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서구 아파트값 9%↑…작년의 4배
화곡동 빌라 전셋값, 매매가격 턱밑
공급대책은 시차…당장 저가주택 부족
"지금도 조용하잖아요. 손님도 없고, 물건도 없어요."
서울 강서구 화곡역 인근 A중개업소 대표는 텅 빈 사무실을 가리키며 "올해 상반기 매수 수요가 휩쓸고 간 뒤라 가을 이사철을 앞두고도 잠잠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아파트 매수를 포기한 수요자들이 대체재를 찾으면서 서울에서 거래가 가장 많은 연립·다세대(빌라) 시장부터 매물이 자취를 감추는 모습이다.
대체재 찾는 수요에 빌라 거래 집중…전셋값, 매매가 추격
빌라로 수요를 밀어낸 배경에는 가파른 아파트값 상승이 자리 잡고 있다. 23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한국부동산원이 최근 발표한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을 보면 8월 셋째 주(17일 기준) 강서구 매매가격지수는 전주 대비 0.28% 올랐다. 상승 폭은 3주 연속 커졌다. 누적 상승률은 9.56%로 지난해 같은 기간(2%)의 4배를 웃돌았다. 전셋값도 5.63% 뛰었다. 지난해 같은 기간 상승률은 2.04%였다.
아파트 진입 문턱이 높아지자 올해 상반기 비교적 값이 싼 화곡동 빌라 시장으로 매매, 임대차 수요가 집중됐다. 화곡동은 오래된 붉은 벽돌 빌라와 신축 다세대주택이 골목마다 섞인 동네로 서울에서 거래가 가장 활발하다. 올해 들어 지난 21일까지 화곡동에서 체결된 빌라 매매는 1253건, 전월세는 3686건이다. 모두 서울 법정동 가운데 가장 많다. 하루 평균 매매 5.4건, 전월세 15.8건꼴이다.
전세 수요가 빌라로 몰리면서 전셋값이 매매가격을 빠르게 따라붙었다. 아시아경제가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을 분석한 결과 올들어 이달 21일까지 화곡동 전용 40㎡ 이하 연립·다세대의 신규 중위 전셋값은 1억8200만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억7000만원)보다 7.1% 올랐다. 같은 면적 매매 중위가격은 2억1610만원에서 2억500만원으로 5.1% 낮아졌다. 매매가격과 전셋값 격차는 4610만원에서 2300만원으로 절반 가까이 줄었다.
통상 빌라촌은 아파트를 매수하기 전 자금을 모으며 거쳐 가는 주거 사다리로 꼽힌다. 화곡동 B중개업소 대표는 "화곡동에 사는 직장인이나 신혼부부도 이곳을 잠시 머무는 동네로 생각한다"며 "전월세로 살다가 나중에 아파트로 옮기려는 사람이 많다"고 했다. 그는 이어 "돈이 없어서 빌라에 살기는 해도 자기 이름으로 소유하려고 하지는 않는다"며 "나중에 처분하기도 어렵지 않으냐"고 했다.
하지만 전세 매물이 말라붙은 데다 매매가격과 전셋값 격차가 2000만원 남짓까지 좁혀지자 아예 주택 매수를 선택하는 이들이 늘어난 양상이다. 화곡동 C중개업소 대표는 "전셋값이 너무 오르다 보니 전세로 살 바에는 차라리 집을 사겠다는 사람이 많아졌다"며 "올해 3~4월에는 전세를 찾던 젊은 층과 신혼부부도 매매에 나섰다. 살 사람들은 그때 이미 다 샀고 지금은 물건도 없다"고 했다.
실제 화곡동 빌라 매매는 지난 3월 226건으로 정점을 찍은 뒤 4월 196건, 5월 184건, 6월 174건, 7월 151건으로 감소세로 돌아섰다. 4개월 사이 33% 줄었다. 계약 해제 건은 집계에서 뺐다.
전세사기 여파 신축 '뚝'·공급 대책은 시차…중저가 주택 강세 이어질 듯
여기에 신축 공급마저 끊기며 매물난을 키웠다. 화곡동 D중개업소 대표는 "이 동네에서 빌라를 새로 짓는 사람이 사라진 지 5~6년은 된 것 같다"며 "자잿값은 올랐고 분양도 쉽지 않다 보니 새 물건이 나오지 않는다"고 했다.
빌라 공급 감소는 전세사기 이후 더 빨라졌다. 전세사기로 빌라 시장의 신뢰가 무너졌고,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경색으로 사업성까지 나빠져 공급이 끊겼다. 정부가 뒤늦게 공급 회복에 나섰지만 당장 들어갈 집은 부족하다.
정부는 지난 13일 내놓은 주택 신속공급 방안에서 2022년 이후 이어진 착공 부진과 민간·일반주택 공급 회복 지연을 집값과 임대료 상승 원인으로 꼽았다. 다세대·다가구 건축 규제를 풀고 사업자 금융 지원을 늘리기로 했지만 새집이 실제 시장에 나오기까지는 시간이 걸린다. 그 사이 실수요자는 전세도 구하지 못하고 빌라도 선뜻 사지 못하는 처지에 놓였다.
빌라 전월세 거래가 서울에서 두 번째로 많은 관악구 신림동도 비슷하다. 전월세는 물론 저렴한 매매 물건까지 씨가 말랐다. 신림동 한 중개업소 대표는 "가을 이사철을 앞두고 전셋집을 찾으러 오는 직장인, 청년층 문의는 꾸준하지만 전세가 워낙 없다 보니 반전세나 매매로 돌리기도 한다"며 "상반기에 싼 집이 이미 다 빠진 상태라 매매로 이어지긴 쉽지 않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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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급 부족과 전월세 상승세가 이어지면서 서울 중저가 주택 가격은 쉽게 꺾이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배상영 대신증권 연구원은 최근 '부동산 세제개편 영향: 늘어나는 매도 물량만큼 줄어들 임대 물량'이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대출 규제가 강한 데다 2030년까지 아파트를 중심으로 공급 물량이 부족하다"며 "중저가 주택 시장은 임대료 상승세가 강하고 전세가율(매매가격 대비 전셋값 비율)도 높아 가격 하락으로 돌아설 가능성이 크지 않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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