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IST·삼성전자 SAIT·MIT, 루테늄 결정 7배 키워 99.3% 정렬
좁고 깊은 3차원 구조도 적용…국제학술지 '사이언스' 게재

반도체 배선에 탄소를 일부러 집어넣었다가 다시 빼냈더니 전기저항이 45% 넘게 떨어졌다. 금속 속 불순물로 여겨지던 탄소를 결정이 자라는 동안만 잠깐 활용하는 '역발상'으로 차세대 2나노미터(㎚·10억분의 1m)급 반도체 배선의 성능을 끌어올린 것이다.


광주과학기술원(GIST)은 조용륜 중앙기기연구소 박사가 삼성전자 SAIT(옛 삼성종합기술원),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학교(MIT) 연구진과 미량의 탄소를 이용해 차세대 반도체 배선 소재인 루테늄의 결정 크기와 방향을 제어하는 기술을 개발했다고 21일 밝혔다.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사이언스(Science)'에 지난 13일 온라인 게재됐다.

탄소 촉진제(C-promoter)에 의한 루테늄(Ru) 결정립의 성장과 결정 방향 정렬 과정. 연구진 제공

탄소 촉진제(C-promoter)에 의한 루테늄(Ru) 결정립의 성장과 결정 방향 정렬 과정. 연구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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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가 2㎚급 이하로 미세화하면서 칩 내부의 금속 배선도 극도로 가늘어지고 있다. 문제는 배선이 좁아질수록 전자의 흐름이 방해받아 저항이 급격히 커진다는 점이다. 기존 구리를 보완할 차세대 배선 소재로 루테늄이 주목받고 있지만, 루테늄 역시 수많은 작은 결정 사이의 경계에서 전자가 산란해 저항이 증가하는 문제가 남아 있다.

연구팀이 찾아낸 해법은 뜻밖에도 '탄소'였다. 루테늄에 극소량의 탄소를 넣은 뒤 열처리 과정에서 결정의 성장과 정렬을 돕게 하고, 역할을 마친 탄소는 다시 빠져나가도록 했다. 탄소를 박막에 계속 남겨 특성을 바꾸는 첨가물이 아니라 결정이 자라는 동안에만 작용하는 '일시적 촉진제'로 활용한 것이다.


탄소 0.48% 넣자 결정 크기 7배로


연구팀이 탄소 함량을 달리해 실험한 결과 루테늄 원자 1000개 가운데 약 5개에 해당하는 0.48원자%(at%)를 첨가했을 때 효과가 가장 컸다. 탄소가 너무 많으면 오히려 결정의 정렬을 방해했다.

탄소가 결정 성장을 돕는 과정도 규명했다. 열처리를 시작하면 루테늄 내부의 탄소 원자가 결정립들이 맞닿는 '결정립계'로 이동한다. 이후 탄소가 기체 형태로 빠져나가면서 결정립계 주변에 일시적인 빈 공간인 '자유부피'가 만들어졌다. 이 공간 덕분에 루테늄 원자와 결정립계가 보다 쉽게 움직일 수 있게 되고, 작은 결정들이 서로 합쳐져 커지면서 비슷한 방향으로 재배열됐다.

탄소 촉진에 따른 루테늄(Ru) 결정립의 성장·정렬 과정과 3차원 구조 적용 결과. 연구진 제공

탄소 촉진에 따른 루테늄(Ru) 결정립의 성장·정렬 과정과 3차원 구조 적용 결과. 연구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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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팀은 실시간 가열 투과전자현미경(TEM)을 이용해 이 과정도 직접 관찰했다. 현미경 안에서 시료를 가열하며 결정이 커지고 방향을 바꾸는 모습을 실시간으로 추적했다.


그 결과 450℃에서 열처리한 루테늄 박막의 평균 결정립 크기는 약 13㎚에서 91.7㎚로 7배 이상 커졌다. 결정들이 한 방향으로 정렬된 정도를 나타내는 배향도는 99.3%에 달했다.


결정 구조가 달라지자 전기적 성능도 크게 향상됐다. 두께 8㎚의 루테늄 박막에서 비저항은 11.2마이크로옴센티미터(μΩ·㎝)로 탄소를 사용하지 않은 루테늄보다 29.0% 낮았다. 실제 초미세 배선 구조로 만들었을 때는 배선 저항이 45.4% 감소했다. 연구팀은 선폭 2㎚ 수준의 차세대 반도체 배선에 요구되는 전기적 성능을 충족했다고 설명했다.


좁고 깊은 3차원 구조에서도 통했다


평평한 박막뿐 아니라 복잡한 3차원 구조에서도 적용 가능성을 확인했다. 연구팀은 깊이와 너비의 비율인 종횡비가 33대 1에 이르는 좁고 깊은 홈에 12㎚ 두께의 루테늄을 입혔다. 그 결과 홈의 측면과 바닥까지 99.1%의 높은 균일도로 코팅됐으며, 복잡한 구조에서도 루테늄 결정의 방향성이 유지됐다.

연구진 사진. (왼쪽부터) 임용철 삼성종합기술원 박사, 하윤후 박사, 이영민 연구원, 조용륜 GIST 중앙기기연구소 첨단분석센터 박사. GIST 제공

연구진 사진. (왼쪽부터) 임용철 삼성종합기술원 박사, 하윤후 박사, 이영민 연구원, 조용륜 GIST 중앙기기연구소 첨단분석센터 박사. GIST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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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반도체 구조가 갈수록 미세해지고 입체화하는 상황에서도 이번 기술을 활용할 가능성을 보여준다. 연구팀은 향후 2㎚급 이하 초미세 반도체 배선과 고집적 3차원 반도체 구조 등에 적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번 연구의 의미는 탄소 자체에만 있지 않다. 금속 속 미량 원소를 제거해야 할 불순물이나 최종 소재에 남겨두는 첨가제로 보는 대신, 원하는 결정 구조를 만든 뒤 사라지는 '일시적 촉진제'로 활용하는 새로운 소재 설계 전략을 제시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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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박사는 "금속 속 미량 원소를 단순히 제거해야 하는 불순물이 아니라 결정립의 이동과 정렬을 유도한 뒤 빠져나가는 일시적 촉진제로 활용할 수 있음을 보여줬다"며 "차세대 반도체 배선 소재의 구조와 전기적 성능을 함께 제어할 수 있는 새로운 설계 원리를 제시했다"고 말했다.


김종화 기자 just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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