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의 전시]최성임 개인전 '사물의 숨'·정여름 개인전 '복수' 外
박노식 개인전 '첫인상 Primary Effect'
첫인상은 짧은 순간 만들어지지만, 오래 남는다. 박노식의 첫 개인전 '첫인상 Primary Effect'는 '타인이 바라보는 나'와 '내가 인식하는 나' 사이의 간극에서 출발한다. 작가는 어린 시절부터 라마와 알파카를 닮았다는 말을 들어왔고, 무표정한 얼굴 탓에 차갑고 무서워 보인다는 첫인상을 경험했다. 그 기억은 사실적인 자화상이 아니라 길게 늘어난 얼굴, 과장된 귀, 단순한 이목구비를 지닌 캐릭터로 바뀐다. 회화와 도예를 넘나드는 80점의 작품은 우리가 누군가를 안다고 믿는 순간, 사실은 그 사람 자체가 아니라 우리 안에 만들어진 이미지를 보고 있는 것은 아닌지 묻는다.
전시장에 반복되는 얼굴들은 비슷해 보이지만 조금씩 다르다. '나-동일 인물'은 거의 같은 외형의 두 인물이 다른 표정을 지으며, 작은 변화만으로도 한 사람에 대한 인상이 얼마나 달라질 수 있는지 보여준다. 'Not angry 02'는 '화난 것이 아니다'라는 제목을 통해 얼굴과 그것을 해석하는 시선 사이의 어긋남을 드러낸다. 흙으로 빚은 인물은 부피와 무게를 얻어 실제 공간을 점유하고, 회화 속 인물은 색과 표정의 변화로 인상을 즉각 환기한다. 전시는 한 사람을 하나의 이미지로 단정하기보다 조금 더 오래, 다시 바라보는 시선을 제안한다. 9월19일까지, 서울 중구 페이토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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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성임 개인전 '사물의 숨'
사물도 숨을 쉰다. 최성임의 개인전 '사물의 숨'은 시간과 장소, 관계에 대한 질문을 평면과 오브제로 풀어낸 전시다. 작가는 사물의 형태와 물성을 재구성하고 서로 다른 요소를 엮어내며, 분리돼 보이는 것들 사이의 연결 가능성을 찾아왔다. 전시장에 일렬로 세운 '24'는 가느다란 금속 기둥과 목재가 이어진 열두 점의 작업이다. 기둥 안의 원뿔들은 팽팽한 균형을 이루고, 뾰족한 끝은 자신을 그 자리에 박아 넣듯 아래를 향한다. 한 해를 이루는 스물넷의 절기처럼, 작품은 시간의 순환과 버티어 선다는 일의 고요한 긴장을 드러낸다.
'막'은 플라스틱 허니콤과 솜을 층층이 채운 반투명 스크린이다. 창을 통과한 빛은 무수한 관을 지나며 화면 전체를 은은하게 밝히고, 색을 입힌 조각들은 구멍을 메우고 비우며 매 순간 다른 무늬를 만든다. 작가에게 이 재료는 벌집 구조의 관이 아니라 "한 시간, 두 시간, 반나절, 하루, 한 계절과 한 해 같은" 삶의 시간이다. '숨구멍'과 '사이' 연작은 작은 점과 조각이 모여 하나의 리듬을 만드는 방식을 보여준다. 비어 있음이 관계를 발생시킨다는 작가의 말처럼, 전시는 사물과 인간, 안과 밖, 개인과 공동체가 함께 존재하는 방식을 조용히 묻는다. 10월1일까지, 서울 종로구 OKNP 서울.
정여름의 '낮은 곳의 에이프런'. 텍스트와 단채널 영상, 가변 설치를 통해 전시장 안팎의 경계와 낮은 위치의 감각을 탐색한다. 사진 이의록, 두산아트센터 두산갤러리
원본보기 아이콘정여름 개인전 '복수'
하나의 이야기는 늘 충분하지 않다. 정여름 개인전 '복수'는 전쟁, 국가, 시각 장치, 재현된 장소와 기억의 관계를 영상으로 다뤄온 작가가 '이동'과 '전복'의 문제를 새롭게 펼쳐 보이는 전시다. 제15회 두산연강예술상 시각예술 부문 수상자인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거대한 정치사회적 힘과 그 안에 잔존하는 미시적 삶 사이의 장력을 살핀다. 제목의 '복수'는 단일한 목소리나 하나의 역사로 환원되지 않는 다수의 이야기, 서로 다른 위치에서 발생하는 기억의 겹을 떠올리게 한다. 전시는 난민과 이주, 경계의 문제를 통해 지금 우리가 사는 세계의 구조를 다시 묻는다.
전시는 단채널 영상 '복수'와 책·사운드 작업 '양치기', 텍스트와 단채널 영상으로 구성된 '낮은 곳의 에이프런' 등 영상·설치 3점으로 구성된다. '복수'는 1시간6분 길이의 컬러·흑백 영상으로, 전시장 안에서 70분 간격으로 상영된다. '양치기'는 책과 15분17초의 반복 사운드로 구성돼 읽기와 듣기의 시간을 겹치고, '낮은 곳의 에이프런'은 텍스트와 짧은 영상, 가변 설치를 통해 전시장 안팎의 경계를 확장한다. 화이트큐브와 블랙박스 사이에서 이미지와 언어, 사운드는 서로 다른 증언의 방식이 된다. 10월17일까지, 서울 종로구 두산아트센터 두산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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