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룸버그 칼럼]상용화까지 아직 갈 길이 먼 휴머노이드 로봇
실적대비 투자기대감 과도
'건전한 회의론' 필요 주장
중국의 로봇기업인 유니트리 로보틱스가 지난 19일 상하이 증시에 상장해 공모가의 629%까지 급등한 일은 국제적으로도 화제가 됐다. 중국 안팎의 투자은행(IB)들은 물론 개인 투자자들도 로봇산업의 미래에 대한 기대감을 갖고 대거 투자에 뛰어들면서 다른 나라의 로봇 관련주들도 상승세를 보였다.
하지만 정작 유니트리를 이끄는 왕싱싱 최고경영자(CEO)는 로봇산업의 미래에 강한 의구심을 나타냈다. 그는 지난 20일 베이징에서 열린 세계 로봇 박람회에서 "로봇은 통제된 환경에서 뛰어난 성능을 발휘한다. 그러나 아직 실생활에서 범용기술로 자리 잡기에는 멀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앞으로 10년이 지나야 로봇이 대중적인 시장에 진출할 것"이라며 그나마 이것조차 매우 낙관적인 전망이라고 말했다.
투자자들은 장밋빛 미래만 이야기하나, 정작 업계에 몸을 담고 있는 전문가들은 휴머노이드 로봇 열풍에 대해 건전한 회의론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화려한 시연과 입소문을 타고 번진 홍보성 이벤트들로 인해 기술적 진전이 매우 빠르다는 착각이 불고 있지만, 실제 로봇은 실용적 용도로 사용되기에 아직 기술적 한계가 많다.
왕 CEO뿐만 아니라 로봇 전문가들은 휴머노이드 로봇이 상용화되기 위해 몸체에 들어갈 두뇌가 먼저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하드웨어는 충분히 발전했으나, 기계 몸체를 움직일 인공지능(AI) 시스템이 아직 초기 발전단계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현재까지 개발된 최고의 휴머노이드 AI 시스템조차 인간 두뇌가 육체를 제어하는 수준의 10% 정도에 불과한 성능만 발휘할 수 있다. 로봇 기체를 자유롭게 움직일 AI를 만드는 일은 현재 상용화된 챗GPT와 같은 거대언어모델(LLM)을 만드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매우 어려운 과제다.
하지만 투자자들의 마음 속에선 이미 휴머노이드 로봇은 조만간 집집마다 도입돼 가사노동을 대신해 줄 혁신적인 가전제품으로 인식돼 있다. 그러한 인식이 부른 과열은 유니트리 공모주식의 5500배에 달하는 청약 규모가 보여주고 있다. 최근 개최된 세계 휴머노이드 로봇 올림픽을 비롯해 텔레비전에서 춤과 쿵푸를 선보이는 로봇들에 개인투자자들 뿐만 아니라 각종 투자기업들도 완전히 매료된 상태다.
특히 휴머노이드 로봇은 다른 기술들과 달리 굉장히 오랫동안 기술분야에서 유행을 선도할 것으로 예상된다. 유니트리의 마케팅 영상들만 해도 공개되는 즉시 수억 회의 조회 수를 기록한다. 최근 주춤해진 가상화폐나 완전히 잊힌 분야가 된 메타버스(확장가상세계) 부동산에 대한 유행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강력하다. 인간이 자신과 닮은 기계를 만들고자 하는 욕구는 상당히 오래된 것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투자자들의 기대와 달리 휴머노이드 로봇은 아직 상용화시키기에 충분히 매력적인 생산가격을 맞추지 못하고 있다. 그나마 중국산 휴머노이드 로봇들은 미국을 비롯한 서구제품들에 비해 상당히 저렴하다. 그러나 여전히 대량생산 시스템을 도입하기에는 너무 비싸다. 상업적인 상용 생산에 나서기 위해서는 지금보다 생산비용이 절반 이하로 떨어져야한다는 분석이다.
휴머노이드 로봇 산업을 떠받치고 있는 수요 기반도 매우 취약하다. 개인 소비자들이 호기심에 구매해도 정작 시킬 수 있는 것이 별로 없다. 중국산 로봇의 주 고객은 개인 소비자들이 아니라 서구 로봇기업들과 연구자들로 좁혀진다. 미 로봇 스타트업 개발사들은 중국 로봇을 통해 개발 아이디어를 얻을 뿐만 아니라, 주요 부품인 액추에이터를 확보할 수 있다. 전 세계 로봇 엑추에이터 부품 생산량 중 70% 이상이 중국에서 나오기에 중국 로봇 구매는 액추에이터를 가장 저렴하게 얻을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다. 액추에이터는 로봇 생산비용의 거의 절반을 차지한다. 그래서 미국 로봇 스타트업들은 중국을 직접 방문해 로봇과 부품을 잔뜩 사가고 있다. 결국 중국 로봇산업의 수요 기반을 미국 로봇산업이 지탱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시장구조로는 향후 산업의 지속성을 보장받기 어렵다.
로봇의 소비 수요를 창출할 만한 산업 분야를 찾기 어려운 것은 비단 중국 로봇업체들만의 고민은 아니다. 로봇산업이 발전했다는 일본에서도 똑같은 고민을 하고 있다. 일본에서 지난 3월 불경을 읽는 로봇이라며 출시된 '붓다로이드'는 글자 그대로 홍보용 이벤트에 불과했다. 도쿄의 노인 요양시설에서 사용한다는 로봇들도 노인들의 상태를 모니터링하는 감시카메라로 주로 쓰이고, 실제 요양보조 역할에는 10%도 채 쓰이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불안정한 수요 기반을 가진 로봇시장이지만, 중국 내에서만 무려 150개가 넘는 기업들이 경쟁하고 있다. 유니트리가 중국 로봇 기업 중 가장 높은 인지도를 보이고 있으나, 이미 글로벌 로봇 출하량에서는 2위로 밀려난 상태다. 화웨이 출신 엔지니어들이 2023년 설립한 애지봇(AgiBot)이 올해 유니트리를 제쳤다. 로봇기업들이 우후죽순처럼 생기면서 로봇 생산량은 늘고 있지만, 부실기업들도 함께 늘어나고 있다.
이러한 중국 로봇기업들의 양적 성장의 배후에는 막대한 정책지원을 하고 있는 중국 정부가 버티고 있다. 로봇 스타트업 지원을 목표로 중앙정부는 수많은 박람회를 개최하고 있다. 지방정부들도 각종 로봇 전시회를 개최하며 단순 전시용 로봇을 앞다퉈 구매하고 있다. 이러한 정부 수요로 올해 상반기 중국 로봇기업들의 매출은 전년 대비 50% 이상 늘었다. 하지만 로봇 열풍이 가라앉고 정부의 지원이 철회되면 이 같은 매출을 지탱하기 어려울 것으로 우려된다.
미국의 대중 제재도 유니트리와 중국 로봇기업들에는 큰 지정학적 장애물이다. 미국은 지난달부터 휴머노이드, 사족보행 로봇을 포함해 중국산 첨단 로봇에 대한 수입을 전면 금지했다. 지난해 매출 18% 이상이 미국시장에서 발생한 유니트리는 타격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주 고객이던 미국 로봇 기업들과 연구기관들의 피드백을 얻지 못한다는 점에서, 기술발전 속도 또한 떨어질 수 있다.
결국 로봇 기술이 가장 앞서 있다는 중국에서조차 로봇이 정말로 상용화되는 것은 아주 먼 일이라 판단한다. 인간이 필요로 하는 로봇은 홍보를 위해 춤을 추거나, 맥주를 서빙하거나 빨래를 한번 개는 수준의 보기 좋은 쇼만 해주는 로봇이 아니다. 휴머노이드 로봇이 상용화되기 위해서는 사람들이 꺼리는 더럽고, 위험하고, 지루한 일을 반복적이고 안전하고 저렴하게 해낼 수 있는 능력을 입증해야만 한다.
왕 CEO가 말한대로, 그러한 휴머노이드 로봇은 앞으로 10년 후 나올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다. 현재 휴머노이드 로봇 기술에 대한 마케팅들은 과대광고에 가깝고, 투자자들의 기대감은 실제 기술보다 너무 많이 앞서 나가 있다.
캐서린 소벡 블룸버그 오피니언 칼럼니스트
이 글은 블룸버그의 칼럼 'Unitree's Humanoids Have a Long March to Usefulness'를 아시아경제가 번역한 것입니다.
꼭 봐야 할 주요 뉴스
"통장에 찍힌 돈이 왜 이래"…연금저축 가입자들 당황한 이유
※이 칼럼은 아시아경제와 블룸버그의 전략적 제휴를 통해 게재되었음을 알립니다.
※이 칼럼은 아시아경제와 블룸버그의 전략적 제휴를 통해 게재되었음을 알립니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배포금지,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