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철로 살린 뉴욕·정원도시 싱가포르…공원도 힙하게
공원·녹지 부동산 가치 상승 효과도

공원을 활용해 관광객을 끌어들이고 지역경제를 활성화하려는 시도는 해외 주요 도시에서도 활발하다. 단순히 녹지를 조성하는 데 그치지 않고 문화·관광 콘텐츠를 접목하거나 주변 상권과 연결해 공원을 도시의 '경제 인프라'로 활용하는 방식이다.


대표적인 곳이 미국 뉴욕이다. 뉴욕에는 연간 4200만명 이상이 찾는 센트럴파크뿐 아니라 폐철로를 재생한 하이라인(The High Line)이 있다. 하이라인은 2009년 맨해튼 서쪽에 방치돼 있던 고가 화물 철도를 공원으로 탈바꿈한 곳으로, 쇠퇴한 지역에 공원이 활력을 불어넣은 단적인 사례로 꼽힌다. 과거 이 일대 지상 철도에서 사고가 빈번하게 발생해 10번가를 '데스 애비뉴'로 부른 적도 있었지만, 지금은 15만그루의 식물이 자라는 2.33km(1.45마일) 길이의 녹지로 발전했다.

하이라인 운영기관인 프렌즈 오브 더 하이라인(Friends of the High Line)에 따르면 연간 방문객 수는 700만명으로 개장 당시 예상했던 것보다 20배가 넘는다. 단순 녹지만 제공하는 것은 아니다. 도슨트(전시 해설자)와 함께하는 공원 투어, 청소년 대상 원예 활동, 영화 감상, 공공 예술 전시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날짜별로 운영하는 것은 물론, 2011년부터는 식음료 프로그램을 도입해 공원 안에서 먹거리도 즐길 수 있도록 했다. 녹지에 문화·예술·식음 콘텐츠를 더해 방문객이 더 오래 머무를 수 있는 공간으로 활용하고 있다.


하이라인 정비 후인 2014년 시민들이 휴식을 취하는 모습. 하이라인 홈페이지.

하이라인 정비 후인 2014년 시민들이 휴식을 취하는 모습. 하이라인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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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간 700만명 왔다 간다…버려진 철로에 '녹색' 입혔더니 도시 경쟁력 ↑[공원의 미래⑧] 원본보기 아이콘

싱가포르의 가든스 바이 더 베이는 한발 더 나아가 녹색 인프라 자체를 국가를 대표하는 관광상품으로 만든 사례다. 싱가포르는 마리나베이 일대에 대규모 정원을 조성하고 초대형 인공나무인 '슈퍼트리'와 플라워돔, 클라우드포레스트 등 차별된 볼거리를 결합했다. 여기에 야간경관까지 즐길 수 있도록 하면서 체류형 관광지로 발전시켰다.

효과는 방문객 수에서도 확인된다. 가든스 바이 더 베이가 발간한 2023~2024 회계연도 연차보고서에 따르면 이 기간 방문객은 1180만명을 넘어섰다. 2012년 문을 연 뒤 약 11년 만인 2023년 12월에는 누적 방문객 1억명을 돌파했다.


공원과 녹지는 주변 부동산 가치를 높이는 효과도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2022년 발간한 '도시 환경 편의 시설 제공' 자료를 보면 주택 반경 400m 안에 공원이 있을 경우, 주택가격이 1.4~12% 높아지는 것으로 분석됐다.

하이라인 정비 전인 2001년. 하이라인 홈페이지.

하이라인 정비 전인 2001년. 하이라인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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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용된 자료를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2010년 중국 선전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는 공원 조망권이 주택가격에 4.67% 더 긍정적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고, 2020년 뉴욕 하이라인의 효과를 살펴본 조사에서는 하이라인 80m 이내 위치한 주택이 다른 주택보다 가격이 35.3%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보고서는 하이라인을 바라볼 수 있는 조망효과도 일부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2008년 미국 볼티모어를 분석한 조사에서는 공원에서 1㎞ 떨어진 주택의 가격이 공원 바로 옆에 있는 주택보다 5% 낮다고 발표했다.


서울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있다. OECD가 인용한 이 연구에서는 공원과의 거리가 100m 멀어질 때 주택가격은 2.45% 낮아진다고 분석했다. 공원과 녹지가 휴식공간과 관광 자원을 넘어 주변 부동산 가치와도 밀접하게 연결돼 있음을 보여주는 셈이다.


조경진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는 "시대가 바뀌면서 공원을 바라보는 관점도 달라졌다. 과거 휴식처에서 환경운동의 거점, 건강 증진의 장소를 거쳐 최근에는 도시를 대표하는 관광 명소로 자리 잡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서울에서 대규모 공원 부지를 추가로 확보하기는 쉽지 않은 만큼, 기존 공원을 잘 유지하고 운영을 고도화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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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교수는 "센트럴파크나 하이라인은 시설·식물 등 하드웨어를 관리하는 데 그치지 않고 투어와 문화행사, 지역 커뮤니티 프로그램 등 다양한 콘텐츠를 운영한다"며 "생태와 식물, 장소의 역사를 알리고 다양한 문화 이벤트를 펼치는 것 자체가 도시 경쟁력이 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서울도 남산공원이나 서울숲 같은 대표 공원을 관광 명소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보다 정교한 문화·생태적 기획과 투자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오주연 기자 moon170@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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