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글라데시 다카 등 3개 도시 14대 운행
운전기사·차장까지 전원 여성으로 배치해
6개월 내 전기버스 100대 추가 투입 계획

방글라데시에 여성 운전기사가 몰고 여성만 타는 '핑크 버스'가 등장했다.


'핑크버스'를 운행하는 방글라데시 여성의 모습. 현지 매체 The Daily Star

'핑크버스'를 운행하는 방글라데시 여성의 모습. 현지 매체 The Daily St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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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현지시간) 방글라데시 매체 '다카트리뷴' 등에 따르면 방글라데시 도로교통공사(BRTC)는 수도 다카와 남동부 항구도시 치타공, 북부 보그라에서 여성 전용 버스 14대의 정규 운행에 들어갔다. 분홍색으로 칠한 차체에 운전기사와 차장까지 모두 여성으로 채운 것이 특징이다. 배차는 다카와 인근 지역 10대, 치타공 2대, 보그라 2대다. 세 도시를 합쳐 13개 노선을 오간다. 요금은 일반 버스와 같은 ㎞당 2.23타카(약 25원)로 매겼다. 운행 시간은 매일 오전 8시부터 오후 6시까지다.

대중교통서 무단 접촉 시달린 여성들…일자리 확대 효과도


이 버스는 방글라데시 여성들이 붐비는 버스와 정류장에서 무단 접촉과 언어폭력에 시달려온 만큼, 이동 중 안전을 확보하겠다는 취지로 도입됐다. 14대 전부 위치 추적 장치를 달았고, 일부는 폐쇄회로(CC)TV와 와이파이를 갖췄다. 온라인 예매 시스템을 통해 탑승 전 표를 살 수 있다. 압둘 라티프 몰라 BRTC 회장은 "여성을 위해 이 사업을 시작한다"며 여성의 역량 강화를 목표로 설계된 사업이라고 설명했다. 남성이 독차지한 운송 분야에 여성 일자리를 늘리겠다는 계산도 깔렸다.


다만 첫날 성적표는 신통치 않았다. 승객이 좀처럼 차지 않은 것이다. 모스타킴 부이야 BRTC 홍보담당관은 현지 매체 TOB에 "운행 첫날이라 기사들도 새 노선과 배차, 실제 교통 상황에 익숙해질 시간이 필요하다"며 "승객들도 언제 어디서 버스가 다니는지 알아가는 데 시간이 걸린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느 정도 운행이 쌓여야 운행 횟수와 승객 수, 문제점을 제대로 따져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방글라데시 도로교통공사(BRTC)가 수도 다카와 남동부 항구도시 치타공, 북부 보그라에서 여성 전용 버스 14대의 정규 운행에 들어갔다. 공식 홈페이지

방글라데시 도로교통공사(BRTC)가 수도 다카와 남동부 항구도시 치타공, 북부 보그라에서 여성 전용 버스 14대의 정규 운행에 들어갔다. 공식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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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전용 버스가 등장한 것은 처음이 아니다. BRTC는 지난 1998년 이 서비스를 처음 선보였고 2001년 다카 일대로 넓혔으나 얼마 가지 못해 사업을 접었다. 그러다 지난 2009년 되살렸지만, 다시 삐걱대다 2015년 완전히 멈춰 섰다. 2018년에는 민간 기업과 손잡고 별도 서비스를 내놓기도 했다.


정부는 이번 사업의 규모를 대폭 키울 방침이다. 셰이크 라비울 알람 도로교통교량부 장관은 출범식에서 여성용 전기버스 100대 도입 계획을 밝혔다. 3개월 안에 50대를 들여오고 나머지는 6개월 안에 단계적으로 투입한다는 구상이다. 석유 의존을 줄이고 대중교통을 현대화하는 효과도 기대했다.


"대중교통 성희롱 가해자 5명 중 1명은 운수 종사자"


한편 방글라데시 여성들이 대중교통에서 겪는 피해는 통계로도 드러난다. 유엔개발계획(UNDP) 방글라데시 사무소와 국가인권위원회(NHRC) 등이 지난 2022년 24개 주 여성 5187명을 상대로 벌인 조사에서 응답자의 87%가 살면서 한 번 이상 괴롭힘을 당했다고 답했다. 36%는 버스와 기차, 선박과 터미널에서 상습적으로 성희롱을 겪는다고 했고, 57%는 거리와 쇼핑몰, 온라인을 통틀어 대중교통을 가장 위험한 공간으로 꼽았다.


가해자가 운수 종사자인 경우도 적지 않았다. 현지 여성단체가 지난 2022년 다카에서 13~35세 여성 805명을 조사한 결과, 대중교통에서 성희롱당한 응답자의 20.4%가 가해자를 버스 기사나 차장 등 운수 종사자로 지목했다. 75%는 다른 승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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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사업은 정부의 총선 공약을 이행하는 차원에서 추진됐다. 정부 관계자는 "버스 안에서만 안전이 확보돼서는 부족하다"며 "타고 내리는 과정과 정류장에서 기다리는 시간까지 함께 살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성욱 기자 abc12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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