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개월 무기항 작전에 식량 바닥
육상 교두보 마련없이 무리한 작전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

■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마예나 PD

■ 출연 : 이현우 기자


세계 최강으로 불리는 미군 핵추진 항공모함에서 식량과 생필품이 바닥나 전세계적으로 화제가 됐다. 이란 전쟁이 장기화하면서 중동 해역에 발이 묶였던 에이브러햄 링컨함(CVN-72)에서 실제 발생한 일이었다. 승조원들의 투신 시도와 정신건강 악화가 극심해지자 미 정계에서도 논란이 커지고 있다. 충분한 준비없이 단기전을 기대했던 이란전이 장기화되면서 생긴 비극으로 분석되고 있다.

9개월간 이어진 선상 작전…식량·생필품 배급제로 변경

미 해군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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링컨함은 당초 지난 5월에 임무를 마치고 돌아올 예정이었지만, 이란전쟁이 길어지면서 복귀 일정이 두 차례 미뤄졌고, 중동 재배치를 포함한 전체 작전 기간은 9개월째로 접어들었다. 여기에 이란의 집요한 중동 내 미군기지 공습이 더해지며 링컨함으로의 보급은 제대로 이뤄지기 어려웠다.

배수량 10만톤(t)급의 거대 함정에 승조원 약 5000명이 탔던 링컨함은 그 자체로 작은 도시 규모의 식량이 매일 소모돼야했다. 하지만 지난 4월말부터 이미 신선 식재료 공급이 사실상 중단되면서 비상식량 위주로 버텨야했다. 이달 들어서는 비누와 세제 같은 생필품까지 배급 대상이 됐다. 또한 이란의 무인기(드론)과 탄도미사일 공격이 이어져 항공 수송로까지 막혔고, 가족과의 통화는 물론 우편물 수령까지 어려워졌다. 고립감이 누적되면서 병사들의 사기가 크게 떨어졌고, 급기야 일부 수병들은 투신 시도까지 벌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은 링컨함의 심각한 식량난과 투신 시도 보도를 부인하며 사실이 크게 왜곡됐다는 취지로 반박했다. 하지만 정작. 최근 함정을 찾은 브래드 쿠퍼 미 중부사령관은 지휘관들에게 장병 정신건강 관리를 당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미군 수뇌부도 링컨함의 귀국을 결정하고, 일본에 주둔 중이던 조지 워싱턴함과 임무 교대결정을 내렸다.

육상 교두보 마련없이 서두른 전쟁…고립무원된 항모선단

미 중부사령부(CENTCOM)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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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군 항공모함에서 상상하기 힘든 식량난이 발생한 주된 원인은 미군이 이번 작전에서 호르무즈 해협 일대에 지상 교두보를 하나도 확보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미군이 중동에서 여러 차례 전쟁을 치르면서도 이런 식의 식량난을 겪지 않았던 것은, 보급로를 먼저 장악하고 보급부대와 물자를 미리 전개해 두는 사전 조달 체계 덕분이었다. 2003년 이라크전에 참전했던 당시 링컨함은 페르시아만 일대에 육상 교두보가 마련되고 보급함과 지상 보급부대가 자리를 잡은 뒤 작전에 투입돼 보급에 차질이 없었다.

이번 이란전쟁에서는 그 준비 단계가 통째로 빠졌다. 배만 떠 있고 뒤를 받쳐줄 기지가 없는 상태에서 전쟁이 길어진 것이다. 본국에서 싣고 온 물자를 소진한 뒤에는 추가 보급을 받을 통로가 마땅치 않았다. 또한 주변 동맹국들의 협조도 받을 수 없었다. 유럽 국가들은 참전은 물론 기지 제공에도 소극적이었고,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 등 중동 국가들도 전쟁 초반 자국으로 불똥이 튈 것을 우려해 군사기지와 보급 물자 제공을 거부했다. 미군은 결국 본토에서 1만킬로미터(㎞) 떨어진 해역에서 사실상 홀로 싸우는 처지가 됐다.


개전 초 미국이 단기전을 상정했다는 점도 오판으로 지목된다. 앞서 베네수엘라에서의 작전처럼 빠르게 끝날 것으로 보고 들어갔지만, 2월 말 본격 투입 이후 6개월이 지나도록 전황은 정리되지 않았다. 준비 없이 들어간 전쟁이 예상보다 길어지면서 예고된 결과가 나타났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이란의 사정은 정반대로 움직였다. 개전 초기에는 수출입 항로가 막히면서 빵조차 구하기 어렵다는 말이 나올 만큼 식량난이 심각했고, 민간의 어려움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그러나 군의 보급 상황은 상당히 개선된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 6월 미국과 종전 협상을 위해 가졌던 60일간의 휴전 기간이 이란에는 재정비의 시간이 됐다는 것이다.


이 기간 이란군은 식량과 무기를 다시 채우는 데 집중했다. 이라크와 바레인 일대 시아파 무장조직을 동원해 물자를 조달했고, 러시아와 연계된 불법 원유 수송 선단인 이른바 '그림자 함대'를 활용해 중국에 원유를 판매한 대금으로 식량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보급에 여유가 생기자 강경파 일각에서는 쿠웨이트 공격이나 독일·프랑스 주둔 미군 기지에 대한 탄도미사일 타격까지 거론하고 있다. 휴전이 협상의 발판이 아니라 상대의 체력 회복 시간이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국 등 동맹국으로 옮겨붙은 불똥…이란전 지원 압박

미국의 이란전 장기화는 곧바로 동맹에 대한 지원 압박으로 이어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잇따라 이재명 대통령과의 통화 내용을 직접 공개하며, 이란 문제와 관련해 도움을 요청했으나 거절당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한 불만을 표시하며 한미연합군사훈련 축소를 지시했다고 언급했고, 방위비 분담금과 대미 투자에 대한 불만도 함께 꺼냈다. 나토 회원국을 향해서도 같은 취지의 압박이 이어지고 있다.


미국으로서는 유럽과 아시아의 주요 동맹이 직간접적으로 참여해야 현재의 물류 문제를 풀 수 있다는 계산이 깔려 있다. 전쟁이 더 길어지면 전투병 파병 요청까지 나올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그러나 한국은 중동에서 원유 대부분을 들여오는 나라다. 이란과의 직접적인 군사 마찰은 원유 수급 안정을 흔들 수 있어 선택이 쉽지 않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 문제를 거론하면서 북한 문제를 함께 꺼낸 점도 부담이다. 지원에 나서지 않을 경우 대북 논의에서 한국을 건너뛸 수 있다는 신호를 보낸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기 때문이다. 정부는 미국과 협의를 이어가고 있다는 입장이지만, 호르무즈 해협 파병이든 물자 지원이든 어떤 형태로든 답을 내놓아야 하는 시점이 다가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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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택지는 단계별로 나뉜다. 의료·수송 지원이나 비전투 물자 제공은 상대적으로 부담이 작지만 미국이 원하는 수준에는 못 미친다. 반대로 호르무즈 해협 인근 해역에 대한 함정 파견은 국회 동의 범위와 작전 구역 문제를 건드린다. 어느 쪽이든 이란과의 관계, 원유 수급, 국내 여론이라는 세 가지 변수를 동시에 만족시키기는 어렵다는 것이 정부의 고민이다.


협의 시한도 촉박하다. 링컨함 교체와 함께 미군의 전력 재배치가 진행되는 동안 미국은 동맹의 기여 여부를 저울질할 가능성이 크다. 지원 논의를 미룰수록 선택지는 좁아지고, 여론이 정리되지 않은 상태에서 등 떠밀리듯 결정할 위험도 커진다. 정치권에서 관련 논의를 더 이상 피해 가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세계 최강 美 항모서 식량난 발생…정계로 확대된 링컨함 논란[시사쇼] 원본보기 아이콘

이현우 기자 knos8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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