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우크라 파병·무기 수출 등으로 외화 축적
평양엔 명품·아파트 붐…GDP도 3.5% 상승
지속성은 의문…"구조 개혁 없는 단기 특수"
러시아와의 군사 밀착 및 우크라이나 파병을 계기로 북한이 유례없는 호황을 누리고 있다. 외화 유입에 힘입어 평양 시내에는 초고층 아파트단지가 들어서고 백화점에는 세계적인 명품 브랜드가 진열되는 등 표면적인 경제 활기가 눈에 띄게 증가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 같은 성장이 내부 구조 개혁이나 생산성 향상에 기반한 근본적 경제 성장이 아니라는 점에서, 장기적인 발전으로 이어지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오메가 시계·이케아·70만원 스마트폰… 달라진 평양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최근 평양의 소비 행태가 눈에 띄게 변모했다고 전했다. FT에 따르면 과거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방문했던 2019년 당시만 해도 평양의 경제는 열악한 상태였으나, 최근 공항에서 도심으로 이어지는 거리에는 화려한 색상의 고층 아파트 단지가 잇따라 들어섰다.
특히 평양 대성백화점에는 대북 제재를 회피해 중국을 거쳐 병행수입된 오메가 시계와 샤넬 화장품 등 해외 사치품이 진열돼 유통되고 있다. 복합쇼핑센터 '류경금빛상업중심'에서는 스웨덴 가구 브랜드 이케아(IKEA) 매장이 포착됐는데 이는 북한이 해외 브랜드의 지적재산권을 무단 도용한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앱을 통한 택시 호출 및 QR코드 결제가 가능한 500달러(약 70만원) 상당의 스마트폰 상점까지 들어섰다.
미국 싱크탱크 스팀슨센터의 레이첼 민영 리 선임연구원은 "평양이 눈에 띄게 풍요로워지고 소비 중심적인 도시로 변모했다"며 이러한 변화가 고층 건물, 밝아진 거리, 여가 시설 확산 등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러 파병·대중 무역·해킹이 가져온 '돈벼락'… GDP 3.5% '껑충'
평양의 '겉보기 호황'을 견인한 핵심 동력은 러시아와의 밀착을 통한 '외화 특수'다. 한국 국가안보전략연구원(INSS)에 따르면 북한은 2023년 8월부터 2025년 말까지 러시아에 병력을 파견하고 군수품을 수출한 대가로 최소 77억 달러에서 최대 144억 달러(약 10조7000억~20조원)에 달하는 자금과 물품을 확보한 것으로 추산된다.
여기에 중국과의 교역 회복과 불법 가상자산 탈취도 한몫했다. 스팀슨센터에 따르면 올해 1~5월 북한의 대중국 수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68% 급증했다. 블록체인 분석업체 TRM 랩스는 올 상반기 북한 연계 해커들이 탈취한 가상자산만 6억4300만 달러(약 9000억원)에 이른다고 발표했다. NK뉴스의 슈레야스 레디 기자는 "북한이 수익성 높은 가상자산 탈취를 통해 현대판 해적 국가로 부상했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외화 유입의 영향으로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5년 북한의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38조2640억원으로 전년 대비 3.5% 증가했다. 한국은행은 북·러 협력 확대가 제조업부터 서비스업까지 북한 경제 전반에 단기적으로 긍정적 영향을 미쳤다고 평가했다.
'베트남 파병' 한국과 달라… 지속 불가능한 '착시 호황'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러한 외화 특수가 북한 경제의 구조적 성장으로 전환되지는 못할 것으로 본다. 북한은 시장의 자율적인 성장을 제약하는 경제 구조가 유지되고 있어 외부에서 들어온 자금을 장기적인 성장 동력으로 전환하기 쉽지 않다는 것이다. 과거 한국이 베트남전 파병 등을 통해 확보한 외화를 산업화와 인프라 구축에 투입해 제조업과 수출 산업을 키운 것과는 차이가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세종연구소의 피터 워드 연구원은 북한이 지도자의 시선을 끌기 위한 대규모 토목사업에 몰두하는 일종의 '프로젝트 붐'을 겪고 있다고 짚으며 "북한의 성향상 상황이 좋을 때 미래를 대비하지는 않을 것이며, 이를 지속 가능한 성장으로 볼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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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최근 평양에서 관측되는 명품 소비와 건설 붐은 북·러 밀착으로 유입된 외화가 지도부와 평양의 일부 특권층에 집중적으로 소비되면서 나타난 착시 현상일 뿐이다. 북한이 시장 자율성을 보장하고 제도적 경제 개혁을 단행하지 않는 한, 전쟁 특수에 의존한 현재의 호황은 일시적인 붐으로 끝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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