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0자씩 채우던 예전 자소서가 양반이었네." 이번 하반기 채용부터 연령·학력 기준과 자기소개서를 폐지한다는 SK하이닉스의 발표는 세간의 뜨거운 호응을 이끌어냈지만 정작 취업준비생들은 볼멘소리를 한다. 600자의 팀워크와 도전 경험 항목이 사라진 자리에 '반도체 전문성'과 '인공지능(AI) 활용 역량' 2000자가 들어왔기 때문이다. 취준생에게 '2000자의 압박'은 상당하다. 밀도 높은 경험 없이는 채우기 어려운 분량 아닌가.
SK하이닉스는 또 올해 4분기에 'AI 해커톤 공모전'을 열어 우수 참가자들에게 면접 직행의 기회를 준다. 지원자는 현장의 문제를 AI로 해결하는 챌린지를 하게 되는데 "해커톤은 소프트웨어 회사의 전유물 아니야?"했던 분이라면 다소 의아할 터. 왜 반도체 회사인 SK하이닉스가 AI 활용 역량을 내세운 걸까. "이미 범용AI 시대가 왔다"는 젠슨 황의 선언처럼 AI의 발전 속도가 상상 이상으로 빨라져 AI를 잘 쓰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 사이에 생산성 격차가 크게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1조원 유니콘(기업가치 1조원 이상 비상장 스타트업)이 탄생하기 위해 과거에 최소 10명의 창업팀이 필요했다면 지금은 1명으로 가능하다고 하고, 실제 AI 팀원들과 창업한 1인 사업가가 늘고 있다. "열 대의 맥북만 있으면 사업이 돌아간다"고 밝힌 한 창업가는 각 AI 팀원에게 PM, 개발, 마케팅, 법무, 리서치 등의 역할을 맡기고 문제를 던져주면 서로 의논해서 결과물을 낸다. AI를 잘 쓰는 사람 하나가 10명, 100명 역할을 해낼 수 있다면 기업이 사활을 걸 수밖에 없지 않을까.
다른 기업들도 마찬가지다. 현대자동차는 올해 상반기 상품전략 직무 채용 공고에서 '결과물 제작이 가능한 수준의 AI 활용 역량 보유자'라는 우대 조건을 제시했다. 코스맥스 역시 'AI 활용 역량 우수자' 우대 조항을 내걸고, 자기소개서에도 'AI를 활용해 효율을 높인 경험' 문항을 추가했다. 채용 공고에 AI 역량을 강조한 기업은 수도 없이 많다.
그렇다면 취준생들은 기업이 원하는 AI 활용 역량을 어떻게 빠르게 키울 수 있을까. 이 문제부터 AI와 함께 풀어보길 바란다. 필자의 AI는 영특하게도 '공부부터 하지 말고 일부터 시켜라'라고 조언한다. 엑셀, PPT, 콘텐츠 제작 등 지금 하는 일 하나를 AI와 함께 끝까지 해보라는 것. 이 과정을 통해 기존보다 얼마나 시간을 줄이고, 생산성을 높였는지 결과가 도출되고, 이를 경험 기술서에 풀어낼 수 있다는 것이다. 단, 이 정도는 이미 모든 취준생이 하고 있다. SK하이닉스 지원자들이 커뮤니티에 공유한 글에 따르면 '머신러닝 기반, 메모리 웨이퍼 수율의 이상 징후 자동 예측 시스템 구축' 같이 전문적이고 직무와 근접한 AI 활용 경험을 기술하고 있음을 참고하자.
필자는 팀워크와 AI 활용 역량을 한꺼번에 올릴 수 있는 '팀 프로젝트'를 추천한다. 회사 일은 대부분 협업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1인 활동보다 팀 프로젝트 경험에 더 큰 가치를 부여한다. 공모전 수상 등의 목표가 있다면 더욱 좋다. 추가 팁 하나. 팀을 짤 때 '장비나 소재' 파트 전공자와 함께하라는 것. 기업이 겪는 문제를 보다 입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어 프로젝트 주제를 뾰족하게 만드는 데 도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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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숙은 취업의뼈대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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