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종 전후 영상 30일 만에 자동 삭제
경찰은 신고 96일 뒤에나 열람 요청
초동수사 부실 논란…보완수사권 논쟁 재점화
경찰 허위종결로 초기 대응이 이뤄지지 않으면서 제주에서 실종된 장미란씨(37)의 행방이 3개월 넘게 확인되지 않는 가운데, 실종 추정 지점 주변의 폐쇄회로(CC)TV 118대에 담긴 관련 영상이 모두 삭제된 것으로 나타났다. 최초 실종 신고가 접수됐을 당시에는 해당 영상이 보존돼 있었지만, 경찰이 영상 확보에 나선 것은 신고 후 96일이 지난 뒤인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커지고 있다. 특히 이번 사건을 계기로 경찰의 초동수사 과정뿐 아니라 보완수사권 폐지를 둘러싼 논쟁도 다시 불붙는 모습이다.
24일 무소속 한동훈 의원이 제주특별자치도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장씨가 자취를 감춘 한림읍 일대의 방범용 CCTV 111대와 제주도 자치경찰단 교통정보센터 교통정보수집용 카메라 7대 등 총 118대의 CCTV 모두 실종 당시의 영상이 삭제되고 없었다.
영상 보존기간 30일 지나면서 영상파일 자동 삭제
…경찰은 최초 신고일로부터 96일 지나 영상 열람 요청
삭제된 영상은 장씨의 실종 추정일인 5월 13일을 포함해 5월 12일부터 20일까지 촬영된 분량이다. 영상은 6월 11일부터 19일 사이 차례로 삭제된 것으로 파악됐다. 제주도는 CCTV 118대의 영상 보존기간은 30일이며 시한이 도래해 자동적으로 지워졌다는 설명이다.
문제는 경찰이 영상 확보를 요청한 시점이다. 제주서부경찰서가 제주특별자치도에 방범용 CCTV 영상 열람을 요청하는 공문을 보낸 것은 지난 19일로 파악됐다. 실종 추정일을 기준으로 98일, 최초 신고일인 5월 15일을 기준으로 96일이 지난 시점이다. 영상이 모두 삭제된 것으로 확인된 6월 19일과 비교해도 61일이 지난 뒤였다.
실종 사건에서 CCTV는 이동 경로와 마지막 행적을 확인할 수 있는 대표적인 초동 수사 자료다. 특히 영상 보존기간이 30일로 제한된 상황에서는 신고 직후 관련 구간을 특정하고 영상 보존을 요청하는 것이 수사의 중요한 초기 절차로 볼 수 있다. 이번 사건에서는 이 같은 대응이 제때 이뤄지지 못하면서 현재는 해당 기간의 영상을 통한 동선 확인 자체가 어려워진 상황이다.
한동훈 "부실 초동수사 대가, 피해자와 가족 몫 됐다"
한 의원은 "제주에서 실종된 장미란 씨 소재를 가늠할 단서가 될 수 있는 CCTV가 경찰관의 종결 처리로 사라져버렸다"며 "5월 15일 최초 신고 당시에는 118대 영상이 전부 보존돼 있어 이를 충분히 확보할 수 있는 상태였다"고 지적했다.
이어 "형사사법 제도는 모든 수사관이 유능하고 성실하리라는 전제 위에 설계된 것이 아니다. 그 한계 때문에 이중·삼중의 장치를 둔 것이고 그 핵심 중 하나가 보완수사권이었다"며 "민주당은 대안 없이 그 장치를 걷어냈다. 결국 부실한 초동수사를 걸러낼 장치는 사라지고 그 대가는 피해자와 가족의 몫이 됐다"고 비판했다.
장윤기 사건에 이어 장씨 실종 사건까지 경찰의 부실 수사 논란이 잇따르면서 정치권에서는 검찰의 보완수사권 공백 우려가 재점화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강득구 의원도 "수사기관이 스스로 사건을 종결하는 구조 전반에 대한 재검토와 보완책 마련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연락됐다" 경찰 말 믿었는데…알고 보니 허위 종결
19일 장씨 가족 등에 따르면 장씨는 지난 5월12일 늦은 오후부터 13일 새벽 제주시 한림읍에 있는 집을 나선 후 실종됐다. 실종 당시 장씨는 긴 생머리에 키가 158㎝(추정)에 마른 체형에 금팔찌를 착용했다.
앞서 장씨 가족은 5월 중순 장씨가 귀가하지 않는다며 경찰에 신고했다. 당시 야간 근무자였던 A 경장은 상사에게 "신고 대상자와 연락이 닿았다"는 취지로 보고하고 사건을 종결 처리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장씨 가족이 지난달 "장씨와 여전히 연락되지 않는다"며 재차 경찰에 실종 신고를 하면서 경찰은 가출과 실종 가능성 모두를 열어 놓고 다시 조사에 나섰다. 현재까지 장씨 카드 사용이나 휴대전화 기록, 병원 이력 등 확인된 생활반응은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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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은 현재 실종자 찾기에 주력하는 한편, A 경장이 실제 장씨와 통화한 사실이 있는지 등에 대해서도 조사하고 있다. A 경장은 지난달 22일 경찰서 여자 화장실에 들어간 혐의(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로도 조사받고 있으며 현재 직위 해제가 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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