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 연체율 치솟는데…기업 숨통 조이는 '금리'
국내 기업의 대출 연체율이 1년 전보다 높은 수준을 이어가는 가운데 시장금리 상승이 기업의 자금 사정을 더욱 압박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회사채 금리 상승에 부담을 느낀 기업들이 신규 발행을 서두르기보다 조달 시기를 조정하거나 은행 대출, 기업어음 등 다른 자금조달 수단을 활용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문제는 기업의 조달비용에 영향을 미치는 시장금리가 추가로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AA- 회사채 3년물 연초 대비 상승
회사채 시장도 위축…7월 회사채 수요예측 29% 감소
기업대출 연체율 전년比 0.08%P↑…금감원 "향후 반등 가능성 상존"
국내 기업의 대출 연체율이 1년 전보다 높은 수준을 이어가는 가운데 시장금리 상승이 기업의 자금 사정을 더욱 압박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국내외 국채 금리 상승과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여파로 회사채 금리가 뛰면서 신규 자금조달과 차환 비용이 동시에 커지고 있어서다. 회사채 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하기 어려워진 기업이 은행 문을 두드릴 경우 금융비용 부담이 가중되고, 대출마저 여의치 않은 취약기업은 유동성 압박에 직면하면서 향후 기업대출 연체율을 다시 끌어올릴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회사채 금리 연초 대비 104.5bp↑…기업 조달비용 '껑충'
21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20일 AA-급 무보증 회사채 3년물 금리는 연 4.504%로 전일(4.497%)보다 0.7bp(1bp=0.01%포인트) 상승했다. 올 초 3.459%였던 것과 비교하면 불과 7개월여 만에 104.5bp 오른 수준이다. 이는 회사채 시장을 통한 자금조달 비용이 그만큼 높아졌다는 의미다. 단순히 해당 시장금리를 적용해 기업이 1000억원을 조달한다고 가정하면 연 3.459%에서는 연간 이자로 34억5900만원을 부담하면 되지만, 연 4.504%에서는 45억400만원을 내야 한다. 같은 금액을 빌려도 연간 이자 부담이 연초보다 10억4500만원 늘어나는 셈이다.
특히 AA- 등급 회사채가 비교적 우량한 신용도를 가진 기업이 발행하는 채권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신용등급이 이보다 낮은 기업의 자금조달 부담은 더 클 수 있다. 회사채 금리는 통상 국고채 금리에 기업의 신용위험 등을 반영하는 신용스프레드를 더해 결정된다. 국고채 금리가 오르는 상황에서 투자자들이 기업에 더 높은 위험 프리미엄까지 요구하면 기업의 조달비용 부담은 더 커질 수 있다.
21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시장상황점검회의'에 참석한 경제기관 대표자들이 회의에 앞서 사진촬영 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찬진 금융감독원장, 구윤철 경제부총리, 이억원 금융위원회 위원장, 박종우 한국은행 부총재보. 2026.8.21 강진형 기자
원본보기 아이콘고금리에 회사채 발행도 위축…시장금리 추가 상승 우려
고금리 상황이 이어지자 최근 회사채 발행시장도 다소 위축된 모습이다. 금투협에 따르면 지난달 회사채 수요예측 규모는 1조6250억원으로 전년 동월(2조2880억원)보다 6630억원(29.0%) 감소했다. 수요예측 참여율 역시 514.9%로 전년 동월보다 77.1%포인트 하락했다. 회사채 발행액은 10조5000억원으로 전월보다 2조2000억원 줄었다. 회사채 금리 상승에 부담을 느낀 기업들이 신규 발행을 서두르기보다 조달 시기를 조정하거나 은행 대출, 기업어음(CP) 등 다른 자금조달 수단을 활용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문제는 기업의 조달비용에 영향을 미치는 시장금리가 추가로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최근 국내 국고채 금리는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과 정부의 국채 발행 확대에 따른 공급 부담 등이 겹치면서 상승 압력을 받고 있다. 실제 지난 18일 국고채 3년물 금리는 하루 만에 5.1bp 오른 연 3.847%, 30년물은 8.2bp 상승한 연 4.751%까지 치솟았다. 이후 일부 되돌림이 나타났지만 20일에도 3년물 금리는 전날보다 1.3bp 오른 연 3.811%로 마감했다. 증시 등 위험자산으로 자금이 이동하면서 채권 투자 수요가 상대적으로 약화한 점도 금리를 끌어올리는 요인으로 꼽힌다. 미국과 일본의 장기 국채 금리 상승 등 글로벌 채권시장 불안도 국내 금리에 부담을 주고 있다.
정부도 최근 채권금리 상승이 실물경제에 미칠 영향을 주시하고 있다.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이날 "최근 주요국 장기 국채금리 인상으로 우리 채권시장도 초장기물 중심으로 금리가 오르고 있다"면서 "기업의 자금조달 비용과 가계의 이자부담 등 실물경제 파급 영향이 최소화되도록 면밀히 살피겠다"고 말했다.
이 같은 시장금리 상승은 기업의 신규 회사채 발행 비용뿐 아니라 기존에 발행한 회사채의 차환 부담도 높인다. 이미 내수 침체와 이로 인한 수익성 악화 등으로 경영에 어려움을 겪는 기업들의 금리 부담까지 커지고 있는 셈이다. 이런 복합적인 요인들로 기업의 유동성 압박이 장기화하면 원리금 상환에 어려움을 겪게 되고, 결국 은행권의 기업대출 연체율을 끌어올릴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금리 상승뿐 아니라 내수 침체가 이어지면서 기업의 자금 사정이 이미 약화하고 있고 연체율과 부실률도 높아지는 상황"이라며 "여기에 금리 부담까지 장기화하면 기업의 상환 능력이 더 떨어져 연체율 상승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기업대출 연체율도 상승세…금감원 "반등 가능성 상존"
실제 기업 연체율은 1년 전보다 올랐다. 금융감독원의 '국내은행 원화대출 연체율 현황'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기업대출 연체율은 전월보다 0.16%포인트 하락했지만 전년 동월과 비교하면 0.08%포인트 상승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중소법인, 개인사업자 등을 각각 따로 떼어봐도 이들의 연체율은 1년 전보다 오름세를 보였다. 기업의 채무상환 부담이 지난해보다 가중됐음을 의미한다.
6월 기준 기업대출 연체율은 2년 연속 상승했다. 2024년 6월 0.46%에서 이듬해 6월 0.60%로 오른 데 이어, 올해 6월에는 0.68%까지 높아졌다. 올 들어서도 3월 0.68%에서 4월 0.74%, 5월 0.84%까지 상승했다가 6월 들어 0.68%로 낮아졌지만 이는 분기 말 상·매각 확대 영향이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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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도 향후 연체율이 다시 반등할 가능성을 경계하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올해 6월 중 연체율이 큰 폭으로 하락했으나 이는 은행권의 분기 말 상·매각 확대에 주로 기인한 측면이 있다"며 "글로벌 금리 상승 기조와 중동 상황 장기화 등 경제 여건의 불확실성을 감안하면 향후 연체율 반등 가능성이 상존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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