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대기업, '인재 쟁탈전' 격화
연공 서열 깨고 '시장가' 보상
SOMPO·미쓰비시UFJ 파격 처우

글로벌 인재 확보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평생 고용과 연공 서열을 중심으로 인사제도를 운영해 온 일본 대기업들이 보상체계의 틀을 빠르게 바꾸고 있다. 인공지능(AI), 사이버보안, 금융시장 등 희소성이 높은 분야에서는 나이와 근속연수보다 시장에서의 몸값을 기준으로 연봉을 책정하는 별도 제도가 확산하면서 일본 기업의 전통적인 임금체계에도 변화가 본격화하는 모습이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사진.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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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소 인재엔 연차보다 '시장가'

24일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에 따르면 일본 대형 금융 그룹인 SOMPO홀딩스는 지난 6월 'SOMPO 프로페셔널 풀'이라는 전담 채용 제도를 신규 도입했다. AI, 사이버보안, 법무, 컴플라이언스 등 그룹 차원에서 희소성이 높은 고급 전문인력을 지주사가 정규직으로 일괄 채용·통합 관리한 뒤 계열사로 파견하는 방식이다.

이 제도를 활용할 경우 30대 초반의 젊은 인재라 할지라도 1000만엔대 중반(약 1억3000만~1억5000만원) 이상의 고액 연봉을 보장받는다. SOMPO는 앞서 2020년 취업규칙을 직무 중심의 '잡(Job)형'으로 전환했으나, 그룹 내 계열사별로 연공형과 잡형이 섞여 있어 개별사 차원에서 선뜻 고액 연봉을 제시하기 힘들었던 한계를 지주사 일괄 채용 방식으로 돌파했다.


이는 금융권 전반으로 확산 중이다. 미쓰비시UFJ은행은 2024년 도입한 'Ex(엑스퍼트) 제도'를 활용해 시스템 개발 및 금융시장, 사이버보안 분야 인재를 대거 끌어모으고 있다. 기존의 멤버십형 고용 규칙을 유지하되 별도 급여 규정을 덧붙이는 방식을 적용, 30대 중반의 직원이 지점장이나 본사 부장급에 해당하는 파격적인 처우를 받는다. 현재 경력직 40여 명을 비롯해 내부 전문인력 등 전체 국내 직원 2만2000명 중 약 800명이 이 제도의 적용을 받고 있다.

S급엔 3억2000만원도…신입 일괄채용까지 폐지

IT·테크 대기업의 인재 모시기 경쟁은 한층 과감하다. 후지쓰는 AI, 데이터사이언스, 사이버보안 전문가 및 사내 변호사 등을 대상으로 희소성과 사업 기여도에 따라 S·A·B·C 4단계로 분류해 추가 보상을 지급하는 별도 처우 제도를 가동하고 있다.


서울 여의도 버스환승센터에서 직장인들이 출근길에 오르고 있다.

서울 여의도 버스환승센터에서 직장인들이 출근길에 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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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 등급인 S급 인재에게는 개별 협상을 통해 연간 2500만~3500만엔(약 2억3000만~3억2000만원) 수준의 억대 연봉을 지급한다. A~C급 역시 기본 급여 외에 월 5만~30만 엔의 수당이 추가된다.


후지쓰는 채용 방식도 바꿨다. 2020년 잡형 고용을 도입한 데 이어 2025년부터는 신입사원 일괄채용을 폐지하고 경력직과 신입을 구분하지 않는 연중채용 체제로 전환했다. 필요한 역량을 가진 인재를 시점과 경력에 구애받지 않고 선발하겠다는 전략이다.


인재 구하려 수수료도 급등… 연공 서열 임금체계 한계

이 같은 변화의 배경에는 고급 전문인력을 둘러싼 기업 간 경쟁이 있다. AI와 사이버보안 등 특정 기술을 갖춘 인력은 외국계 기업까지 영입 경쟁에 가세하면서 사실상 '시장 가격'이 형성되고 있다.


전문 헤드헌팅 업체를 통해 인재를 데려올 경우 기업이 부담하는 소개 수수료도 평균적으로 해당 인재 연봉의 35% 수준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으로서는 채용 비용이 커지더라도 핵심 인력을 확보하지 못할 경우 경쟁력 자체가 약화할 수 있다는 판단이 작용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사진.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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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 연공서열형 임금체계 안에서 특정 인재에게만 높은 급여를 지급하는 데에도 한계가 있다. 기본급에 각종 수당을 추가하는 방식은 장기간 유지될 경우 법적으로 기본급과 유사하게 취급될 가능성이 있어 시간외수당과 상여금, 퇴직금 등의 비용까지 늘어날 수 있다. 이에 따라 일본 기업들은 전문인력을 위한 별도의 임금·근로조건 체계를 구축하는 방향으로 대응하고 있다.


다만 일본 기업 전체가 단기간에 연공 서열을 버리는 단계에 들어섰다고 보기는 어렵다. 일본 경제단체연합회(게이단렌) 조사에서 잡형 고용을 이미 도입했거나 도입을 예정·검토 중인 기업은 응답 기업 337곳 가운데 26%에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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닛케이는 AI 등 핵심 인재의 몸값이 시장 가치에 따라 실시간으로 결정되는 유연한 생태계가 조성된 만큼, 전통적 고용 모델을 조속히 탈피하지 못하는 기업은 글로벌 산업 경쟁에서 도태될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서지영 기자 zo2zo2zo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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