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가뭄 겹친 산불에 세계대전 불발탄 노출
프랑스 지롱드서 포탄·탄약 400발 넘게 수거
벨기에-독일 접경 지역서 불발탄 대응하기도

올여름 유럽을 휩쓴 대형 산불이 두 차례 세계대전 당시 묻힌 불발탄을 땅 위로 끌어올리고 있다.


산불이 번진 유럽에서 한 소방관이 진화 작업 중인 모습으로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 AP연합뉴스

산불이 번진 유럽에서 한 소방관이 진화 작업 중인 모습으로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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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현지시간) 연합뉴스는 유로뉴스를 인용해 "폭염과 가뭄이 겹치며 확산한 산불로 유럽이 예기치 못한 새로운 위협에 노출됐다"고 보도했다. 불길이 넓은 면적을 훑고 지나간 자리에서 수십 년간 땅속에 잠들어 있던 1·2차 세계대전 불발탄이 대거 모습을 드러냈고, 진화에 투입된 소방관과 인근 주민이 그 위험을 고스란히 떠안게 됐다는 것이다. 프랑스와 독일, 벨기에, 네덜란드에서는 이렇게 드러난 포탄이 실제로 폭발했다는 보고가 잇따랐다.

벨기에·프랑스 등 지역서 포탄 무더기 발견


벨기에 동부 리에주주(州)에서는 지난 17일 들판이 새까맣게 타 연기를 피워 올렸다. 독일 접경에 놓인 이 지역 당국은 땅에 묻힌 불발탄을 변수로 넣어 긴급 대응 절차를 조정하고 있다. 주지사는 소방대원이 위험에 처한 상황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지만, 현지 매체에는 소방관이 녹슨 폭탄을 다루는 사진이 실렸다.


이번 산불이 번진 자연보호구역 일대는 2차 세계대전의 격전지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지난 1944년 이곳에서는 독일군이 연합군을 향해 대공세를 퍼부은 '벌지 전투'가 치러졌고, 주 곳곳에 부비트랩과 폭탄, 지뢰가 흩뿌려진 것으로 알려졌다.

벨기에의 한 박물관에서 인계된 포탄을 들고 있는 모습 AP연합뉴스

벨기에의 한 박물관에서 인계된 포탄을 들고 있는 모습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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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기에에서 전쟁 잔해를 수거하는 일은 이미 일상에 가깝다. 벨기에 폭발물처리반(DOVO)은 해마다 3000건이 넘는 신고를 받아 양차 대전이 남긴 탄약 200~250t을 처리한다. 벨기에 서부에서는 이런 요청이 더 잦다. 1차 세계대전 참호전으로 악명 높은 이프르 일대 농민들은 해마다 밭을 갈 때마다 쏟아져 나오는 전쟁 잔해를 두고 '철의 수확(iron harvest)'이라고 부른다. 국방부는 "리에주에서 주 1회꼴로 폭발물 해체 지원 요청이 들어온다"면서 "이 지역을 전국에서 특별히 위험한 곳으로 보지는 않는다"고 밝혔다.


산불이 번진 프랑스 남서부 지롱드주에서도 불발탄이 쏟아졌다. 소방관들이 불길 속에서 100차례가 넘는 폭발음을 보고했고, 당국은 가스통이 터진 것으로 봤다가 뒤늦게 열이 땅속 탄약을 격발시켰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지롱드주 당국은 지난 3일 "민방위 전문 인력을 투입해 폭발물 처리 작업을 벌인 결과 포탄과 탄약을 400발 넘게 수거했다"고 밝혔다.


마르시알 자니네티 르포르주 시장은 포탄이 화력에 튕겨 날아다니며 "전쟁 소리"를 냈다고 했다. 그는 "포탄이 터졌고 일부는 좌우로 날아가 여러 구역을 가로질렀다. 하나는 주택을 관통하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기후변화가 전쟁의 잔재 되살리고 있어"


가뭄도 비슷한 결과를 낳고 있다. 라인강과 다뉴브강 등 유럽 주요 하천이 기록적 가뭄에 수위를 크게 낮추면서 2차 세계대전기 독일 군함과 군용 차량, 오토바이, 포탄이 물 밖으로 나왔다. 세르비아 프라호보 인근 다뉴브강 제르다프2 댐 앞에서도 이달 초 독일 군함 잔해가 다시 수면 위로 드러나 주목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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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이를 "기후변화가 전쟁의 잔재를 되살리는 현상"으로 해석한다. 사라 은제리 런던대 동양아프리카대(SOAS) 연구원은 유로뉴스에 "과거에 안정적으로 묻혀 있던 것들이 기후변화로 땅 밖으로 드러나 다시 활성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성욱 기자 abc12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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