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자산·금·항공 등 2차 제재 확대
60여개 기업·개인·선박 신규 제재
"달러 시스템서 퇴출"
최대 원유 구매국인 중국은 일단 제회
9월 미·중 정상회담 변수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이란을 세계 경제·금융시스템에서 사실상 고립시키기 위한 대대적인 경제 압박에 착수했다. 이란과 거래하는 제3국 기업과 금융기관까지 미국의 제재 대상이 될 수 있도록 2차 제재 범위를 확대하고, 전 세계 기업과 금융기관 등에 이란과의 경제 관계를 끊으라고 공개 경고했다.
다만 이란산 원유의 최대 구매국인 중국을 비롯한 주요 교역국에 즉각 2차 제재를 부과하지는 않았다. 미국은 일정한 시정 기간을 준 뒤 거래가 계속될 경우 제재에 나서겠다는 방침이다.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은 24일(현지시간) 워싱턴DC 재무부 청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른바 '경제적 고립 작전(Operation Economic Outcast)'을 공식 개시한다고 밝혔다.
베선트 장관은 "전 세계에서 이란 정권을 지탱하는 모든 경제적 생명줄을 끊어 테헤란이 홀로 남도록 하는 것이 우리의 목표"라며 이란의 글로벌 금융망을 겨냥한 "경제적 총공세(economic onslaught)"에 나서겠다고 선언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번 조치를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연합군의 노르망디 상륙작전에 빗대 '경제적 디데이(Economic D-Day)'라고 표현했다.
디지털자산·금·항공·해운 등 5개 분야로 제재 범위 확대
이번 조치의 핵심은 미국이 2차 제재를 적용할 수 있는 이란 경제의 범위를 대폭 넓힌 데 있다. 미 재무부 해외자산통제국(OFAC)은 디지털 자산과 첨단기술, 금, 항공, 해운 등 5개 분야에서 이란과 거래하거나 지원하는 전 세계 개인과 기업을 제재할 수 있도록 했다.
재무부는 이란이 가상자산을 제재 회피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의 자금 조달 수단으로 이용하고 있으며, 첨단 기술은 무기 개발에 활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금은 리알화 가치 급락과 인플레이션을 방어하는 수단으로, 민간 항공과 해운망은 무기·민감기술과 현금 이동 및 원유 수출에 이용되고 있다고 판단했다.
동시에 미국은 이란의 핵·미사일 기술 확보와 사이버 작전, 석유 수익 창출 등을 지원한 것으로 지목된 전 세계 60여개 기업과 개인, 선박을 신규 제재 대상에 올렸다.
이란 돕는 금융기관에 향해 "달러시스템에서 배제" 경고
베선트 장관은 특히 이란의 자금세탁이나 원유 판매대금 이전을 돕는 금융기관을 향해 강력한 경고를 보냈다. 그는 "이란을 대신해 자금 세탁을 조장하는 어떤 기관이든 미국 달러 시스템에서 배제될 것"이라며 "시계는 이제 움직이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재무부는 이번 주 안에 한 대형 금융기관에 대한 추가 제재도 발표할 예정이다.
다만 미국은 이날 이란과 거래하는 국가나 주요 금융기관에 2차 제재를 즉각 발동하지는 않았다. 베선트 장관은 대상 국가와 구체적인 제재 시점도 밝히지 않았다. 그는 "모두에게 잘못된 행동을 바로잡을 기회를 주고 있다"며 일정한 시정 기간(cure period)을 부여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관건은 중국에 대한 실제 제재 여부다. 미국은 그동안 중국의 독립계 정유사인 이른바 '티팟(teapot)' 정유사와 이란산 원유를 운송하는 '그림자 선단'에 대한 제재를 확대해왔다.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는 이란과 원유 거래에 관여하는 중국의 대형 은행을 직접 겨냥하지는 않고 있다. 한 외신은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정상회담이 오는 9월 말 워싱턴에서 예정돼 있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군사 작전 장기화 속 경제 압박 강화
이번 조치는 이란과의 전쟁이 6개월 가까이 이어지는 가운데 호르무즈 해협을 정상화와 이란의 양보를 끌어내기 위한 경제 압박의 수위를 한층 끌어올린 것으로 풀이된다.
호르무즈 해협의 선박 통항은 여전히 크게 제한된 상태이며 미국과 이란 간 외교 협상도 교착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AP는 이란이 해협 통항을 지렛대로 삼으면서 미국에도 상당한 경제·정치적 부담을 주고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경제제재가 실제 이란 경제와 정권의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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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경제는 이미 전쟁과 기존 제재로 크게 흔들리고 있다. AP에 따르면 이날 이란 리알화의 시장 환율은 달러당 202만리알까지 떨어져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이란의 국내총생산(GDP)이 5% 넘게 감소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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