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할리우드' 헝뎬, 단편극 체험 상품 출시
1인당 300위안에 감독·촬영기사까지 지원
AI 확산에 매출 반토막…공실률 80% 육박
중국 최대 영화·드라마 세트장이 관광객을 배우로 내세우기 시작했다. 인공지능(AI)으로 인해 촬영 수요가 말라붙자 꺼내든 카드다.
24일 연합뉴스는 중국신문망 등을 인용해 "중국 저장성 둥양시의 '헝뎬잉스청'이 최근 일반 관광객이 직접 배우가 돼 단편극을 찍는 체험 프로그램을 선보였다"고 보도했다. 헝뎬잉스청은 면적이 약 33㎢에 이르는 중국 대표 촬영지로 '중국의 할리우드'라 불린다. 드라마 '미인심계(美人心計)'와 '보보경심(步步驚心)' 등이 이곳에서 만들어졌다.
가격은 1인당 300위안(약 6만 2000원) 안팎이다. 의상과 분장뿐 아니라 감독과 촬영기사, 메이크업 담당자, 스크립터 등 전문 인력이 모두 값에 들어간다. 관광객은 궁중 암투극과 첩보물, 무협물, 시대극, 현대극 가운데 마음에 드는 장르를 고르면 된다.
촬영은 1시간이면 끝난다. 대본을 정하고 분장과 의상을 갖춘 뒤 실제 세트장에서 찍는 순서로, 관광객은 1~2분 분량의 완성된 영상을 받아 갈 수 있다. 연기 경험이 없어도 감독이 대사와 표정을 현장에서 잡아주며, 관광객이 스스로 대사나 연기를 바꿀 수도 있다. 하루 10~20개 팀이 동시에 찍을 수 있으며, 상품을 내놓은 뒤 400명 넘게 다녀갔다.
헝뎬은 지난 2012년부터 '스타 드림팩토리'라는 이름으로 관광객 촬영을 받아왔고, 2022년 중국에서 화제가 된 은퇴 여성들의 '견환전' 패러디도 같은 팀이 만들었다. 다만 당시에는 16명이 팀을 짜야 했고, 1인당 4000위안(약 82만원)이 들어 소수만 손댈 수 있었다. 반면 이번 세로형 단편극(숏드라마)은 1~2명만으로도 촬영이 가능하다.
중국신문망은 "헝뎬이 그동안 쌓아온 인프라와 전문 인력을 일반 관광객에게 열어 새로운 수익원으로 삼고 있다"며 "이번 시도가 영상산업과 문화·관광 소비를 연결하는 새로운 통로가 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세트장이 관광객에게 카메라를 돌린 배경에는 급격히 얼어붙은 촬영 시장이 있다. 중국 경제매체 제일재경이 지난 5월 현장을 사흘간 둘러본 결과 주요 세트장인 칭밍상허투와 광저우제·홍콩제, 명청궁원 구역에서 확인한 촬영팀은 각 1팀씩 모두 3팀에 그쳤고, 그마저도 장편 드라마 팀이 섞여 있었다. 광저우제·홍콩제 구역의 한 직원은 매체에 "소품 일을 하는 지인들이 작년에는 촬영팀을 돌며 일했지만, 올해는 단편극 일감이 80~90% 줄었다"며 "다들 AI로 단편극을 만들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AI 드라마는 제작 기간이 짧고 비용이 적게 드는 데다 유명 배우나 큰 제작진 없이도 만들 수 있어 업계에 빠르게 자리 잡았다. 등장인물과 배경, 음성까지 만들어내는 방식이 퍼지면서 배우와 촬영 인력, 세트장을 동원하던 기존 제작이 설 자리를 잃고 있다.
헝뎬 세트장을 운영하는 상장사 '헝뎬영시'의 올해 1분기 매출은 5억 8200만위안(약 1195억원)으로 1년 전보다 50.36% 줄었고, 순이익은 4012만위안(약 82억원)으로 88.30% 급감했다. 같은 시기 헝뎬의 스튜디오 공실률은 80%에 육박했는데, 1년 전만 해도 자리를 구하기 어려운 곳이었다고 한다. 촬영팀 30여 개를 한꺼번에 수용하던 7층짜리 세트 건물에는 이제 1팀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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헝뎬 배우 조합에 등록된 보조출연자는 13만 4000명에 이르지만, 업계 전체의 하루 유효 섭외 건수는 800건 안팎에 그친다. 단편극 110편 넘게 찍은 감독 장샤오치는 "올해 1분기 헝뎬의 단편극 촬영 개시 건수가 1년 전보다 4분의 3 줄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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