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평생교육 "환영" vs 초·중등 "공교육 재정기반 흔든다"
54년만에 내국세 연동제 폐지
내년 교부금 추정치 78.9조원
경상성장률·학령인구 변화 반영
초·중등 쏠림 해소 위해 기금 신설
영유아·고등·평생교육 투자 확대
354개 단체 기자회견 열고
"연동률 20.79% 유지" 요구
54년간 유지돼 온 지방교육재정교부금 내국세 연동제가 폐지되면서 교육재정의 배분 구조도 크게 달라질 전망이다. 학령인구 변화를 재정 산정에 반영해 재정 운용의 유연성을 높이는 동시에, 초·중등에 집중됐던 교육재정을 영유아·고등·평생교육으로 넓혀 교육 투자 불균형을 해소하겠다는 게 정부 구상이다. 다만 교부금이 전년보다 줄지 않도록 안전장치를 둬 초·중등 교육재정의 안정성도 유지한다는 방침이다.
박홍근 기획예산처 장관(왼쪽)과 최교진 교육부장관이 8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지방교육재정교부금 개편 공개토론회에 참석해 대화하고 있다. 2026.7.8 조용준 기자
개편안은 내년도 교육재정부터 반영한다. 전년도 교부금을 기준으로 최근 3년간 연평균 경상성장률과 학령인구 변화율의 35%를 반영하는 새 산식에 따라 기획예산처는 내년도 교육교부금이 78조9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정확한 규모는 이달 말 내년도 예산안 발표와 함께 확정될 전망이다. 현재 추산대로라면 내년도 교부금은 올해 추가경정예산 기준 76조4000억원보다 3.3% 증가한다.
정부는 내국세의 20.79%를 초·중등 교육재정으로 자동 배분했던 연동제를 폐지해도 초·중등 교육재정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새 산식에 따른 교부금이 직전 해보다 줄면 감소분을 보전하는 안전장치를 법에 명시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정부는 향후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에 '교부금이 전년 대비 감소하는 경우 그 차액을 보전해 총액이 줄어들지 않도록 한다'는 내용을 담을 방침이다. 한 해의 세수 대신 최근 3년간 경상성장률을 적용해 세수 등락에 따른 교부금 변동성도 낮춘다는 구상이다.
이번 개편으로 초·중등에 자동 배분되던 세수 증가분을 다른 교육 단계에도 투자할 수 있게 될 전망이다. 현행 제도에서는 내국세의 20.79%를 교부금으로 자동 배분하는 구조라, 교육재정이 초·중등교육에만 쏠려있다는 지적이 있었다. 정부는 학령인구가 2010년 880만명에서 2025년 591만명으로 32.8%(288만명) 줄었지만, 교부금은 세수 증가에 따라 기계적으로 증가했다면서 교육 단계별 투자 불균형이 심화됐다고 보고 있다. 우리나라 초·중등교육 투자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의 166%인 반면 고등교육은 69%에 그친다는 게 정부 설명이다.
이에 따라 신설되는 '미래대응기금' 내 '교육·인재계정'에서는 영유아 및 고등·평생교육 등에 집중 투자될 전망이다. 교부금 개편에 따른 차액을 통해 생애 전 단계에 걸친 교육투자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하겠다는 계획이다. 교육·인재계정은 다른 계정으로 전출할 수 없도록 법률에도 명시할 방침이다.
이번 발표로 그동안 재정난을 겪어온 대학은 투자 확대에 대한 기대감을 높일 수 있게 됐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가 2026년 하계 대학총장세미나를 앞두고 지난 6월 2일부터 7월 10일까지 전국 144개 대학 총장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총장들의 주요 관심사 1위는 '재정 지원 사업(79.9%)'이었다. 특히, 인공지능 전환(AX)을 위한 투자확대가 필요하지만 절반(55.5%)은 재원 부족 등으로 추진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총장의 89.4%는 "정부 지원이 상당 부분 이상 필요하다"고 답했다. 이기정 대교협 회장은 "고등교육 재정은 국가 경쟁력을 위한 전략적인 투자인 만큼 고등·평생교육지원특별회계의 정부 전입금 확대 등 안정적·구조적 재원을 확충해야 한다"고 했다.
평생교육에 대한 투자도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교육부 산하 국가평생교육진흥원은 학령인구는 감소하고 있지만, 평생교육 학습자는 늘고 있는 점을 강조했다. 김월용 국가평생교육진흥원장은 "학점은행제·독학학위제로 학위를 취득하는 규모는 매년 증가해 8만명에 달하지만, 예산은 3년 전 대비 3분의 1로 줄었다"면서 "미래대응기금에 평생교육 재원을 마련해달라고 요청했다"고 말했다.
반면, 초·중등 교육계는 내국세 20.79% 연동제 폐기는 공교육 재정기반을 흔드는 일이라고 반발했다. 교부금 감소 보전 역시 명목금액을 전년도 수준에 묶어두는 최저선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정부는 교부금이 부족할 경우 미래대응기금에서 보전할 수 있도록 규정했지만 사실상 초·중등 재투자는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 기획처는 전일 사전브리핑에서 "미래대응기금의 교육·인재계정은 영유아·고등·평생교육 등에 중점 투자한다"며 "초·중등 교육은 교부금으로 충당하는 것이 원칙"이라고 밝혔다.
이날 354개 단체가 참여한 '지방교육재정교부금 개편 대응 긴급행동'은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교부금 개편안 철회'와 '내국세 연동률 20.79% 유지', '공식 공론화 기구 구성' 등을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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