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출신 최고조 주한 가나 대사

"한국은 아프리카를 바라볼 때 도움을 필요로 하는 곳으로 생각해 왔다. 하지만 제가 볼 때 앞으로 한국도 가나에서 도움받을 수 있는 영역이 너무나 많다."


최고조 주한 가나 대사는 지난 20일 아시아경제와의 인터뷰에서 내년 한·가나 수교 50주년을 앞두고 양국 관계가 서로 필요한 것을 주고받는 관계로 발전해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최고조 주한 가나대사가 20일 서울 용산구 주한 가나대사관에서 아시아경제와 인터뷰 하고 있다. 강진형 기자

최고조 주한 가나대사가 20일 서울 용산구 주한 가나대사관에서 아시아경제와 인터뷰 하고 있다. 강진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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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 대사는 한국에서 태어나 14세 때 가나로 건너가 현지 학교와 대학에 다니고 20년 넘게 사업도 해왔다. 가나의 역대 민선 대통령들과도 여러 인연을 맺었다. 특히 존 드라마니 마하마 현 대통령과는 같은 대학 기숙사 출신이다. 그는 자신의 주한대사 임명에 대해 "제가 하나의 테스트 케이스이자 모델이기 때문에 잘 해내야 저와 비슷하게 아프리카 국가를 진심으로 사랑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에게도 기회가 주어질 수 있다"고 했다. 다음은 최고조 대사와의 일문일답.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에서 상당히 이례적인 인사로 보인다.

△아프리카는 생각하는 것보다 민족주의가 강하고 부족 사회 전통도 남아 있다. 가나에도 인도계나 레바논계처럼 4대, 5대에 걸쳐 살아온 공동체 등이 있지만 이런 인사는 한 번도 없었다.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에서도 처음이라고 본다. 그래서 저에 대한 기대와 관심이 가나뿐 아니라 여타 아프리카 국가에서 남다르다. 마하마 대통령이 임명되기 전 한국에서 열린 한·아프리카 관련 행사에도 함께 참석했다. 어떻게 보면 저도 모르는 사이 '필드 인터뷰'를 받은 셈이다. 그때 대통령이 '한국에서 가나를 위해 일할 사람으로 이 친구보다 적합한 사람이 없다'고 판단했던 것 같다.


-한국과 가나 양쪽의 문화를 살아온 경험이 강점으로 다가올 것 같다.


△14세 때 가나로 떠나 가나 사람들이 다니는 학교에서 중학교에 다녔고, 한국인은 저밖에 없는 기숙사에서 5년을 살았다. 대학도 가나에서 다녔고 한국인 직원이 없는 회사를 26년째 운영하고 있다. 영어를 쓰면서 가나 사람들의 문화 속에서 살아왔다. 한국에 와서 이렇게 오랫동안 매일 한국말을 사용하는 것도 사실 처음이다. 한국에서 몇 달을 보내면서 한국의 발전상과 근면함, 정직함, 성실함을 보다 보니 저도 모르게 다시 한국화하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반대로 가나 사람들에게는 여유와 기다림이 있다. 저는 양쪽 문화를 살아냈기 때문에 양쪽을 연결하고 서로를 이해시키는 데 강점이 있다.


-지난 3월 열린 한·가나 정상회담의 가장 큰 성과는 무엇이라고 평가하나.


△한국과 가나가 서로에 대한 관심을 높였다는 점이라고 생각한다. 멀게만 느껴졌던 가나가 바로 옆에 있는 친구 같은 나라였다는 것을 한국이 느끼기 시작했고, 가나 역시 한국을 항상 멀다고만 생각했는데 서로를 다르게 바라보는 계기가 됐다.


-한국 기업이 아프리카 단일시장에 진출하는 데 가나는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나.


△한국은 첨단산업 분야에서는 세계적으로 많은 경쟁 우위를 갖고 있다. 반면 한국에서 경쟁력을 잃어가는 일부 제조업 제품이 아프리카에서는 여전히 필요한 제품이다. 가나에서 생산되는 원재료를 이용하고 한국 기업이 가진 기술과 노하우를 활용해 현지에서 생산하는 방법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아프리카의 구매력이 현재는 낮을 수 있지만 인구수가 많고, 자유무역지대를 통해 관세 없이 시장이 연결된다면 진지하게 고려해 볼 부분이다.


-한국의 기술력과 가나의 젊은 인적자원은 어떤 시너지를 기대할 수 있나.


△가나를 이야기하면 항상 자원을 먼저 이야기한다. 많은 사람은 자원이라고 하면 지하자원이나 광물을 생각한다. 가장 가치 있는 자원은 사람이다. 한국은 그동안 많은 가나 학생을 받아줬다. 그런데 이들 가운데 상당수가 한국에서 공부를 마친 뒤 캐나다 등 다른 국가로 간다. 저는 가나 학생들에게 한국에 남아 실제로 일하면서 배울 기회까지 주어졌으면 한다.


-지정학적 위기와 기후변화, 글로벌 공급망 재편 속에서 협력할 수 있는 분야는.


△첫 번째는 에너지다. 최근 호르무즈 해협 문제가 계속 거론되고 있는데 가나에는 원유가 많이 있다. 가나 원유를 한국으로 가져온다면 특정 지역에 집중된 공급망을 다변화할 수 있는 또 다른 루트가 될 수 있다. 천연가스도 많이 보유하고 있다. 천연가스를 이용해 블루 암모니아를 만들고 이를 수소와 연결할 수 있다. 기후변화 대응에서도 가능성이 있다. 가나는 탄소배출권을 국제적으로 거래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춘 국가다.


-국경을 넘는 안보 위협이 커지고 있는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와 같은 국제무대에서 큰 틀의 정책을 추진하려면 많은 국가의 협조와 동의를 받아야 한다. 서아프리카에서는 해적 문제가 발생하고 있고 가나에서 조업하는 한국인과 한국 기업의 활동도 있다. 이런 해양안보 문제에서는 서로 공조할 수 있다. 국방·안보 분야에서도 한국의 기술력과 노하우를 활용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고 생각한다.


-지난 6월 한·아프리카 외교장관회의 이후 시급한 후속 과제를 꼽는다면.


△개발협력(ODA)과 소프트론 등 개발재원 분야다. 이 부분에 대한 아프리카 국가들의 관심이 매우 컸다. 이번 외교장관회의에서도 각 국가가 자국의 입장을 이야기했고 저도 가나를 대표해 발언했다. 결국 정상회의에서 이야기했던 것을 실제로 이행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남은 임기 동안 가장 이루고 싶은 과제는.


△제 임기가 앞으로 약 2년 정도 남았다. 양국이 함께 만들어갈 수 있는 공통점을 수면 위로 올려놓고 그것을 가지고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는 장을 보여주는 것이다. 한국이 가나로부터 도움받을 수 있는 영역이 매우 많다. 첫 번째는 시장이다. 젊은 인구가 많고 앞으로 계속 성장할 아프리카 시장에서 가나는 한국에 문을 열어주는 관문 역할을 할 수 있다. 인공지능(AI)도 마찬가지다. 한국이 가진 것은 기술력과 인프라다. 다만 많은 사용자와 데이터가 필요하다. 아프리카는 인프라가 필요하고 한국은 많은 사용자와 시장이 필요하다.


-한국 사회가 가나에서 배울 수 있는 부분은 무엇일까.


△가나 사람들에게는 여유가 있다. 기다림이 있고 삶 자체를 즐기는 문화가 있다. 삶이 더욱 풍성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모델이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에 참가한 가나 선수 아콰시 프림퐁의 사례가 있다. 그 친구는 경기에서 최하위를 기록했지만 좋아서 춤을 췄다. 순위보다 '올림피언이 되고 싶다'는 꿈을 이뤘다는 사실 자체가 행복했기 때문이다. 당시 많은 한국 사람이 그 모습을 보고 '흥메달'을 주겠다고 했다. 가나에 가면 '내가 살아 있구나'라는 것을 느낄 수 있다.


-가나 문화의 가장 큰 매력을 하나 꼽는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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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다. 가나 문화는 모든 것의 중심에 사람을 둔다. 정말 사람을 생각한다. 가나 사람들에게는 열린 마음이 있다. 상대방과 진심으로 친구가 되고자 하는 착한 마음이 있다. 한국과 가나 관계도 결국 사람과 사람의 관계라고 생각한다.


최고조 주한 가나대사가 20일 서울 용산구 주한 가나대사관에서 아시아경제와 인터뷰 하고 있다. 강진형 기자

최고조 주한 가나대사가 20일 서울 용산구 주한 가나대사관에서 아시아경제와 인터뷰 하고 있다. 강진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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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조 주한 가나 대사는 누구>
가나는 1957년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에서 처음 독립한 국가로, 내년 독립 70주년과 한·가나 수교 50주년을 동시에 맞는다. 아프리카대륙자유무역지대(AfCFTA) 사무국이 수도 아크라에 위치해 14억명 규모의 아프리카 단일시장으로 진출하는 주요 관문으로 꼽힌다. 특히 가나는 원유와 천연가스, 광물 등 풍부한 천연자원과 젊은 인구를 갖춘 성장 잠재력이 큰 국가다. 한국과는 개발협력을 넘어 제조업과 인공지능(AI), 에너지·자원, 기후변화 등 미래 산업을 중심으로 협력의 외연을 넓혀가고 있다.
가나의 수도는 아크라다. 대서양과 맞닿은 서아프리카 기니만 연안에 위치하며 코트디부아르, 부르키나파소, 토고와 국경을 접하고 있다. 국토 면적은 약 23만8539㎢로 한반도보다 조금 크다. 공용어는 영어이며 다양한 현지 언어가 함께 사용된다. 2021년 인구총조사 기준 기독교인이 약 71%, 이슬람교도가 약 20%를 차지한다. 한국과의 시차는 9시간으로 가나가 느리다. 세계은행에 따르면 2025년 가나 인구는 약 3500만명이다. 금과 원유, 코코아 등이 주요 수출품이며 천연가스와 광물자원도 보유하고 있다.

2025년 한국에 부임한 최고조 주한가나대사(본명 최성업)는 한국에서 태어나 가나에서 성장한 기업가 출신 외교관이다. 1992년 장로교 선교사인 부모를 따라 가나로 이주했으며 현지에서 중·고등학교를 거쳐 가나대에서 행정학을 전공했다. 1999년 가나 시민권을 신청해 2015년 귀화했다.
최 대사는 20년 넘게 통신과 핀테크(금융+기술), 광고·마케팅, 호스피털리티, 천연 헬스케어, 교육 등 다양한 분야에서 기업가와 경영인으로 활동했다. 나나텔(Nanatel), 울트라콤(Ultracom), 페이스위치(PaySwitch), 원 하트 아프리카 아카데미(One Heart Africa Academy) 등을 설립·운영했다. 청소년 역량 강화와 교육, 농촌 개발을 중심으로 자선·인도주의 활동도 이어왔다.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에서는 가나 선수단 부단장을 맡아 가나의 유일한 출전 선수를 후원하고 가나올림픽위원회의 국제 가맹 업무를 지원했다. 대사 부임 전에는 존 아기예쿰 쿠푸르, 나나 아도 단쿠아 아쿠포아도, 존 드라마니 마하마 등 가나 대통령의 한국 관련 고위급 외교 일정에서 한국어 통역 및 진행을 맡았다.
2025년 마하마 대통령에 의해 주한가나대사로 임명됐다. 한국에서 태어난 선교사 자녀에서 가나의 기업가와 자선사업가를 거쳐 외교관이 된 이력은 양국을 동시에 이해하고 연결하는 최 대사만의 독특한 외교적 자산이다.

이한나 기자 im21na@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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