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BOK 경제연구
북한 1인당 GNI, 세계 최하위그룹…韓과 29배差
'비공식 시장' 비중 커졌지만 법·제도 부재로 양극화
극심한 가뭄 충격에 양극화 더 심해져

북한의 1인당 국민총소득(GNI)이 세계 최하위 수준에 머물러 있는 가운데 10여년 전 극심한 가뭄 이후 소득 양극화가 더 심화했다는 한국은행의 분석 결과가 나왔다.


공식 경제체제인 배급시스템이 무력화된 이후 비공식 시장경제인 '장마당 경제' 비중이 커졌지만 이를 뒷받침하는 법적·제도적 보호장치 확립되지 못하며 부의 양극화를 심화시켰다는 지적이다.

북한 양강도 혜산시의 장마당에 마스크를 쓴 이들이 분주하게 오가고 있다. 연합뉴스

북한 양강도 혜산시의 장마당에 마스크를 쓴 이들이 분주하게 오가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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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한은 경제연구원은 'BOK 경제연구: 북한의 준시장화와 소득양극화, 2014~2015년 경제충격 사례'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이번 보고서는 한은 경제연구원 경제안보연구실의 조용신 부연구위원이 작성했다.

한은의 북한 GNI 추계자료에 따르면 북한의 1인당 명목 GNI는 2024년 기준 172만원으로 한국과 29배 차이가 난다. 이는 세계은행(WB)의 소득그룹 구분 기준 중 최하위그룹인 '저소득(지난해 기준 1175달러 이하) 그룹'과 유사한 수준이다.


연구진은 북한 내 소득 양극화가 10여년 전 극심한 가뭄이라는 외생적 충격을 만나 더 심화됐다고 분석했다.

2011~2020년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에서 실시한 북한이탈주민대상 설문조사 자료를 활용해 외생적 경제충격 이후 소득분포에 유의한 변화가 있었는지, 특히 하위층 변화를 분석한 결과다.


분석 결과 북한의 비공식 소득양극화는 외생적 충격 이전 시기(2011~2014년) 대비 충격 이후(2015~2019년)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심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두 기간의 전체 양극화 지수는 0.2548로 하위 양극화 지수가 0.3572, 상위 양극화 지수는 0.1523으로 집계됐다. 즉, 2014~2015년 극심한 가뭄 이후 비공식 소득 양극화 수준이 약 25.5%포인트 심화했는데, 이는 중간 소득층이 하위 소득으로 내려가면서 양극화가 심화됐다는 얘기다.


특히 중위수 변화 효과를 제거하고 분포 형태 변화만 추출했을 때는 하위 10% 이하 구간의 상대적 밀도가 충격 이전 대비 4.5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미 확대된 양극화는 경제충격 이후 북한의 시장경제가 회복기로 접어든 후에도 상당기간 유지됐던 것으로 분석됐다.


하위층이 가뭄과 같은 외생적 충격에 더 크게 노출되는 현상은 북한의 경제체제가 공식과 비공식으로 이원화된, 독특한 구조를 갖고 있기 때문이라고 보고서는 짚었다.


북한에서는 1990년대 중후반 심각한 경제난으로 사회주의 배급시스템이 무력화된 이후 농촌을 중심으로 생산자와 소비자가 농산물을 직거래하는 '장마당 경제'가 확산되기 시작했다. 소규모였던 비공식 시장부문은 2000년대 들어 대규모 종합시장을 형성했고, 거래품목도 일반 소비재까지 확장됐다. 최근에는 노동·자본 등의 생산요소에도 시장기제가 작동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관련 연구에 따르면 일반 주민들은 총소득의 70% 정도를 비공식 시장부문에 의존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하지만 광범위한 시장활동 확산에도 공정경쟁 관련 제도나 조세·분배제도, 사유재산권 등 시장 기제를 뒷받침하는 법적·제도적 보호장치가 확립되지 못했다. 이로 인해 경제적 기회가 정치적 연줄이나 자본 접근성에 따라 불균등하게 배분되는 '준시장화' 성격이 강하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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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부연구위원은 "이번 결과는 준시장화 상황에서의 외생적 경제 충격이 정치적 연줄 의존재, 높은 자본 접근성 등 경제적 기반이 비교적 견고한 상위계층에게는 지대추구, 무위험 차익거래 등을 통해 경제적 이익을 소폭이나마 증가시킬 수 있는 기회로 작용했을 것"이라며 "반면 상대적으로 경제적 기반이 취약한 중하위계층은 충격을 그대로 흡수하게 되는 비대칭적 결과를 초래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김혜민 기자 hm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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