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발란스 직진출에 이랜드, 1000억 브랜드 호카 새 파트너로
아식스·온·살로몬도 약진…나이키·아디다스 아성 흔들
1000만 러너 놓고 점유율 경쟁

국내 러닝화 시장에서 '2차전'이 시작됐다. 러닝 인구 증가로 시장 자체가 커졌던 1차전을 지나 이제는 성장한 시장을 누가 차지하느냐를 놓고 글로벌 브랜드 간 점유율 경쟁이 본격화하고 있다. 뉴발란스가 한국 직접 사업에 나서는 가운데 이랜드는 급성장한 호카를 새로운 파트너로 확보하며 러닝 시장의 판도도 다시 짜이고 있다.

러닝크루. 게티이미지뱅크

러닝크루.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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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업계에 따르면 호카를 보유한 미국 데커스는 이랜드를 호카의 새로운 국내 유통 파트너로 선정했다. 양측은 사업 개시 시점과 유통 방식 등 구체적인 사업 계획을 협의하고 있다.


이랜드로서는 뉴발란스의 직진출 결정으로 생길 수 있는 공백을 메울 카드를 확보한 셈이다. 이랜드는 2008년부터 뉴발란스의 국내 사업을 맡아 연매출 1조원대 브랜드로 키웠지만 뉴발란스가 한국법인을 중심으로 직접 사업을 확대하면서 향후 사업 관계에도 변화가 불가피해졌다. 이런 상황에서 국내 매출 1000억원을 넘어선 호카를 새로운 파트너로 확보하면서 스포츠 사업의 차기 성장축을 마련했다.

특히 이랜드는 뉴발란스를 장기간 운영하며 쌓은 스포츠 브랜드 유통·마케팅 경험과 전국적인 판매망을 갖추고 있다. 러닝 마니아를 중심으로 빠르게 성장해온 호카가 이랜드의 유통망과 결합하면 보다 대중적인 브랜드로 외연을 넓힐 가능성도 있다. 뉴발란스는 직진출을 통해 한국 사업의 주도권을 강화하고, 이랜드는 호카를 앞세워 러닝 시장 공략을 이어가는 새로운 경쟁 구도가 만들어진 것이다.


호카 홈페이지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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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진 시장 놓고 '점유율 전쟁'…러닝화 춘추전국시대

이 같은 변화는 국내 러닝화 시장이 성장기를 지나 본격적인 점유율 경쟁에 접어들고 있음을 보여준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러닝화는 나이키와 아디다스 등 종합 스포츠 브랜드의 여러 제품군 가운데 하나로 여겨졌다. 지금은 호카·온·살로몬 등 러닝을 핵심 정체성으로 내세운 브랜드들이 각자의 소비자층을 형성하며 시장의 주도권을 다투고 있다.

경쟁의 성격도 시장의 '파이'를 함께 키우는 단계에서 상대 브랜드의 러너를 끌어오는 단계로 옮겨가고 있다. 입문용 러닝화부터 20만~30만원대 고기능성 제품, 카본 플레이트를 적용한 레이싱화까지 시장이 세분화되면서 소비자들은 쿠셔닝과 안정성, 무게, 착화감 등을 비교해 제품을 고른다. 한 켤레의 러닝화를 놓고 글로벌 브랜드들이 기술력과 브랜드 충성도를 겨루는 시장이 형성된 셈이다.


실적에서도 변화가 뚜렷하다. 국내에서 호카를 판매해온 조이웍스의 매출은 2022년 249억원에서 지난해 1000억원을 넘어섰다. 러닝 열풍에 뉴발란스는 지난해 매출 1조2000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약 20% 성장했으며, 아식스코리아 역시 매출이 1437억원에서 1865억원으로 약 30%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약 343억원으로 40% 이상 늘었다.


이랜드 뉴발란스, 러닝화 SC 레벨(SC Rebel) 화보. 이랜드

이랜드 뉴발란스, 러닝화 SC 레벨(SC Rebel) 화보. 이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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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카·온·살로몬 약진…나이키·아디다스도 '러닝 수성전'

호카뿐 아니라 온과 살로몬의 약진도 시장 재편을 가속하고 있다. 스위스 브랜드 온은 독특한 형태의 '클라우드' 쿠셔닝을 앞세워 글로벌 러닝 시장에서 빠르게 성장했고 국내에서도 러닝 전문점과 백화점 등을 중심으로 접점을 넓히고 있다. 트레일러닝에 강점을 가진 살로몬 역시 산악·아웃도어 영역을 넘어 도심 러닝과 일상에서 신는 신발로 소비층을 확대하고 있다. 러닝 성능과 패션을 함께 중시하는 소비자가 늘면서 전문 러닝 브랜드와 아웃도어 브랜드의 경계도 희미해지는 모습이다.


기존 강자인 나이키와 아디다스 역시 러닝 시장의 주도권을 내줄 수 없는 상황이다. 특히 고가 레이싱화 시장에서는 카본 플레이트와 초경량 미드솔 등을 앞세운 기술 경쟁이 치열하다. 기록 단축을 노리는 숙련 러너뿐 아니라 입문자까지 기능성 제품을 찾으면서 '러닝 퍼포먼스'가 스포츠 브랜드의 핵심 격전지로 다시 떠올랐다.


브랜드들이 러닝에 몰리는 배경에는 빠르게 넓어진 수요층이 있다. 업계에서는 국내 러닝 인구를 1000만명 안팎으로 추산한다. 마라톤 대회가 늘고 도심 곳곳에서 러닝크루가 활성화되면서 달리기가 일부 마니아의 운동을 넘어 대중적인 여가 활동으로 자리 잡았다. 업계가 추산하는 국내 러닝화 시장 규모도 1조원을 넘어섰다.


온 라이트스프레이 클라우드붐 스트라이크 2 제품 이미지. 온 러닝

온 라이트스프레이 클라우드붐 스트라이크 2 제품 이미지. 온 러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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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닝화 한 켤레가 의류·용품으로…'러너 선점' 경쟁

러닝화가 의류와 용품 판매로 소비를 확장시키는 입구 상품이라는 점도 스포츠 업체들이 주목하는 이유다. 러닝화를 구매한 소비자가 러닝복과 양말, 모자, 가방 등으로 구매 영역을 넓히는 경우가 많다. 발볼과 쿠셔닝, 안정성, 착화감 등에 따라 선호가 뚜렷해 자신에게 맞는 제품을 찾은 러너가 같은 브랜드의 상위 모델이나 후속 제품을 반복 구매하는 경향도 강하다. 러너 한 명을 확보하는 것이 장기적인 매출로 이어질 가능성이 큰 셈이다.


경쟁의 무대도 매장에서 실제 러닝 현장으로 확장되고 있다. 업체들은 마라톤 대회를 후원하고 자체 러닝크루를 운영하는 한편 제품 체험과 기록 측정 행사를 잇달아 열고 있다. 광고를 보여주는 것보다 소비자가 직접 제품을 신고 달리도록 만드는 것이 중요한 마케팅 수단이 됐다. 주요 상권에서도 제품 판매와 체험 공간을 결합한 러닝 전문 매장이 늘고 있다.


업계에서는 시장이 빠르게 커지는 동안에는 여러 브랜드가 함께 몸집을 키울 수 있었지만 성장세가 둔화할수록 경쟁은 치열해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한다. 새로 유입되는 러너를 확보하는 것은 물론 기존 경쟁 브랜드의 고객을 끌어오는 싸움이 본격화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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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 한 관계자는 "과거에는 종합 스포츠 브랜드의 인지도가 절대적인 경쟁력이었다면 지금은 쿠셔닝이나 안정성, 레이싱 등 특정 영역에서 전문성을 인정받은 브랜드로 시선이 몰릴 것"이라며 "러닝화에서 확보한 고객이 의류와 용품까지 구매하는 만큼 글로벌 스포츠 브랜드들의 경쟁도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한예주 기자 dpwngk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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