은 라피는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나흘 뒤인 4월 10일 숨졌다. 사건이 알려지면서 방글라데시 곳곳에서는 가해자 엄벌과 여성에 대한 성폭력 근절을 요구하는 시위가 벌어졌다. 7년이 지나 항소심 판결이 나왔지만 라피의 가족들은 여전히 보복 위협에 시달리고 있다고 호소했다. 라피의 어머니는 판결 직후 "법원의 판단을 존중하고 만족한다"면서도 "우리 가족은 여전히 위협을 받고 있다. 이제 필요한 것은 안전"이라며 정부에 보호를 요청했다.

전신에 심각한 화상을 입은 라피는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나흘 뒤인 4월 10일 숨졌다. 사건이 알려지면서 방글라데시 곳곳에서는 가해자 엄벌과 여성에 대한 성폭력 근절을 요구하는 시위가 벌어졌다. AFP연합뉴스

전신에 심각한 화상을 입은 라피는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나흘 뒤인 4월 10일 숨졌다. 사건이 알려지면서 방글라데시 곳곳에서는 가해자 엄벌과 여성에 대한 성폭력 근절을 요구하는 시위가 벌어졌다.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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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사건으로 방글라데시 사회에 뿌리 깊은 여성 대상 폭력 문제가 다시 수면 위로 올랐다. 방글라데시 통계청과 유엔인구기금(UNFPA)이 실시한 '2024 여성 폭력 실태조사'에 따르면 조사 대상 여성의 76%가 평생 한 번 이상 신체·성·정서·경제적 폭력이나 통제 행동 등 배우자에 의한 폭력을 경험했다고 답했다. 최근 1년간 이 같은 폭력을 경험했다는 여성도 49%에 달했다.


특히 여성의 54%가 평생 배우자로부터 신체적 또는 성적 폭력을 경험했고, 배우자가 아닌 사람에게 성폭력을 당한 경험이 있다는 여성도 2.2%로 조사됐다. 신체·성폭력 피해자의 상당수는 피해 사실을 외부에 알리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제 지표에서도 방글라데시 여성의 처지는 복합적으로 나타난다.


세계경제포럼(WEF)의 '2025 세계 성격차 보고서'에서 방글라데시는 성격차 해소율 77.5%를 기록해 148개국 가운데 24위에 올랐다. 전년 99위에서 75계단 상승한 것으로, 여성의 정치 참여 확대 등이 순위 상승에 큰 영향을 미쳤다. 반면 생식건강과 여성의 권한, 노동시장 참여 등을 평가하는 유엔개발계획(UNDP)의 성불평등지수(GII)에서는 0.487로 172개국 가운데 125위에 그쳤다. 지수가 0에 가까울수록 성평등 수준이 높은 것으로 평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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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의 사회 참여뿐 아니라 사법 접근성과 안전까지 종합적으로 평가하는 조지타운대 여성·평화·안보연구소의 '2025·2026 여성·평화·안보지수(WPS Index)'에서도 방글라데시는 0.526점으로 조사 대상 181개국 가운데 155위에 머물렀다,


방제일 기자 zeilis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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