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인에게 음식·숙박 구걸
안전사고 및 범죄 노출 우려도
NYT "타인의 호의에 목숨 맡기는 격"

"오늘부터 한 달 동안 돈 한 푼 없이 어디까지 갈 수 있을지 보여드릴게요."

주민의 신고를 받고 경찰이 출동해 '무일푼 여행' 챌린지 중인 남성을 제지하는 장면. 틱톡 캡처 @user88532941213512

주민의 신고를 받고 경찰이 출동해 '무일푼 여행' 챌린지 중인 남성을 제지하는 장면. 틱톡 캡처 @user88532941213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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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낭 하나 달랑 메고 호기롭게 시작한 무일푼 여행. 영국의 한 젊은 남성 인플루언서가 차를 얻어타기 위해 고속도로 한복판에서 쌩쌩 달리는 차들을 향해 손을 흔든다.


하지만 차들은 속도를 줄이지 않은 채 남성을 그대로 지나쳤다. 전략을 바꾼 남성은 개인 제트기와 전세기가 오가는 VIP 전용 민간 공항으로 향했다. 입구에서 구걸을 시도한 지 30분도 안 되어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사유지를 가로막고 구걸을 계속하면 체포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최근 틱톡 등 사회관계망서비스 (SNS)를 중심으로 영미권 청년층 사이에서 무일푼으로 여행하는 이른바 '노 머니 챌린지'가 유행하면서, 이를 둘러싼 도덕적·안전성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21일(현지시간) 호주 여행 전문 매체 '이스케이프'에 따르면, 이 같은 현상은 2018년 동남아 일대에서 길거리 구걸로 여행 경비를 모아 공분을 샀던 '베그패커족(Beg 구걸하다+Packer 여행객)'이 부활한 것으로 풀이된다.

당시 자국보다 경제 수준이 낮은 국가에서 구걸하거나 구슬 등 장신구를 팔아 여행을 이어가던 서구권 배낭족들의 행태가 거센 비판을 받았다. 한동안 자취를 감추는 듯했던 무일푼 여행 콘텐츠가 최근 숏폼 플랫폼을 타고 다시 번지는 양상이다.

무일푼 여행에서 히치하이킹에 성공해 목적지에 도착한 틱톡 이용자가 운전자와 사진을 찍고 있다. 틱톡 캡처 @JManGo

무일푼 여행에서 히치하이킹에 성공해 목적지에 도착한 틱톡 이용자가 운전자와 사진을 찍고 있다. 틱톡 캡처 @JMan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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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 이용자들은 '무일푼 여행 챌린지'를 올리며 실제 후기를 전했다. 20대 남성 '장고'는 지난 6월 뉴질랜드에서 7개의 마을을 돌며 여행하는 챌린지 영상을 틱톡에 올렸다. 그는 히치하이킹을 하던 중 겨우 차를 태워주겠다는 '자스민'이라는 여성 운전자를 만났다. 그는 "가던 길 아무 데서나 내려달라"고 요청했지만, 여성 운전자는 한참을 더 운전해 남성이 원래 가려고 했던 목적지까지 흔쾌히 데려다줘 훈훈함을 자아냈다.


해당 영상에는 "로컬 빵집에서 일하고 있는데, 이곳에 오면 간단한 음식을 대접하겠다", "버스 터미널은 위험하니까 들르지 말라", "내일 똑같은 장소에 가면 함께 사진을 찍을 수 있냐" 등 현지인들의 응원 댓글이 이어졌다.

'모든 대륙을 무일푼으로 여행하기 2일차'라는 제목으로 올라온 틱톡 영상. 남성 2명이 챌린지에 실패해 버스를 이용하고 있다. 틱톡 캡처 @Reuben Schmitz

'모든 대륙을 무일푼으로 여행하기 2일차'라는 제목으로 올라온 틱톡 영상. 남성 2명이 챌린지에 실패해 버스를 이용하고 있다. 틱톡 캡처 @Reuben Schmit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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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실패로 끝난 무일푼 여행도 잇따랐다. 20대 남성 '루벤 슈미츠'와 그의 친구는 여행 이틀 차에 길거리에 무릎을 꿇고 차를 태워달라며 손을 빌었지만 외면당했다. 밤이 되어서도 차를 얻어탈 수 없었던 이들은 안전상의 이유로 결국 대중교통을 이용하며 "챌린지에 실패했다"고 전했다.


이 같은 유행에 대해 현지 주민들의 불만은 고조되고 있다. 최근 스위스의 한 주민은 온라인 커뮤니티 '레딧'에 글을 올려 불쾌감을 토로했다. 그는 "프랑스·이탈리아·스위스를 잇는 알프스 '몽블랑 둘레길' 인근 마을에 사는데, 최근 청년 두 명이 정원 근처까지 찾아와 무일푼 챌린지 중인데 먹을 것을 줄 수 있냐고 물었다"며 "돈이 없으면 집에서 여행을 오지 말아야지, 정말 도움이 필요한 사람에게 갈 음식을 왜 빼앗느냐"고 말했다.


크루즈선 아르바이트 등 여행 중에도 충분히 정상적인 노동으로 여행 자금을 마련할 수 있음에도 타인의 호의에 무임승차 하는 행위는 무책임이라는 지적이다. 반면 "주머니 사정이 넉넉지 않은 청년들이 몸으로 부딪치며 세계를 경험하는 방식일 뿐"이라고 옹호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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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타임스는 "낯선 해외에서 최소한의 비상금도 없이 타인의 호의나 운에 자신의 목숨을 맡기는 행위는 범죄나 안전사고에 무방비로 노출될 수 있다"며 "자아를 찾는 여행이라는 명분이 타인에게 피해를 주는 면죄부가 될 수는 없다"고 했다.


신은서 인턴기자 elsi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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