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탄화력 폐쇄’ 보령, 데이터센터 도시로 다시 태어날 수 있을까[AIDC 시대의 공존법](18)
ⅥI. 탈바꿈하는 데이터센터
인구 감소하는 보령의 변신
지역 경제 활성화·일자리 창출 기대
"여기서부터 저 끝까지가 모두 데이터센터가 들어설 곳입니다."
지난 6월 충남 보령 웅천산업단지에서 만난 보령시청 김인성 기업유치지원팀장은 드넓게 펼쳐진 공터를 가리키며 말했다. 여름이라 수풀이 무성했지만 정방형으로 잘 조성된 부지는 데이터센터가 들어서기에 딱 적당해 보였다.
지난해 11월 충남도와 보령시, 웅천AI캠퍼스(에프엔디파트너스가 설립한 특수목적법인)는 이곳에 2029년까지 2조원을 들여 AI에 특화한 첨단 데이터센터를 건립하는 내용의 업무 협약을 체결했다. 부지 규모만 10만3109㎡로, 축구장 14개를 합친 것보다 크다. 김 팀장은 "타워형으로 지어지는 도심형 데이터센터와 달리 이곳은 미국처럼 평면형으로 건설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전력계통 영향평가 완료…전력·물 공급 유리
2조원 규모의 사업 계획이 공개될 당시 의심의 눈초리로 보는 이들도 없지 않았다. 그럴듯한 발표만 있고 실체는 없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사업 주체인 웅천AI캠퍼스는 지난 6월 한국전력으로부터 전력계통영향평가를 완료하는 등의 성과를 거두었다. 하지만 아직 입주 기업을 찾지 못한 상태다. 입주 기업을 확정해야 데이터센터 건설을 위한 자금을 모으고 착공에 들어갈 수 있다. 웅천AI캠퍼스는 에프엔디파트너스가 설립한 특수목적법인(SPC)이다.
김용호 웅천AI캠퍼스(에프엔디파트너스) 대표는 최근 아시아경제와 만나 "글로벌 빅테크 및 국내 IT 대기업들과 입주 관련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며 "2027년에는 가시적인 성과가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평면형으로 설계하기 때문에 실제 건설 기간은 1년 반이면 충분하다는 설명도 이어졌다. 평면형은 타워형에 비해 공사 기간을 단축할 수 있다.
보령 웅천산업단지는 충남 서남부에 위치해 있다. 그동안 이 지역에 대규모 AI데이터센터가 건설된 적은 없다. 이에 대해 김 대표는 "전력계통영향평가 등의 제한으로 인해 앞으로 수도권에 수백 메가와트(㎿)급의 AIDC를 지을 수 없다"며 "충청권의 여러 지역을 검토한 결과 전기와 물 공급 등을 고려할 때 보령이 가장 적합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보령은 AI 데이터센터 입지에 필수적인 전기와 물을 공급받는데 유리하다는 설명이다. 웅천산업단지 인근에 석탄화력발전소가 위치해 있으며 보령댐을 통해 용수도 원활하게 공급받을 수 있다.
웅천산업단지에 들어설 AIDC는 우선 100㎿급으로 추진되지만, 향후 기업의 요구에 따라 얼마든지 확장 가능하다. 김 대표는 "초기에 100㎿ 용량을 신청했으나 사업 진행 상황에 따라 향후 400㎿까지 수전 용량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웅천산업단지에서 서해안고속도로 무창포IC까지는 자동차로 5분 이내 거리여서 수도권 접근성도 나쁘지 않다.
웅천산업단지에 들어설 AIDC는 약 8㎞ 떨어져 있는 대천변전소를 통해 전력을 공급받을 계획이다. 154킬로볼트(㎸)급 송전선로는 지중화를 통해 지역민과의 갈등을 최소화한다는 방침이다. 화력발전의 안정적인 전력망을 우선 활용하되 단계적으로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를 확대할 계획이다. 김 대표는 "보령 태양광 집적화단지 사업체 참여하고 직접 전력구매계약(PPA)를 체결해 RE100(재생에너지 100% 조달)을 일부 충족하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석재 산업에서 디지털 도시로 탈바꿈
무엇보다 보령시가 AIDC 유치에 매우 적극적이다. 보령은 AI 데이터센터 유치를 통해 디지털산업 도시로 변모하겠다는 구상을 갖고 있다.
보령은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인구감소 지역중 하나다. 여름 성수기 대천해수욕장을 찾는 이들이 많아 생활 인구는 많지만 이곳에 터를 잡고 살고 있는 정주 인구는 매년 줄고 있다. 보령시 인구는 2025년 말 9만2000명에 불과하다. 2024년 1900명, 2025년 1600명이 각각 감소했다.
비석에 주로 사용하는 '오석' 산지로 유명했던 보령은 과거 석재 산업이 번창했다. 하지만 화장 문화가 정착되면서 석재산업은 뒤안길로 접어들었다. 산업 기반도 취약하다. 보령시에 있는 제조업체의 95%가 직원 10명 미만의 소기업이다.
특히 석탄화력 폐쇄는 인구 감소 등 지역 경제에 직격탄이 되고 있다. 2020년 보령화력 1, 2호기가 폐쇄될 때는 인구 1800명이 줄어들었다. 2027년에는 보령 5, 6호기가 폐쇄될 예정이다. 2030년대 후반까지 보령화력 3, 4, 7, 8호기가 줄줄이 문을 닫는다. 앞으로 인력 유출이 가속화하고 지역 경제 침체로 이어질 수 있다.
석재 산업의 사양화와 석탄화력 폐쇄에 직면한 보령은 새로운 미래 성장 동력 확보가 시급한 상황이다. 그 돌파구중 하나로 삼은 것이 AIDC와 같은 '첨단 지산지소형 기업유치'다. 김인성 보령시청 팀장은 "AI 데이터센터 유치는 수소특화단지, 에너지 기회발전특구, 해상풍력단지, 태양열집적화단지 등 보령시가 추진하고 있는 탄소중립 신재생에너지와 AI 대전환 시대 정책과도 잘 맞아떨어진다"고 설명했다.
보령시는 AI 데이터센터가 들어서면 다양한 상생 협력을 통해 지역 경제를 활성화하고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웅천AI캠퍼스가 추진하고 있는 100㎿ 규모의 AI 데이터센터의 경우 직접 고용 인력은 약 120~150명 정도로 추정된다. 이보다 더욱 기대하는 것은 AI 데이터센터를 통한 연구개발(R&D) 생태계 조성이다. 보령시와 웅천AI캠퍼스는 AIDC 일부 공간을 R&D 센터로 조성해 스타트업들이 사용할 수 있도록 제공할 계획이다.
김 팀장은 "사업자와 협의해 AI 서버 일부를 스타트업에 저렴하게 제공하는 등 젊은 청년 창업자 지원 정책을 추진해 창업 인큐베이터 환경을 조성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김 대표도 "AI 데이터센터의 킬로와트(㎾) 당 임대료는 월 25~30만원으로 청년들이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이라며 "서버 일부를 스타트업에 할당하면 수백명의 창업자들이 활동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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