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미국 국채를 매수하는 주체가 해외 중앙은행에서 민간 투자자로 바뀐 것에 대해 이유와 의미를 분석하는 보고서가 나왔다.
미국의 대규모 재정적자가 불가피하고, 국가부채가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 국채 투자 주체가 경제 충격과 지정학적 긴장에 민감한 성향으로 바뀌었다는 점에서 미국의 차입 비용과 금융안정은 과거보다 글로벌 투자심리의 변동에 더 크게 노출돼 있다는 평가다.
브루킹스연구소의 지안 마리아 밀레시-페레티(Gian Maria Milesi-Ferretti) 허친스센터 선임연구원은 20일(현지시간) ‘누가 미국 국채를 사고 있으며, 그 이유는 무엇인가?(Who’s buying U.S. Treasury debt, and why?)’라는 제목의 글에서 이같이 분석했다.
다음은 주요 내용을 정리한 것이다.
미국 정부는 지속적인 대규모 재정적자를 메우기 위해 글로벌 채권시장에서 막대한 자금을 빌리고 있다. 현재 유통 중인 시장성 미 국채 규모는 연방준비제도(Fed) 보유분을 포함해 30조달러를 넘는다. 2026년 7~12월 미 재무부는 영업일마다 순액 기준 100억달러 넘게 차입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으며, 이 가운데 상당 부분은 외국 투자자로부터 조달될 전망이다.
이 글은 재무부가 이처럼 막대한 자금을 누구에게서 빌리고 있는지를 살펴본다. 필자가 노스캐롤라이나대학교의 아누샤 차리(Anusha Chari)와 공동 작성한 논문 ‘미국과 채권자들: 미국 자산에 대한 해외 수요 평가’를 바탕으로 했다.
누가 미 국채를 보유하는지가 왜 중요한가
미국은 지속적으로 재정적자와 경상수지 적자를 기록해왔고, 외국인 투자자는 이 적자를 조달하는 가장 큰 단일 자금원이었다.
미국 정부 부채가 계속 늘어나고 순대외부채가 국내총생산(GDP)의 약 70%에 이르는 상황에서, 외국인 투자자가 계속 미 국채를 사고 보유하려는 의지는 미국의 차입비용과 달러화 가치, 더 넓게는 금융안정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2025년 4월 이른바 ‘해방의 날(Liberation Day)’ 관세 사태는 이런 관계를 당연하게 여길 수 없음을 보여준다. 당시 위험회피 충격이 발생했지만 전통적인 안전자산 선호와 달리 달러화는 약세를 보였고 장기금리는 오히려 상승했다.
현재 미 국채시장 가운데 외국인 보유 비중은 얼마나 되나
2025년 중반 기준 외국 정부기관과 민간 투자자를 합친 미 국채 보유 비중은 시장가치 기준 전체 유통 물량의 약 40%였다. 이는 2007~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무렵 50%를 웃돌았던 정점에서 낮아진 수준이다.
이 수치에는 공식 통계에서 상당 부분 누락되는 케이맨제도 소재 헤지펀드의 미 국채 보유분을 포괄적으로 추정해 반영한 수치도 포함돼 있다.
미 국채 보유 주체에서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은 무엇인가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에는 외국 정부기관, 주로 외환보유액의 일부로 미 국채를 보유하는 중앙은행이 외국인 보유의 중심이었다. 특히 중국과 일본의 비중이 컸다.
그러나 이후 외국 정부기관의 미 국채 보유 비중은 꾸준히 줄어든 반면, 외국 민간 투자자가 더 큰 보유 주체로 올라섰다.
2025년 중반 기준 케이맨제도 보유분 조정을 포함한 외국 민간의 미 국채 보유액은 약 7조달러였고, 외국 정부기관 보유액은 3조9000억달러였다.
외국 중앙은행은 왜 미 국채 매입을 줄였나
정부기관 보유 비중 감소의 대부분은 세 가지 요인으로 설명된다.
- 외환보유액 증가세 둔화 : 지난 10년간 세계 GDP 대비 글로벌 외환보유액 증가 속도는 2000년대보다 훨씬 느려졌다. 당시에는 신흥국과 산유국 중앙은행들이 빠른 속도로 외환보유액을 쌓고 있었다. 반면 미 국채 발행 잔액은 빠르게 늘었다. 여기에 외환보유액에서 달러가 차지하는 비중도 점진적으로 낮아지고 있다.
- 연준의 미 국채 보유 확대 : 금융위기 이후 연준의 대차대조표가 확대되면서 다른 투자자들이 살 수 있는 미 국채 물량이 줄었다.
- 달러 강세 : 달러화가 다른 준비통화에 대해 강세를 보이면 중앙은행의 외환보유 포트폴리오에서 달러 비중은 자동으로 높아진다. 중앙은행들은 통화별 자산 배분이 목표치에서 지나치게 벗어나는 것을 막기 위해 미 국채 매입을 상대적으로 줄인다. 데이터에서도 이런 리밸런싱 패턴은 뚜렷하고 일관되게 나타난다.
지정학적 분절도 이런 추세를 강화했다. 미국과 지정학적으로 거리가 먼 국가일수록, 또는 전반적으로 더 분절된 세계경제에 속한 국가일수록 미 국채 보유 비중이 낮다.
어떤 국가들이 미 국채 보유를 줄였나
가장 중요한 국가는 중국과 일본이다.
중국이 공식적으로 보고한 미 국채 보유액은 2011~2024년 약 4000억달러 감소했다. 같은 기간 전체 미 국채 발행 잔액의 시장가치는 15조6000억달러 늘었다.
물론 일부는 중국의 보유분이 실제로 줄어든 것이 아니라 벨기에의 유로클리어 같은 수탁기관을 통해 보유하게 된 데 따른 통계상의 변화다. 하지만 전체 미 국채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게 줄었다는 사실 자체는 변하지 않는다.
일본은 같은 기간 미 국채 보유액이 절대액 기준 거의 늘지 않았다. 자국의 외환보유액 증가 속도가 둔화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일본의 미 국채 보유 비중은 10%에서 약 4%로 낮아졌다.
러시아의 미 국채 보유액은 미국의 제재 이후 2018년부터 급격히 감소했다.
정부기관 투자자 가운데 인도는 드문 예외다. 인도의 외환보유액이 3배로 늘어나는 동안 미 국채 보유액은 5배 넘게 증가했다.
민간 수요가 정부기관 수요를 안정적으로 대체할 수 있나
완전히 그렇지는 않다.
정부기관 보유분, 대부분 중앙은행의 외환보유액은 대체로 안정적인 장기 보유 성격을 갖는다.
반면 민간 보유분은 훨씬 다양하다. 연기금과 보험사는 정부기관 투자자처럼 비교적 안정적으로 움직이지만, 케이맨제도에 소재한 헤지펀드처럼 높은 레버리지를 사용하는 투자자들의 역할이 훨씬 커졌다.
이 펀드들의 지분은 대부분 미국 투자자가 보유하고 있으며, 베이시스 거래와 기타 차익거래 전략을 수행하기 위해 미 국채를 보유한다. 그러나 2020년 3월에 나타났듯이 시장 스트레스가 발생하면 포지션을 빠르게 청산할 수 있다.
민간 보유분 가운데 케이맨제도뿐 아니라 영국, 아일랜드, 룩셈부르크, 벨기에 같은 금융허브를 경유하는 비중도 커지고 있다.
이는 최종 투자자가 실제로 누구인지 파악하기 어렵게 하고, 충격이 발생했을 때 이들이 어떻게 행동할지 평가하는 것도 복잡하게 만든다.
앞으로 어떤 위험이 있나
현재와 앞으로의 미국 재정적자가 큰 폭으로 유지되는 만큼 미 국채 공급은 계속 빠르게 늘어날 것이다.
이에 따라 장기금리가 더 오르는 것을 막으려면 미 국채 수요도 이에 상응해 증가해야 한다.
하지만 외국인 수요의 회복력을 우려하게 만드는 요인들이 적지 않다.
- 정부기관 수요의 구조적 둔화 : 글로벌 외환보유액이 다시 큰 폭으로 늘거나 달러화가 크게 약세를 보이지 않는 한, 미국의 국채 발행이 계속 늘더라도 외국 중앙은행이 미 국채 매입을 의미 있게 확대할 가능성은 낮다.
- 더 변동성이 큰 한계 매수자 : 외국인 자금조달에서 민간 투자자가 차지하는 비중이 커질수록 미국의 차입비용은 글로벌 위험선호와 지정학적 상황 변화에 더 민감해질 수 있다. 과거에는 세계경제가 침체하면 미국 국채금리가 안정적으로 하락했지만, 앞으로는 그런 경기역행적 움직임이 덜 확실할 수 있다.
- 최종 보유자의 불투명성 : 금융허브 중개기관의 역할이 커질수록 실제로 누가 미국 국채를 보유하는지, 그리고 위기 때 이들이 어떻게 행동할지를 파악하기 어려워진다.
- 차환 위험 : 코로나19 팬데믹 이전에 발행된 부채 상당 부분이 앞으로 몇 년 안에 만기가 돌아온다. 이 가운데 해외에서 보유하고 있어 차환이 필요한 부채가 많을수록 외국인 수요 변화에 대한 노출도 커진다.
- 부채 이자비용 상승 : 높은 금리와 순대외부채 증가가 결합하면 외국인 투자심리가 변하지 않더라도 앞으로 외국 채권자에게 지급해야 할 이자소득 이전 규모가 커진다.
그렇다면 외국인 투자자들이 미 국채를 ‘투매’하고 있다는 뜻인가
아니다.
우리 논문의 분석은 외국인들이 미 국채에서 대규모로 이탈하고 있다기보다 구조적 요인에 따른 점진적인 리밸런싱이 진행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달러 기준 외국인 미 국채 총보유액은 늘었고, 절대액 기준으로는 민간 수요 증가가 정부기관 수요 감소분을 충분히 상쇄했다.
우려의 핵심은 당장 대규모 매도가 발생할 가능성보다는 외국인 투자자 기반의 성격이 바뀌고 있다는 점이다.
즉 안정적인 정부기관이라는 버팀목은 작아지는 반면, 더 다양하고 시장 상황에 민감한 민간 투자자 기반은 커지고 있다.
정책적으로 어떤 의미가 있나
미 국채 조달의 안정성은 갈수록 미국의 재정정책, 지정학적 충격의 속도와 강도, 글로벌 투자자들의 포트폴리오 선호 변화가 어떻게 상호작용하느냐에 달려 있다.
전통적으로 안전자산 수요의 핵심 버팀목이었던 중앙은행 외환보유액 기반의 미 국채 수요는 구조적 이유로 정체됐다.
반면 이제 더 큰 비중을 차지하는 외국 민간 투자자는 위험선호 충격과 지정학적 긴장에 민감할 가능성이 있다.
특히 미 국채를 가장 많이 보유한 외국 주체들이 미국의 동맹국들인 만큼 미국과 동맹국 간 긴장이 커지는 환경에서는 이런 민감성이 더욱 중요해진다.
여기에 고(高)레버리지 투자자의 역할이 커졌다는 점은 투자심리가 급격히 바뀔 경우 2020년 3월에 목격했던 것과 유사한 신속한 매도와 시스템 스트레스를 촉발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결국 미국의 차입비용과 금융안정은 과거보다 글로벌 투자심리의 변동에 더 크게 노출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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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이러한 충격을 흡수할 완충장치로서 건전한 재정 기초여건의 중요성이 더욱 커졌다는 점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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