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랫폼 기술 중심→비만 질환 집중형
H.O.P 프로젝트 가동 3년 만의 성과

한미약품 한미약품 close 증권정보 128940 KOSPI 현재가 558,000 전일대비 57,000 등락률 +11.38% 거래량 329,668 전일가 501,000 2026.08.26 10:20 기준 관련기사 하반기 벌써 15조…中 '바이오 굴기' 가속 [클릭 e종목]한미약품, '3.2조 기술수출'에 목표주가 58만→73만원 한미약품 3.2조 기술수출 새 역사…임주현 리더십 주목 이 스위스 로슈그룹 자회사 제넨텍에 비만 치료제 신약 후보물질을 기술수출한 건 차세대 기전을 둘러싼 글로벌 빅파마들과의 다툼 속에서 경쟁력을 입증한 결과라 의미가 남다르다는 평가다.


한미약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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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39억유로(당시 약 4조8000억원) 규모로 사노피와 체결한 '퀀텀 프로젝트' 기술수출이 기존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GLP)-1 계열 치료제의 지속성을 끌어올리는 개량 기술이었다면, 이번 계약은 상용화되지 않은 새로운 기전의 후보물질로 한층 진일보한 기술력을 보여줬다는 분석이다. 제넨텍과의 계약은 총 23억달러(약 3조5000억원) 규모로 한미약품이 단일 후보물질로 체결한 기술수출 가운데 최고액이다.

25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한미약품이 최근 제넨텍에 기술수출한 비만치료제 후보물질 HM17321은 코르티코트로핀 방출인자 수용체 2형(CRF2)을 자극하는 비인크레틴 계열 신약이다. 체중 감량과 근육 보존·증가를 동시에 구현하는 계열 내 최초 신약(First-in-Class)으로 등극할 가능성이 있다.

11년 만의 '한미표 잭팟'…新기전 승부 통했다 원본보기 아이콘

차세대 비만약 '질적 체중감량' 겨냥

한미약품은 후보물질의 경쟁력을 입증하기 위해 기존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GLP-1 계열 신약의 개선점을 다방면으로 공략했다. 지난 6월 미국당뇨병학회(ADA) 연례학술대회에서 관련 연구 결과 7건을 동시에 발표하며 전임상 근거를 폭넓게 쌓았다.


HM17321 비임상 연구에선 비만 쥐에 4주 투여한 것만으로 체중이 최대 17.5% 줄었다. 지방량은 40% 이상 감소한 반면 근육량은 늘었고 악력 등 근기능까지 개선됐다. 근육량만 늘리는 기존 약물과 달리 양과 질을 동시에 끌어올린 셈이다. 아밀린 계열 비만 치료제와 병용했을 때는 식욕 억제 없이도 지방 감소 폭이 최대 56.5%로 커지고 근육량 증가도 단독 투여 때의 두 배 수준으로 늘었다. 서로 다른 방식으로 작용하는 약물끼리 부작용 증가 없이 효과만 얻을 수 있음을 확인한 것이다.

대사질환에서도 효과가 확인됐다. 고혈압 쥐에 4개월 투여한 결과 혈압·심박수가 낮아지고 세마글루타이드(위고비 성분명) 투여군에서도 나타난 신장 기능 저하가 억제됐다. 심부전과 관련해서도 심실 비대와 이완 기능이 개선됐고, 특히 비만 원숭이에서 심박수 증가 없이 혈압이 낮아졌다. 골관절염·골다공증, 노화성 근감소증 모델에서도 관절·근육 구조와 기능이 개선됐다.

'비만 질환' 중심 파이프라인 구축 전략

선행 치료제의 보완점을 공략한 연구개발(R&D) 전략은 한미그룹이 2023년 야심 차게 내놓은 'H.O.P(Hanmi Obesity Pipeline·한미 비만 파이프라인)' 프로젝트의 연장선이다. H.O.P는 경제성을 갖춘 GLP-1 치료제부터 차세대 삼중작용제, 근육량 손실 방지 신약, 경구용 제제, 디지털치료제까지 비만의 예방과 치료·사후관리를 아우르는 포트폴리오로 구성됐다. 이번에 기술수출된 HM17321은 이 가운데 근손실 방지를 겨냥해 개발된 후보물질이다.


2020년 창업주인 고(故) 임성기 회장의 타계 이후 리더십 공백 우려가 제기되던 상황에서 나온 H.O.P는 신약 개발에 대한 그룹의 뚝심이 여전히 살아있음을 보여주는 새로운 움직임으로 읽혔다. 과거 한미약품이 하나의 플랫폼 기술을 여러 질환에 적용하는 기술 중심 전략으로 성장해왔다면, H.O.P는 반대로 비만이라는 하나의 질환을 정하고 그 안에서 서로 다른 기전과 제형의 후보물질을 확보하고 있다. 이번 기술수출은 한미약품의 이 같은 R&D 전략 전환이 처음으로 시장에서 가치를 인정받은 사례로 꼽힌다.


'한미표 잭팟'이 한 번으로 끝나지 않을 거란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H.O.P 프로젝트로 개발돼 하반기 출시를 앞둔 에페글레나타이드(제품명 에페) 외에도 비만·제2형 당뇨병 대상 임상 2상이 진행 중인 차세대 삼중작용제 'HM15275', 섭식장애 치료제, 경구용 GLP-1 제제까지 여러 후보물질이 대기하고 있다. H.O.P 전략의 유효성이 시장에서 확인된 만큼 다음 대규모 기술수출 후보로 이들 파이프라인이 주목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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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약품 관계자는 "이번 기술수출 성과는 선대 회장 타계 이후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R&D에 대한 가치를 이어가겠다'는 의지로 만들어낸 결과"라고 말했다.


박정연 기자 j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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