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공원 개발 논란에 찬반의견 팽팽
정부 "훼손부지 활용" 서울시 "녹지 보존"
조망권·임대주택·사업 현실성 셈법 치열

"뉴스에서 하도 시끌시끌해서 와봤는데, 직접 보니 없어지기엔 너무 아까운 녹지네요."


23일 오후 2시께 서울 용산구 용산어린이정원에서 만난 강예나씨(38)는 가족과 공원을 찾은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축구장 약 42개 크기인 30만㎡ 규모의 잔디밭 곳곳에는 아이들이 비눗방울을 쫓아다니며 뛰놀았다. 종합안내센터 옆 셔틀버스 정류장에는 방문객 대기 줄이 이어졌다.

공원 안의 평화로운 풍경과 담장 밖 분위기는 달랐다. 공원 입구 펜스 앞에는 주택 개발에 항의하며 '어린이들의 녹지를 빼앗지 말라'는 문구가 적힌 근조화환 80여개가 줄지어 놓였다. 공원 관계자는 "주택 공급을 검토한다는 발표가 나온 지난주부터 주말 방문객이 늘었다"고 전했다.


지난 23일 오후 서울 용산구 용산어린이정원에서 어린이들이 잔디밭을 뛰어놀고 있다. 박호수 기자

지난 23일 오후 서울 용산구 용산어린이정원에서 어린이들이 잔디밭을 뛰어놀고 있다. 박호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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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서울 용산어린이정원을 청년·신혼부부 대상 공공주택 부지로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하면서 개발을 둘러싼 논란이 커지고 있다. 도심 내 주택 공급이 필요하다는 목소리와 함께 국가공원으로 조성해온 대규모 녹지를 훼손해선 안 된다는 반발이 치열하게 맞서는 모습이다.

24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2007년 제정된 용산공원조성특별법은 부지를 최대한 보전하고 여가·휴식·자연생태 공간 등으로 조성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되, 주변 부지는 복합시설조성지구로 개발할 수 있도록 했다. 정부는 이미 건물이 들어서 있거나 녹지 기능을 상실한 부지를 주택 공급에 활용하겠다는 입장이다. 장교 숙소, 옛 방위사업청 부지 등이 후보지로 거론되고 있다.


서울시는 이들 부지도 특별법상 공원으로 조성해야 할 본체부지에 포함되는 만큼 주택 공급에 활용해선 안 된다는 입장이다. 오는 26일 국회 처리가 예정된 특별법 개정안도 산재부지의 공원·녹지 확보 기준을 완화하는 내용이고 본체부지를 주택용지로 바꾸는 내용은 담기지 않았다.


지난 23일 오후 서울 용산구 용산어린이정원 종합안내센터 인근 셔틀버스 정류장에 공원을 찾은 시민들이 버스를 기다리고 있다. 박호수 기자

지난 23일 오후 서울 용산구 용산어린이정원 종합안내센터 인근 셔틀버스 정류장에 공원을 찾은 시민들이 버스를 기다리고 있다. 박호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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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공원·녹지 기능 훼손 부지에 제한적으로 임대주택을 짓겠다는 방향성을 강조하고 있지만, 주민들의 시선은 엇갈렸다. 서빙고동에서 40년 넘게 산 박병갑씨(65)는 "서울 전반에 집이 부족한 판국에 입지 좋은 자리에 주택을 짓는 건 합리적인 선택"이라고 말했다. 이촌동 주민 최모씨(54)는 "특별법까지 만들어 활용을 막아놓고 명확한 공감대도 없이 원칙을 깨려 한다"며 "이미 교통난이 심각한데 주택단지가 들어서면 완전히 마비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일부 주민들이 내세우는 녹지 보존 논리 이면에선 조망권과 자산가치 하락 우려, 임대주택에 대한 거부감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인근의 공인중개사 관계자는 "이 일대에선 매매가를 좌우하는 조망권 프리미엄이 사라질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부동산 관계자는 "정부가 최고급 민간 브랜드 아파트를 짓겠다고 했다면 반응이 달랐을 것"이라며 "고급 주거지에 임대 단지가 들어서는 데 대한 반발 심리도 작용하고 있다"고 했다.


서울 용산구 용산어린이정원 입구에 주택 개발에 반대하는 근조화환이 줄지어 놓여 있다. 박호수 기자

서울 용산구 용산어린이정원 입구에 주택 개발에 반대하는 근조화환이 줄지어 놓여 있다. 박호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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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전문가는 사업의 현실성을 두고 회의적인 시각을 내비치고 있다. 서정렬 영산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용산공원 부지는 미군이 오랜 기간 사용했던 공간인 만큼 토양 정화에 상당한 예산이 투입될 수밖에 없다"며 "정화 비용과 조성비가 분양가·임대료를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한다면 정부가 구상했던 저렴한 청년·신혼부부 주택 공급 취지가 무색해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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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강래 중앙대 도시계획부동산학과 교수는 "용산공원 주변은 도로 확장성이 떨어지는 데다 용산정비창·캠프킴 등 주변 개발까지 함께 고려하면 교통 수용 능력이 충분할지 의문"이라며 "대규모 주택 공급을 추진하기 전에 주변 교통 여건부터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호수 기자 lak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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