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섬 가죽 아우터 판매 6배
LF·신세계인터도 FW 앞당겨
달력 대신 판매 데이터로 물량 조절
원가·환율 부담에 재고 최소화

올여름 폭염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패션업계의 시계는 가을·겨울(FW)로 빠르게 넘어가고 있다. 통상 8월 말에서 9월 초 본격적으로 선보이던 FW 상품을 6월부터 선보이고, 예상보다 판매 속도가 빠른 제품은 이미 추가 생산(리오더)에 들어갔다. 신상품 출시를 앞당기는 데 그치지 않는다. 실제 기온과 판매 반응에 따라 출고 시기와 물량을 탄력적으로 조절하는 방식으로 시즌 전략도 바뀌고 있다.


27일 패션업계에 따르면 LF LF close 증권정보 093050 KOSPI 현재가 24,200 전일대비 700 등락률 +2.98% 거래량 45,964 전일가 23,500 2026.10.02 15:30 기준 관련기사 LF, 英 '트래디셔널 웨더웨어' 국내 첫 공식 론칭 "가을 데이트룩 찾아줘"…LF, 카톡으로 '패션 쇼핑' 중국서 키운 LF 헤지스, 홍콩 첫 진출…"3년 내 6개점 목표" , 한섬 한섬 close 증권정보 020000 KOSPI 현재가 22,050 전일대비 800 등락률 +3.76% 거래량 214,039 전일가 21,250 2026.10.02 15:30 기준 관련기사 한섬, 강력한 주주 환원책 "기업 가치↑"[클릭 e종목] 3분기 영업익 4배 뛴다…한섬, 저평가 해소 기대감 한섬, 3년간 매년 100억 규모 자사주 매입·소각 , 신세계인터내셔날 신세계인터내셔날 close 증권정보 031430 KOSPI 현재가 10,490 전일대비 110 등락률 -1.04% 거래량 121,058 전일가 10,600 2026.10.02 15:30 기준 관련기사 패션 브랜드로 변신한 캠핑용품·카메라…역수출까지 어그, 장원영 앰배서더 발탁…가을·겨울 성수기 공략 스튜디오 톰보이, 日 첫 팝업…시부야서 글로벌 사업 확대 등 주요 패션기업들은 올해 FW 상품 출시 시점을 앞당기거나 간절기 상품 구성을 확대하고 있다.

보브 가을 컬렉션. 신세계인터내셔날

보브 가을 컬렉션. 신세계인터내셔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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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당긴 신상품에 지갑 열렸다…리오더 착수

한섬은 일부 가을 상품의 출고 시기를 지난해보다 한 달가량 앞당겼다. 여성 캐주얼 브랜드 마인은 지난해 7월 선보였던 가죽 아우터를 올해 6월부터 판매했다. 관련 제품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6배로 늘었고, 일부 제품은 이미 리오더에 들어갔다.


겨울 제품도 이달 말부터 순차적으로 선보인다는 방침이다. 타임옴므는 가죽 아우터 인기가 이어지자 FW 관련 품목을 지난해 4개에서 올해 6개로 확대하고 전체 물량도 30% 이상 늘렸다.

LF는 통상 8월 초 시작하던 닥스 여성의 퍼(Fur) 프리오더를 올해 7월 중순으로 2~3주 앞당겼다. 지난해 FW 프리미엄 퍼 컬렉션 매출이 전년보다 40% 증가하고 800만원대 무스탕 코트가 출시 약 두 달 만에 완판되는 등 고가 제품에서도 구매 시점이 빨라지면서다. 올해 1차 프리오더에서도 무스탕 매출은 전년보다 20% 증가했다.


신세계인터내셔날에서도 간절기 상품 수요가 빠르게 나타나고 있다. 여성복 브랜드 일라일의 이달 1~13일 레더 재킷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0배, 긴 팔 티셔츠는 180% 증가했다. 보브 역시 최근 1주일간 니트 매출이 43%, 전체 아우터 매출이 54% 늘었다. 스튜디오 톰보이는 아우터 출시 시기를 예년보다 약 3주 앞당겼다.


마인 스웨이드 칼라 재킷. 한섬

마인 스웨이드 칼라 재킷. 한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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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괄 출시' 대신 수요 테스트…잘 팔리는 옷 더 만든다

패션업계가 FW 판매를 앞당기는 배경에는 계절과 실제 구매 시점의 경계가 흐려지는 소비 변화가 자리 잡고 있다. 과거에는 계절에 맞춰 정해진 시점에 신상품을 일괄적으로 내놓는 방식이 일반적이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소비자들이 당장 입을 의류를 찾기보다 신상품 출시 시점과 활용도 등을 고려해 미리 구매하는 경향이 나타나면서 전통적인 시즌 구분의 의미가 약해지고 있다. 실제 착용 시기와 구매 시점이 반드시 일치하지 않게 된 것이다.


업체들의 상품 운영 방식도 달라지고 있다. FW 상품을 한꺼번에 내놓기보다 얇은 긴 팔과 나일론 점퍼 등 간절기 상품에서 시작해 레더·스웨이드·울, 이후 겨울용 퍼와 무스탕으로 이어지는 식으로 출시 시점을 세분화하고 있다. '가을 상품은 9월, 겨울 상품은 10~11월'이라는 달력 중심의 상품 운영에서 벗어나 실제 기온과 소비자 반응에 맞춰 시즌을 잘게 쪼개는 셈이다.


이 같은 '분할 출시'는 본격적인 시즌에 들어가기 전 소비자 반응을 확인하는 일종의 수요 테스트 역할도 한다. 패션산업은 유행과 날씨에 따라 수요 변동성이 큰 데다 시즌이 지나면 상품 가치가 빠르게 떨어진다. 판매 시기를 놓친 제품은 할인이나 아웃렛 판매로 넘어가 수익성이 악화될 가능성이 높다. 상품을 일찍 출시하면 초도 물량의 판매 속도를 확인한 뒤 인기 제품은 빠르게 리오더하고 반응이 낮은 상품은 추가 생산을 억제할 수 있다.


정상가로 판매할 수 있는 기간이 길어지는 것도 장점이다. 과거보다 한 달 일찍 제품을 내놓으면 그만큼 판매기간을 확보할 수 있다. 시즌 막판 재고 소진을 위한 할인 의존도를 낮추면서 상품 회전율과 정상가 판매율을 높일 여지가 생긴다.


LF 닥스 퍼. L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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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싸진 원가에 재고 부담↑…판매율 높여 수익성 방어

최근 원가 부담이 커지면서 이 같은 재고 관리의 중요성은 더욱 높아지고 있다. 상품 한 벌에 투입되는 비용이 커질수록 팔리지 않은 재고에 묶이는 비용과 할인 판매에 따른 수익성 부담도 함께 커지기 때문이다.


의류업계는 원단과 부자재를 해외에서 조달하고 중국과 동남아시아 등에서 주문자위탁생산(OEM)·제조업자생산(ODM) 방식으로 제품을 생산하는 경우가 많다. 원화 가치가 떨어지면 달러 등 외화로 지급하는 원단·부자재와 생산비의 원화 환산액이 커지는 구조다. 일례로 글로벌 원자재 시장 지표에 따르면 울 가격은 지난 21일 100㎏당 1812호주달러를 기록했다. 최근 한 달간 4.68% 하락했지만 1년 전과 비교하면 45.31% 상승한 수준이다. 해외 브랜드를 직접 들여오는 업체는 상품 매입가격 자체가 환율 영향을 받는다.


하지만 경기와 소비심리에 민감한 의류는 비용 상승분을 판매가격에 그대로 반영하기 어렵다. 가격 인상이 판매 감소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원가 상승을 가격으로 전가하는 대신 재고를 최소화하고 정상가 판매율을 높여 수익성을 방어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FW 상품을 앞당겨 시장 반응을 확인하고 이후 생산과 공급량을 조절하는 전략이 중요해지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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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업계 관계자는 "기후 변화와 소비 패턴의 세분화로 전통적인 봄·여름, 가을·겨울이라는 시즌 구분 자체가 약해지고 있다"며 "재고 효율과 수익성을 위해서는 특정 계절을 겨냥해 물량을 한꺼번에 쌓아두기보다 수요를 먼저 확인하고 공급을 민첩하게 조절하는 경향이 더욱 거세질 것"이라고 말했다.


한예주 기자 dpwngk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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