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도진 해피문데이 대표 인터뷰
창업 10년, 팸테크 영역 본격 강화
월경 데이터로 체계적 여성 건강관리
생리대 유통구조에 소신 밝혀 화제
"여성 건강관리 방식 혁신할 것"
김도진 해피문데이 대표에게 2016년은 특별한 해로 기억된다. 한 여중생이 생리대를 살 돈이 없어 신발 깔창을 대신 사용했다는 이야기가 보도를 통해 알려진 날, 김 대표는 적잖은 충격을 받았다고 했다. 먹고 입을 것이 넘치는 사회에서 여성이라면 누구나 사용해야 하는 필수품조차 어떤 이들에겐 당연하지 않다는 현실을 마주하면서다.
'질 좋고 저렴한 여성용품을 만들어 보자'던 관심은 창업으로 이어졌다. 대기업 중심의 여성용품 시장에서 김 대표는 유통·운송비와 마케팅비를 대폭 줄인 새로운 모델을 선보여 관심을 받았다. 최근에는 국내 여성용품 가격과 유통 구조에 대한 소신을 공개적으로 밝히며 주목받기도 했다. 김 대표는 이제 월경을 단순한 여성용품의 문제가 아닌 '여성 건강관리'의 차원에서 바라봐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녀를 만나 여성 건강과 팸테크(여성+기술)의 미래에 대해 들어봤다.
-올해 해피문데이 설립 10년 차를 맞았다. 최근 가장 관심을 갖고 있는 문제는 무엇인가.
▲여성용품을 생산하고 공급하는 데서 한발 더 나아가, 여성이 자신의 월경 패턴과 몸의 변화를 이해하고 보다 능동적으로 건강을 관리할 수 있도록 돕는 서비스에 주력하고 있다. 해피문데이의 사업은 크게 여성용품을 직접 만들어 공급하는 '피지컬 케어'와 여성이 스스로 건강을 관리할 수 있도록 돕는 애플리케이션(앱) 기반의 '디지털 케어'로 나뉜다. 현재는 두 번째 영역을 강화하는 단계다. 단순히 월경 주기를 기록하고 알려주는 기능에서 나아가 여성의 건강을 종합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서비스로 앱을 확장하고 있다.
-'팸테크'에 보다 집중해야겠다고 판단한 이유는.
▲생각보다 많은 여성이 자신의 몸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한 채 건강을 관리하고 있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 산업의 관점에서는 '좋은 생리대를 얼마나 저렴하게, 많이 만들어 공급할 것인가'가 중요할 수 있다. 하지만 개별 여성의 입장에서는 '내 몸에는 어떤 제품과 서비스가 필요한지', '그것을 어떻게 찾을 수 있는지'도 중요한 문제다.
지금까지 여성 건강과 관련한 제품과 서비스는 각각 흩어져 있었고, 산업 역시 제품과 공급자를 중심으로 나뉘어 있었다. 앞으로는 여성 한 명 한 명의 몸 상태와 필요를 이해하고 그에 맞는 제품과 서비스를 연결해주는 접근이 필요하다고 봤다. 그런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제조업만으로는 한계가 있고, 팸테크를 비롯한 서비스 영역이 함께 발전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창업 후 많은 여성 고객을 만나왔다. 여성들이 월경 과정에서 가장 크게 겪는 어려움은 무엇이었나.
▲자신의 월경 패턴을 파악하고, 그 패턴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해석하는 일이었다. 가장 기본적으로 월경 주기가 규칙적인지 불규칙한지를 알아야 하고, 다음으로 불규칙하다면 그것이 자연스럽게 나타날 수 있는 범위인지, 원인을 찾아봐야 할 정도인지를 일반인이 스스로 판단하기가 쉽지 않다.
월경전증후군(PMS)도 마찬가지다. 많은 여성이 여러 증상을 겪으면서도 어느 정도까지가 일반적인 수준이고 언제부터 치료가 필요한 상태인지 알기 어렵다. 그러다 증상이 상당히 심각해진 뒤에야 병원을 찾는 경우가 많다. 일상적인 증상을 경험하는 단계와 의료적 개입이 필요한 단계 사이에 일종의 '블랙박스'처럼 비어 있는 영역이 존재해왔던 셈이다.
-그 '비어 있는 영역'을 해결하는 것이 해피문데이가 생각하는 여성 건강관리의 핵심인가.
▲그렇다. 지금까지 여성 건강에 대한 사회적 지원은 생리대가 없거나 난임을 겪는 등 특정한 문제가 발생했을 때 제품이나 비용을 지원하는 방식에 집중돼 있었다. 하지만 여성의 삶을 들여다보면 그사이에도 관리가 필요한 수많은 증상과 단계가 존재한다. 월경은 약 30일을 주기로 반복되고, 나이가 들면서 임신과 출산 등 건강과 관련한 주제도 계속 달라진다.
그 과정에서 여성들이 자신의 몸에 필요한 정보를 체계적으로 제공받아 왔느냐고 하면 그렇지 않다. 불편함이 있어도 '원래 그런 것'이라고 감수하거나 일정 부분 체념해온 부분도 많았다. 그동안 당연하게 받아들였던 불편까지 여성 건강의 문제로 바라보고 해결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올해 초 이재명 대통령의 생리대 가격 발언을 계기로 국내 생리대 가격과 월경권에 대한 논의가 다시 불붙었다. '깔창 생리대' 사건이 있었던 10년 전과 비교하면 월경을 바라보는 사회의 시선도 달라졌다고 보나.
▲크게 달라졌다고 보기는 어렵다. 다만 10년 전에는 '월경권'이라는 개념과 담론 자체가 형성되는 단계였다면, 지금은 월경권이 보장돼야 한다는 데 어느 정도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됐다고 본다. 이제는 '월경권이 필요한가'를 이야기하는 단계를 넘어 이를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논의하는 단계까지는 발전한 셈이다.
다만 여전히 월경권을 바라보는 방식은 단편적이다. 생리대 가격 문제 역시 물가 안정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하다 보니 '저렴한 생리대를 어떻게 공급할 것인가'에 초점이 맞춰졌다. 물론 누구나 부담할 수 있는 가격에 생리대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월경권을 보장하기 위한 기본적인 조건이고, 대통령이 직접 생리대 문제를 언급했다는 것 자체도 의미는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논의가 거기서 그쳐서는 안 된다. 여성이 자신의 몸에서 일어나는 변화에 대해 충분한 정보를 얻고, 월경 주기나 호르몬 변화에 따라 나타나는 증상을 이해해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느냐까지 월경권의 범위를 넓혀야 한다.
-여성 건강 증진을 위한 기술이 저출산과 인구 감소 등 사회 문제 해결에도 기여할 수 있다고 강조해왔다. 팸테크가 사회적으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보나.
▲월경은 여성의 건강 상태를 보여주는 하나의 지표라는 것이 우리가 꾸준히 강조해온 부분이다. 월경은 여성의 몸에서 일어나는 호르몬 변화의 결과로 나타나는 현상이기 때문이다. 월경 주기가 갑자기 불규칙해지거나 평소와 다른 변화가 나타난다면 몸의 변화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는 신호로 해석할 수 있다.
여성 건강은 여성 개인만의 문제로 볼 수 없다. 맥킨지와 세계경제포럼(WEF) 등의 연구에서는 여성과 남성의 건강 격차를 줄이면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를 높이고 질병으로 인한 생산성 손실과 조기 사망을 줄이는 등 상당한 사회·경제적 효과를 낼 수 있다고 분석한다. 인구 감소 시대에는 새로운 인구를 늘리는 것뿐 아니라 기존 인구가 더 건강하게 경제·사회 활동을 이어갈 수 있도록 하는 것도 중요하다. 그런 측면에서 여성 건강에 대한 투자는 결국 사회 전체의 지속가능성을 높이는 문제라고 생각한다.
-해피문데이의 궁극적인 목표는 무엇인가.
▲여성이 자신의 몸을 더 잘 이해하고 건강을 관리하는 방식을 혁신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여성이 자신의 잠재력을 충분히 발휘하며 살아갈 수 있도록 돕는 기업이 되고 싶다. 창업 이후 지금까지 변하지 않은 해피문데이의 존재 이유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 표현하면 '호르몬 인텔리전스(Hormone Intelligence)' 기업이 되고 싶다. 여성의 호르몬과 관련한 데이터와 패턴을 이해하고, 이를 바탕으로 일상에서 더 나은 선택을 할 수 있도록 돕는 개념이다. 해피문데이가 지금까지 축적해온 데이터와 기술을 기반으로 이 영역을 계속 발전시켜 나가고 싶다.
-예비 여성 리더들에게 추천해주고 싶은 책이 있다면.
▲파타고니아 창업자 이본 쉬나드가 쓴 <파타고니아, 파도가 칠 때는 서핑을>이다. 창업하고 3~4년 정도 지났을 때 읽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파타고니아는 철학이 확고한 기업으로 유명한데, 그런 철학이 단순한 구호에 머무는 게 아니라 제품을 만드는 방식부터 회사를 운영하는 방법까지 세세한 원칙으로 정립돼 있다는 점이 인상 깊었다. '기업의 철학을 이 정도까지 구체화할 수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여성 건강 분야를 개척해온 선배 여성 창업가로서 후배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기업을 운영하면서 막막하거나 생각이 막힐 때, 내게 필요한 답이나 깨달음을 줄 수 있는 사람이 누구인지 파악하는 능력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회사는 상황에 따라 계속 변화하는 생물체와 같고, 창업가는 끊임없이 처음 가보는 길을 마주할 수밖에 없다. 그럴 때 적절한 사람을 찾아 조언을 구할 줄 알아야 한다. 다만, 아무리 좋은 조언을 듣더라도 최종적인 판단은 결국 스스로 내려야 한다. 그 선택을 대신 책임져줄 사람은 없기 때문이다. 사업도 인생도 아무리 잘 통제하려 해도 통제할 수 없는 일이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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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적으로 사업을 오래 이어가기 위해 가장 중요한 두 가지를 꼽으라면 '현금 흐름'과 '대표의 멘탈'이라고 생각한다. 아무리 큰 위기가 닥쳐도 회사를 계속 운영할 수 있는 돈이 있고 대표가 버틸 수 있다면 다시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 하지만 둘 중 하나라도 무너지면 사업은 멈출 수밖에 없다. 결국 계속 나아갈 수 있는 힘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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