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전력거래소·KDN·KPS 집적
발전·송배전·거래·정비까지 전주기 연결
에너지·켄텍·700여 에너지밸리 기업 결합
미래 에너지산업 생태계 완성도 '탄탄'
공기업 재편·국가균형발전 갖춘 전략적 입지

정부가 발전 5사 통합을 추진하면서 관심은 자연스럽게 '통합 이후'로 옮겨가고 있다. 다섯 개 발전공기업을 어떤 방식으로 하나로 묶을 것인지 못지않게 새롭게 탄생할 통합 발전공기업의 본사를 어디에 둘 것인지가 향후 대한민국 에너지산업의 지형을 좌우할 핵심 변수로 떠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통합 본사 입지를 단순한 공공기관 유치 경쟁으로 접근한다면 기존 발전공기업이 위치한 지역 간 이해관계 싸움에 그칠 수밖에 없다. 그러나 발전 5사 통합의 목적이 중복 기능을 줄이는 수준을 넘어 탄소중립과 재생에너지 확대, RE100, 분산에너지, 전력망 고도화, 인공지능(AI)·데이터센터 시대의 급증하는 전력수요에 대응하기 위한 발전산업 재편에 있다면 본사 입지를 바라보는 기준도 달라져야 한다.

'어느 지역이 가져갈 것인가'보다 '어디에 둬야 통합 효과가 가장 커지는가'를 먼저 따져야 한다는 의미다.

발전 5사 통합 본사 이전의 최적지로 주목받고 있는 나주 빛가람혁신도시 전경. 나주시 제공

발전 5사 통합 본사 이전의 최적지로 주목받고 있는 나주 빛가람혁신도시 전경. 나주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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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관점에서 전남광주통합특별시 나주 빛가람혁신도시가 유력한 선택지로 부상하고 있다. 나주의 최대 강점은 새로운 인프라를 처음부터 만들어야 하는 도시가 아니라 이미 대한민국 전력산업의 핵심 기능이 집적된 도시라는 점이다.


빛가람혁신도시에는 국내 전력산업의 중심인 한국전력공사를 비롯해 전력시장을 운영하는 한국전력거래소, 에너지 ICT를 담당하는 한전KDN, 발전·송전설비 정비를 맡는 한전KPS 등이 자리하고 있다.

통합 발전공기업 본사가 나주에 들어설 경우 현재 빠져 있는 '발전' 기능이 더해지면서 발전→송·배전→전력거래→설비 유지보수→에너지 ICT로 이어지는 전력산업 전 주기가 하나의 권역에서 연결된다. 이것이 다른 지역과 구별되는 나주의 가장 큰 경쟁력이다.


단순히 공공기관 하나가 추가되는 차원이 아니다. 발전공기업과 한전, 전력거래소, KPS, KDN이 지리적으로 가까운 곳에서 국가 전력산업의 핵심 기능을 수행하게 되면 전력 수급과 계통 운영, 발전원 구성, 재생에너지 계통 연계, 차세대 전력망 구축 등 갈수록 복잡해지는 국가 에너지 현안에 대한 기관 간 협업과 의사결정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


특히 발전산업의 무게중심이 석탄·LNG 등 기존 발전원에서 태양광·해상풍력 등 재생에너지와 에너지저장장치(ESS), 분산에너지, 차세대 전력망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점에서도 나주의 입지 경쟁력은 두드러진다.

나주 빛가람혁신도시에 집적된 한국전력공사와 전력거래소, 한전KDN, 한전KPS 등 핵심 에너지 공공기관. 나주시 제공

나주 빛가람혁신도시에 집적된 한국전력공사와 전력거래소, 한전KDN, 한전KPS 등 핵심 에너지 공공기관. 나주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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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주가 위치한 전남은 풍부한 태양광과 해상풍력 자원을 보유한 대한민국 대표 재생에너지 생산지역이다. 향후 대규모 재생에너지 발전과 이를 수용하기 위한 전력망 확충이 동시에 진행된다면 발전공기업과 전력망·전력시장 운영기관 간 협업의 중요성은 현재보다 훨씬 커질 수밖에 없다.


여기에 나주에는 한국에너지공과대학교(KENTECH·켄텍)를 비롯한 대학·연구기관과 에너지 관련 특구, 700여 개 에너지밸리 기업이 집적돼 있다. 전남이 대규모 재생에너지를 '생산하는 곳'이라면 나주는 이를 전력망과 시장, 기술개발과 산업으로 연결하는 '에너지 두뇌' 역할을 할 수 있는 구조다.


통합 발전공기업까지 나주에 자리하면 전남의 재생에너지 자원과 나주의 전력 공공기관, 켄텍의 연구개발 및 전문인력, 에너지밸리 기업의 산업화 기능이 하나로 연결된다. 에너지 생산에서 전력망과 거래, 연구개발, 사업화까지 이어지는 미래 에너지산업 생태계를 완성할 수 있다는 의미도 담고 있다.


나주시가 지난 2018년부터 '대한민국 에너지 수도'를 미래 비전으로 내걸고 에너지 신산업 육성과 연구개발, 기업 유치, 전문인력 양성에 공을 들여온 것도 이 같은 산업적 기반을 뒷받침한다. 통합 발전공기업은 그동안 개별적으로 구축돼 온 나주의 에너지산업 인프라를 하나로 연결하는 마지막 축이 될 수 있다.


통합 본사의 나주 배치는 국가균형발전이라는 또 하나의 국가적 과제와도 맞닿아 있다. 공공기관 지방 이전의 목적은 기관의 주소를 수도권에서 지방으로 옮기는 것 자체가 아니다. 핵심 공공기관을 중심으로 기업과 연구기관, 대학과 인재가 모이고 이를 통해 새로운 산업과 일자리가 만들어지는 자생적인 지역 성장거점을 구축하는 데 있다.


전국 유일의 광주전남 공동혁신도시인 빛가람혁신도시는 이미 그 가능성을 보여줬다. 한전을 비롯한 16개 공공기관 이전 이후 에너지 관련 기업들이 나주에 모이기 시작했고, 에너지밸리와 켄텍이 더해지면서 단순한 공공기관 이전도시에서 에너지산업 특화도시로 영역을 확장했다.


발전 5사 통합 본사가 추가될 경우 파급효과는 통합공기업 하나의 이전에 그치지 않는다. 관련 기업과 협력사의 추가 이전과 투자, 연구개발 확대, 전문인력 유입, 양질의 일자리 창출로 이어지는 산업적 선순환을 기대할 수 있다.


정부 입장에서도 발전공기업 통합이라는 '공공부문 혁신'과 비수도권에 새로운 성장축을 만드는 '국가균형발전'을 하나의 정책으로 연결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전략적 의미가 있다.


본사 이전에 따른 임직원들의 정착 문제 역시 나주가 지난 10여년간 축적한 경험을 활용할 수 있다. 빛가람혁신도시는 공공기관 이전 이후 교육·문화·의료·체육 등 정주 기반을 지속해서 확충해 왔으며 이전기관 임직원과 가족들의 지역 정착을 지원해 온 경험도 갖추고 있다. 나주시는 혁신도시 상생 평가에서 정주 여건 개선 등의 성과를 인정받아 2년 연속 대상을 받았다.


결국 발전 5사 통합 본사 입지는 기존 발전공기업 가운데 어느 지역의 손을 들어줄 것인가라는 '지역 배분'의 문제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다.


발전 5사를 하나로 합치는 이유가 비용 절감과 조직 효율화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대한민국 발전산업을 미래 에너지산업으로 전환하는 데 있다면 본사가 들어설 지역 역시 그 변화를 가장 빠르게 현실화할 수 있는 곳이어야 한다.


이런 측면에서 나주의 경쟁력은 명확하다. 한전과 전력거래소, 한전KPS, 한전KDN이라는 전력산업 핵심 기관에 발전 기능을 더하고 켄텍의 연구개발·인재와 에너지밸리 기업의 산업화 역량, 전남의 대규모 재생에너지 자원을 연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기존 발전공기업의 소재지나 기관별 이해관계가 아니라 앞으로 만들어질 통합 발전공기업의 기능과 역할을 기준으로 본사 입지를 결정한다면 나주가 가진 집적 효과를 주목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윤병태 나주시장은 지난 14일 발전 5사 통합 본사 나주 유치와 관련한 입장문을 발표했다. 나주시 제공

윤병태 나주시장은 지난 14일 발전 5사 통합 본사 나주 유치와 관련한 입장문을 발표했다. 나주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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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병태 나주시장이 발전 5사 통합 논의 초기부터 본사 유치에 적극적으로 나선 것도 이 때문이다.


윤 시장은 최근 입장문을 내고 "발전 5사 통합은 단순히 다섯 개 발전공기업을 하나로 묶는 것이 아니라 대한민국 발전산업을 미래 에너지산업으로 전환하는 국가적 프로젝트가 돼야 한다"며 "발전과 송·배전, 전력시장, 연구개발과 기업이 집적된 나주는 통합 발전공기업의 새로운 미래를 열어갈 최적의 도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이어 "정부가 대한민국 에너지산업의 미래와 국가균형발전의 가치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통합 본사를 나주에 배치해 줄 것을 강력히 요청한다"며 "12만 시민과 함께 통합 발전공기업의 성공적인 출범과 안정적인 정착을 위해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밝혔다.


결국 발전 5사 통합의 진짜 관건은 결국 '다섯 회사를 어떻게 하나로 합칠 것인가'에만 있지 않다. 통합을 통해 대한민국 발전산업을 어떤 모습으로 바꿀 것인지, 그리고 미래 에너지산업의 중심축을 어디에 구축할 것인지까지 함께 고민해야 한다. 발전 5사 통합이 대한민국 에너지산업의 새로운 출발점이라면 통합 본사 역시 과거의 산업구조와 지역적 이해관계가 아닌 미래의 경쟁력을 기준으로 결정해야 한다.


정부가 따져야 할 것은 '어디에 나눠줄 것인가'가 아니라 '어디에서 가장 큰 미래를 만들 수 있는가'다. 그 질문에 나주는 이미 구축된 전력산업과 연구개발, 기업, 재생에너지 생태계로 답을 내놓고 있다.


나주시 관계자는 "발전 5사 통합 본사 유치는 공공기관 하나를 추가로 유치하는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 한전을 중심으로 구축된 나주의 에너지산업 생태계를 완성하고 대한민국 발전산업의 미래 경쟁력을 높이는 국가적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며 "한전과 전력거래소, KDN·KPS, 켄텍과 에너지밸리 기업에 전남의 풍부한 재생에너지 자원까지 하나로 연결할 수 있다는 것이 나주만의 경쟁력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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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발전 5사 통합이 대한민국 에너지산업의 새로운 출발점이라면 본사 입지도 기존 기관이나 지역 간 이해관계보다 통합 이후 어디에서 가장 큰 시너지를 만들어낼 수 있는지를 기준으로 결정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호남취재본부 심진석 기자 mour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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