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선 최다 기록 2022년 300건
극심한 고온으로 영구동토 녹아

올여름 기록적인 폭염이 유럽을 덮친 가운데 알프스에서 전례 없는 규모로 낙석이 일어나고 있다.


20일(현지시간) AFP 통신과 유로뉴스 보도에 따르면 올해 들어 '유럽의 지붕' 몽블랑에서만 약 450건의 낙석이 발생했다. 앞선 최다 기록은 2022년의 약 300건이었다. 당시에도 이례적인 고온 현상이 발생했다. 이 같은 낙석의 원인은 올해 프랑스 알프스의 극심한 고온과 영구동토의 해빙이다. 해당 지역의 기온이 30~35도를 훌쩍 넘으면서 암벽을 붙잡아주던 얼음이 녹고 있는 것이다. 고도가 높은 알프스의 암벽 내부에는 오랫동안 얼어 있는 땅과 암석이 있는데, 얼음은 암석들을 서로 붙잡아 주는 일종의 시멘트와 같은 역할을 한다. 그런데 기온이 비정상적으로 높아지면서 이 영구동토가 녹아 암벽의 결속력이 약해지고 균열이 커져 거대한 암석 덩어리가 떨어진다.

몽블랑. 픽사베이

몽블랑.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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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국립과학연구소(CNRS)의 지형학자 뤼도빅 라바넬은 알프스에서 낙석의 빈도와 떨어져 나가는 바위의 규모로 볼 때 "의심할 여지 없이 올해가 기록적인 해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10~20년 전 낙석이 평균 수십 건이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이는 엄청난 규모"라고 지적했다.


라바넬은 이러한 현상이 분명한 기후변화의 영향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200년 기후 온난화 시기를 다룬 사진들을 비교해 보면 암벽이 불안정해진 부분인 '흉터'를 확인할 수 있는데 이를 정량화했을 때 흉터의 80~85%가 지난 20~30년 새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지면이 다시 얼더라도 2026년 엄청난 양의 열기는 오는 11, 12월, 심지어 내년 1월까지도 땅으로 뚫고 들어갈 것"이라며 "(여름보다) 빈도는 덜하겠지만, 올가을 최대 규모의 낙석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프랑스 샤모니 계곡의 알프스 몽블랑 대산괴에 있는 보송 빙하에 구멍이 나 있다. AFP연합뉴스

프랑스 샤모니 계곡의 알프스 몽블랑 대산괴에 있는 보송 빙하에 구멍이 나 있다.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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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석으로 인한 사망사고도 이어졌다. 지난달에는 몽블랑에서 가장 애용되는 경로에서 낙석으로 체코 등산객 2명이 숨졌고, 이달에도 같은 사고로 남성 한 명이 사망했다. 특히 몽블랑 정상으로 향하는 주요 루트들이 매우 위험해진 상태라 현지 당국은 지난 11일부터 몽블랑 등반에 사용되는 구테 산장과 테트 루스 산장 두 곳을 폐쇄했다.


앞서 지난 12일에는 몽블랑 에귀 뒤 미디 북벽에서 약 1만5000㎥의 암석이 떨어졌다. 샤모니 산악가이드 회사 관계자는 "하루에 100㎥

㎥가 넘는 낙석이 최소 10차례 발생하고 있다"고 현지 상황을 전했다.


최근 스위스 알프스 지역에서는 폭염으로 빙하가 녹으면서 34년 전 조난한 등반가 2명의 시신이 드러난 일도 있었다. 알프스 빙하는 늦봄부터 이어진 고온에 이례적인 속도로 녹아내리고 있다. 스위스 빙하관측망 글라모스에 따르면 올해 스위스 빙하는 지난 6월 29일 '빙하 손실일'을 맞았다. 이는 겨우내 쌓인 눈이 모두 사라지고 그 아래 얼음이 깎여나가기 시작하는 시점을 말하는데, 올해엔 적은 겨울 강설에 두 차례 폭염까지 겹치면서 2022년에 이어 관측 사상 두 번째로 이른 날짜를 기록했다.


12일(현지시간) 세르비아 노비사드 다뉴브강의 수위가 낮아져 모래톱이 드러나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12일(현지시간) 세르비아 노비사드 다뉴브강의 수위가 낮아져 모래톱이 드러나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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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전역 가뭄·폭염…1만명 이상 사망 집계


올여름 유럽 전역은 극심한 가뭄과 폭염으로 인한 몸살을 앓고 있다.


AFP통신은 유럽연합(EU) 기후변화 감시기구 코페르니쿠스 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난달 기준 독일 라인강은 전 구간 중 85%, 영국 템스강은 95%, 유럽 10개국을 지나는 다뉴브강은 3분의 2구간에서 유량이 관측 이래 최저치를 기록했다고 보도했다. 지난달 프랑스 본토의 95%, 스위스의 99%에서 가뭄이 관찰됐고, 헝가리·슬로베니아·오스트리아의 가뭄도 7월 기준으로 역대 가장 심각했다고 AFP는 전했다.


지난 1일 헝가리의 유일한 원자력발전소인 팍스 원전도 가동을 시작한 지 44년 만에 처음으로 전면적으로 가동을 중단했다. 다뉴브강 수위가 급격히 낮아지면서 원자로 냉각수를 확보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루마니아 또한 다뉴브강의 기록적 가뭄으로 루마니아 전력 생산량의 20%를 담당하는 체르나보다 원전 가동을 지난 13일 전면 중단했다.


유럽에서는 지난 6월 말부터 폭염으로 1만명 이상이 사망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를 국가별로 보면 독일에서 5000명, 프랑스에서 2000명, 벨기에에서 1700명, 스페인에서 1000명 이상이 사망했다. 서유럽 전역에서는 지난 6월과 7월 40도 이상의 기록적인 폭염으로 인해 휴교 및 교통편 축소, 야외행사 취소 등이 이어졌다. 이번 폭염의 원인은 유럽 상공에 정체된 고기압이 북아프리카와 사하라 사막의 뜨거운 공기를 끌어들이는 '열돔 현상'을 일으켰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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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염으로 올해 유럽연합(EU) 국내총생산(GDP)이 1% 줄어들 수 있다는 전망도 나왔다. 네덜란드 은행 트리오도스는 최근 보고서에서 이번 폭염과 산불로 인한 유럽의 경제적 피해액이 1800억유로(약 294조8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이는 EU GDP의 약 1%에 해당하며, EU가 당초 예상했던 올해 경제성장률과 거의 맞먹는 규모다.


김현정 기자 khj2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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