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국내외 경제전문가 14명 설문조사
韓 성장률, 올해 3.2~3.4% 전망 가장 많아…3.8%도
반도체發 내수효과…내년에도 2% 중반 넘을 것
고물가 내년 다소 진정되겠지만…근원물가가 변수
"내년 근원물가 상승률, 소비자물가보다 높을 것"
금리결정 최대 변수도 '고물가·반도체'
오는 27일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결정과 경제전망 발표를 앞두고 국내 대다수 전문가는 올해 우리나라 경제가 3.2~3.4%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해당 문항에 응답한 전문가 전원이 3.0%를 넘길 것으로 봤고, 3.8% 전망까지 나왔다. 올해 높은 성장률에 따른 기저효과에도 불구하고 내년에도 2% 중반대의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했다. 반도체 호황이 설비투자와 민간소비 등 내수 회복을 이끌 것으로 본 결과다.
고(高)물가에 대한 우려는 여전했지만, 내년에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다소 낮아질 것으로 봤다. 다만 반도체 호황의 내수 파급 효과가 수요 측 물가 압력을 높이면서 물가 둔화 속도는 더딜 것으로 예상됐다. 이로 인해 특히 소비자물가에서 에너지와 식료품 가격 등을 제외한 근원물가가 내년까지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봤다. 금리결정의 최대 변수 역시 전문가 대다수가 고물가와 반도체를 꼽았다.
사라진 2%대 성장률 전망…전문가 전망 하단 3.1%·상단 3.8%
23일 아시아경제가 국내 및 외국계 경제연구소·증권사·은행 등의 경제전문가 14명을 대상으로 지난 18일부터 21일까지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응답자 전원(미응답 2명)은 올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이 3.0%를 넘길 것으로 내다봤다. 구체적으로는 3.2%와 3.4%가 각각 3명으로 가장 많았고, 3.3%가 2명으로 뒤를 이었다. 3.6~3.8% 전망도 3명에 달해 3.5%를 상회할 것이라는 전망도 적지 않았다.
지난달 설문조사 당시 응답자 11명 중 5명(45%)이 2%대 전망을 유지했던 것과 비교하면 한 달 만에 우리나라 경제가 예상보다 더 높은 성장세를 보일 것이라고 전망한 이들이 늘어난 셈이다. 이에 응답자 전원(미응답 4명)은 한은 역시 8월 경제전망에서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3%대로 높일 것으로 예상했다. 세부적으로 보면 3.2%가 3명, 3.3%와 3.4%가 각각 2명이었다. 이 밖에 3.0%와 3.1%, 3.5%가 각각 1명으로 뒤를 이었다. 한은은 지난 5월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2.6%로 상향 조정한 바 있다.
올해 3%대의 높은 성장세 전망은 초호황기에 접어든 반도체 슈퍼사이클이 수출 호황은 물론 내수까지 개선할 것이라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안재균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반도체 중심 수출 호조세와 소득여건 개선 속 설비투자, 정부지출 확대로 연간 3%대 성장률을 무난히 달성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준희 NH금융연구소 책임연구원 역시 "반도체 중심의 수출과 설비투자 호조가 예상보다 강한 성장세를 견인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윤여삼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상반기에만 2% 후반대 성장을 미리 달성했다"며 "하반기 탄력이 둔화돼도 3% 중반 성장이 가능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내년에는 반도체의 내수 확산 효과가 본격적으로 나타나며 잠재성장률을 웃도는 높은 성장세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해당 문항에 응답한 12명 중 9명(75%)은 내년 2.3~2.5% 수준의 성장률을 예상했다. 구체적으로는 2.5%가 4명으로 가장 많았고 2.4%가 3명, 2.3%가 2명이었다. 나머지 3명은 내년에도 3.0%를 넘길 것으로 전망했다.
허문종 우리금융경영연구소 센터장은 "기저효과에 따른 성장률 둔화에도 AI 관련 자본지출 확대와 적극적 재정기조가 지속되며 잠재성장률을 상회할 것"이라고 말했다. 2.5%를 전망한 백윤민 교보증권 연구원 역시 "반도체 업계의 병목현상을 감안하면 수출증가율 둔화세가 과거처럼 빠르지 않을 수 있다"며 "AI 데이터센터 투자가 건설업과 인프라 업종으로 확산되며 내년에는 국내 투자가 성장률을 견인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이어 "양호한 법인세 세수로 인해 정부지출도 확대되며 성장률 하단을 지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가장 높은 3.3%를 전망한 박석길 JP모건 이코노미스트는 "교역조건과 기업이윤 개선으로 인한 설비투자 증가는 시차를 두고 내년까지도 강한 성장세의 상방 압력을 줄 수 있다"고 이유를 밝혔다.
반도체發 칩플레이션·소비회복, 근원물가에 부담…내년 소비자물가 < 근원물가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해당 문항에 응답한 12명 중 7명이 한은의 5월 전망치인 2.7%를 예상해 가장 많았다. 이어 2.6%와 2.8%가 각각 2명, 3.0%가 1명으로 대부분 2.6~2.8%의 높은 상승률을 예상했다. 석유류 최고가격제 시행과 유류세 인하 등 정부 정책으로 유가 충격이 예상보다 크지 않았지만, 중동 전쟁 장기화와 이에 따른 7월 유가 반등세가 물가의 하방 경직성을 지속시킬 것으로 봤다. 백윤민 연구원은 "미국과 이란의 전쟁이 예상보다 길어지며 국제유가도 7월 저점에서 반등 양상이 지속되고 있다"며 "물가 피크아웃이 예상보다 더디게 진행될 가능성이 존재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내년에는 국제유가가 다소 하향 안정되면서 소비자물가 상승률도 올해보다 낮아질 것으로 해당 문항에 응답한 12명 전원이 예상했다. 구체적으로 2.3~2.4%가 7명으로 가장 많았고, 2.5%가 2명이었다. 다만 올해보다 물가 상승률 수준은 낮아지겠지만 둔화 속도는 더딜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백윤민 연구원은 "국제유가가 올해 하반기 피크아웃하며 내년에는 물가 레벨이 낮아지겠지만, 고소득층을 중심으로 내수 소비가 유지되고 외국인 관광객이 지속 유입되며 물가 하단도 과거보다 높아질 전망"이라고 밝혔다.
통화정책의 주요 변수로 떠오른 근원물가는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높은 수준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됐다. 근원물가는 소비자물가에서 에너지와 식료품 등 변동성이 큰 품목을 제외한 것으로, 물가의 기초 체력을 보여주는 지표다. 한 번 오르면 잘 떨어지지 않아 물가의 장기 흐름을 파악하는 지표로 활용되기도 한다.
전문가 대다수(8명·미응답 4명)는 올해 근원물가 상승률이 한은의 5월 전망치인 2.4%를 웃돌 것이라고 예상했다. 세부적으로 보면 2.5%가 4명으로 가장 많았고, 2.6%가 3명이었다. 2.7%를 예상한 전문가도 있었다. 이들은 고유가에 따른 석유제품 가격 상승 등 2차 파급 영향과 반도체 가격 상승에 따른 IT 제품 가격 인상 그리고 반도체발(發) 소득 여건 개선이 소비 회복으로 이어지며 근원물가를 높일 것으로 봤다. 조용구 신영증권 연구원은 "칩플레이션과 수요 측면의 상승 압력이 일부 반영돼 기존 전망을 다소 상회할 것"이라고 말했다.
내년에도 근원물가 상승률은 더디게 내려올 것으로 봤다. 세부적으로 전문가 10명 중 3명은 한은의 5월 전망치와 같은 2.3%를 예상했으며, 2.4%와 2.5%가 각각 2명이었다. 2.6~2.7% 수준을 예상한 전문가(2명)도 있었다. 응답자 10명 중 6명은 내년 소비자물가보다 근원물가가 더 높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사회 전반의 기초 물가 압력이 내년에도 여전히 높을 수 있다는 얘기다. 2.7%를 전망한 안재균 연구원은 "IT제품 중심의 내구재와 석유제품 가격 오름세로 근원물가 상승세는 올해 4분기까지 지속될 것"이라며 "내년에는 소득여건 개선으로 소비가 회복되며 근원물가 하방을 경직적으로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백윤민 연구원 역시 "내수 소비와 정부 지출 증가 영향에 내년에도 제한적으로 하락할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금리 결정 변수, 고물가+반도체 함께 꼽아…"환율·美 통화정책·부동산도 무시 못 해"
이달 기준금리는 동결과 인상을 두고 예측이 어려운 가운데 금리 결정에 영향을 줄 가장 큰 변수로는 높은 물가와 반도체발(發) 수출 호조를 꼽은 전문가들이 많았다. 응답자 11명 중 7명(복수응답·미응답 3명)이 유가와 고유가로 인한 고물가를 꼽았다. 이어 반도체 슈퍼사이클에 따른 수출 호조가 6명으로 뒤를 이었다. 수요압력에 따른 고물가(3명)를 함께 꼽은 이들도 많았다. 높은 물가는 금리 인상 요인, 수출 호조세는 금리를 올릴 때 느끼는 부담을 낮추는 요인이자 물가 압력을 높이는 요인으로 인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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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재균 연구원은 "상반기 소득여건 개선세가 급격히 발생해 향후 내수를 진작시킬 가능성이 커졌다"며 "한은도 수요측 물가상승 여부에 당분간 초점을 맞추며 통화정책을 운영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준희 책임연구원 역시 "고유가에 따른 비용측 물가압력과 소득 증가·소비 회복에 따른 수요측 물가압력이 향후 통화정책 경로를 결정하는 핵심 변수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환율(4명) 역시 무시할 수 없는 변수로 꼽혔다. 백윤민 연구원은 "통화정책 결정에서 물가가 가장 중요하겠지만, 환율 역시 정책 판단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라며 "최근 같이 원·달러 환율 하락이 지속될 경우 금리인상 부담을 일부 완화해줄 수 있다"고 말했다. 안예하 키움증권 연구원 역시 "물가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유가와 환율 요인도 통화정책의 주요 변수"라고 말했다. 부동산 경기(4명)와 미국의 금리 결정(3명)도 균형 있게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조용구 연구원은 "미국 통화정책은 여전히 중요한 변수"라며 "부동산 경기 과열 역시 진정되지 않을 경우 최종금리 수준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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