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 호황에도 업종별 주가 온도차…여행 -2.6%·면세·도소매 -38.3%
방한객 1071만·카드지출 10조 돌파…면세 객단가는 15% 감소
플랫폼·개별여행 확산…의료·숙박·식음·체험으로 넓어진 소비처

올 상반기 외국인 관광객 1071만명, 카드로 쓴 돈 10조원. 한국 관광은 분명 호황인데 면세점에서는 한 사람당 쓰는 돈이 오히려 줄었다. 대신 피부미용과 숙박, 식음료, 체험으로 지갑이 더 크게 열렸다. 여행사를 거쳐 면세점으로 향하던 소비 경로가 플랫폼과 개별여행을 타고 여러 갈래로 흩어지면서 관광 관련 업종의 주가 낙폭도 크게 갈렸다. 'K관광의 돈길'이 바뀌고 있다.


서울 명동에서 쇼핑 즐기는 외국인 관광객들. 연합뉴스

서울 명동에서 쇼핑 즐기는 외국인 관광객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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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한국문화관광연구원에 따르면 7월 관광 관련 상장사 가운데 여행업종 지수는 전월보다 2.6% 하락했지만 면세점·도소매 관련 업종은 38.3% 떨어졌다. 호텔(-8.5%), 항공·렌터카(-6.0%), 카지노(-8.9%), 테마파크 관련 업종(-17.2%)도 하락했지만, 낙폭은 업종별로 크게 갈렸다. 연구원이 관광·연관산업 상장사 30곳을 묶어 산출하는 관광산업 주가지수(TS-30)는 같은 기간 18.3% 낮아졌다. 연구원은 국내 증시 전반의 조정 국면도 지수 하락에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관광시장 자체가 꺾인 것은 아니다. 올해 상반기 방한 외국인은 1071만명으로 전년 동기보다 21.3% 증가했다. 6월에만 199만3128명이 한국을 찾아 전년보다 23.1% 늘었다. 외국인의 국내 카드 관광지출액은 상반기 10조389억원으로 1년 전보다 50.8% 증가했다. 관광객이 늘어난 속도보다 국내에서 쓰는 돈이 증가한 속도가 두 배 이상 빨랐다. 6월 관광수지도 5억9660만달러 흑자를 기록하며 4개월 연속 흑자를 이어갔다.


문제는 '얼마나 썼느냐'보다 '어디에 썼느냐'다. BC카드가 올 상반기 외국인 이용 카드 약 330만장을 분석한 결과 카드 이용금액은 전년보다 53.6%, 결제 건수는 40.3% 증가했다. 결제 건수 증가율을 업종별로 보면 체험·여가가 121.7%로 가장 높았고 의료 75.3%, 식음료 58.1%, 이동 56.5%, 숙박 36.1%가 뒤를 이었다. 쇼핑도 31.4% 늘었지만, 증가 속도는 이들 업종보다 느렸다.

특히 의료와 K뷰티로 향하는 돈이 가파르게 늘었다. 상반기 외국인의 의료 이용금액은 전년보다 98% 증가했고 피부미용은 109.8% 뛰었다. 피부미용이 외국인 의료 소비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최근 3년 사이 32.6%에서 67.5%로 높아졌다. 약국과 한방 의료 소비 역시 크게 늘었다. 단순히 관광지를 보고 쇼핑하는 여행에서 한국의 의료·미용과 생활문화를 함께 경험하는 '복합 목적형 여행'으로 소비가 넓어지는 모습이다.


면세점에서는 정반대의 신호가 나타났다. 지난 6월 국내 면세점을 이용한 외국인은 127만9206명으로 전년 동월보다 31.9% 증가했다. 외국인 매출도 9176억원으로 11.6% 늘었다. 하지만 사람 증가 속도를 매출이 따라가지 못하면서 외국인 1인당 구매액은 약 71만7000원으로 15.4% 감소했다. 과거 고액 구매 중심의 면세 소비가 약해지고 개별관광객의 소비처가 다양해지는 흐름과 맞물린 것으로 풀이된다.

7월 관광 관련 상장사 업종별 주가 흐름.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의 7월 관광산업 TS-30 전체 지수는 전월 대비 18.3% 하락했다. 업종별로는 면세점·도소매 관련 업종이 38.3% 떨어져 낙폭이 가장 컸고, 테마파크(-17.2%), 카지노(-8.9%), 호텔(-8.5%), 항공·렌터카(-6.0%), 여행(-2.6%) 순으로 하락했다. 출처=한국문화관광연구원

7월 관광 관련 상장사 업종별 주가 흐름.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의 7월 관광산업 TS-30 전체 지수는 전월 대비 18.3% 하락했다. 업종별로는 면세점·도소매 관련 업종이 38.3% 떨어져 낙폭이 가장 컸고, 테마파크(-17.2%), 카지노(-8.9%), 호텔(-8.5%), 항공·렌터카(-6.0%), 여행(-2.6%) 순으로 하락했다. 출처=한국문화관광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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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관광객이 면세점을 외면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면세 매출 자체는 늘고 있다. 다만 관광객과 전체 관광 소비의 증가 폭에 비해 면세점의 성장 속도가 상대적으로 느리다는 점이 중요하다. 상반기 방한객은 21.3%, 카드 관광 지출은 50.8% 늘었지만, 면세점에서는 한 사람당 구매액이 낮아졌다. 늘어난 관광 소비가 한두 전통 업종에 집중되기보다 여러 생활 서비스로 퍼지고 있다고 분석한다.


여행 방식의 변화는 소비 경로를 바꾸고 있다. 패키지여행을 구매하고 여행사의 안내에 따라 정해진 쇼핑 시설을 방문하던 방식에서 벗어나 항공권과 숙박을 플랫폼에서 직접 예약하는 개별관광객(FIT)이 늘면서다. 한국에 도착한 뒤에도 지출은 면세쇼핑에 머물지 않고 음식점과 카페, 피부과와 약국, 공연과 체험시설 등으로 흩어진다. BC카드 분석에서 부산과 제주지역 외국인 결제 건수가 각각 57.9%, 63.7% 증가한 것도 소비지역이 넓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관광 관련 기업의 주가 낙폭에서도 이런 차이가 나타났다. 7월 여행업종은 비교적 소폭 하락한 반면 면세점·도소매 관련 업종의 낙폭은 두드러졌다. 국내 증시 전반의 조정과 기업별 사업구조·규제 등 여러 요인이 함께 작용한 만큼 주가만으로 관광 경기를 판단할 수는 없다. 다만 방한객과 관광 소비 증가가 여행사·면세점 등 전통 관광업종 전반의 수혜로 일률적으로 이어지지 않는 흐름은 최근 소비구조 변화와 맞닿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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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수엽 한국문화관광연구원 연구위원은 "여행 소비의 출발점이 여행사에서 플랫폼으로 옮아갔고, 개별여행객이 항공권과 숙박을 직접 예약하면서 소비가 여러 곳으로 분산돼 전통 관광기업으로 들어가는 돈은 과거보다 줄었다"며 "코로나19 이후 이런 변화가 더 빨라지면서 관광객과 소비가 늘어도 그 수혜가 여행사나 면세점에 과거처럼 집중되는 구조는 약해졌다"고 말했다.


김희윤 기자 film4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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