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스토피아와 유토피아 갈림길 서 있어
AI 3대 강국 위해서는 소프트웨어 키워야
AX와 보안은 이제는 같은 말

편집자주대한민국은 유럽연합(EU)에 이어 세계 두 번째로 인공지능(AI) 기본법을 제정했다. AI 관련 입법을 주도해 온 정치인들을 만나 AI 국가 설계 철학과 후속 입법 과제를 살펴보고, 글로벌 AI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전략과 제도적 해법을 모색한다.


'노아의 방주'. 성경 속에서 신이 대홍수를 일으켜 모든 것을 쓸어버리고 새로운 세상을 만들기로 결정했을 당시 인간에게 허락했던 유일한 배.


이해민 조국혁신당 의원은 1시간 남짓의 아시아경제와 인터뷰에 여러 차례 '노아의 방주'를 언급했다. AX(AI 전환)시대로 변해가는 세상에 대한 고민이 엿보였다.

이 의원은 "산업혁명을 거쳐 인간의 생산성이 향상된 뒤 정착까지 200년이 걸렸다고 하는데, 지금은 이 같은 변화를 몇십 년 만에 겪고 있다"며 "가만두면 극단적으로 부가 편중되는 K자 성장이 뻔한 데, 가능한 디스토피아 대신 유토피아로 끌고 가는 제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디스토피아하고 유토피아 갈림길에서 디스토피아로 향할 사회를 어떻게든 방향을 틀어보려고 만든 법안"이라고 이 법을 소개했다.


이해민 조국혁신당 의원이 국회 의원실에서 아시아경제와 인터뷰하고 있다. 2026.8.12 김현민 기자

이해민 조국혁신당 의원이 국회 의원실에서 아시아경제와 인터뷰하고 있다. 2026.8.12 김현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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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전환대응법은 정부에 AI 기반 산업전환 국가전략과 5년 단위 기본계획 수립을 의무화했고, 국민에게는 직업 재교육·전직 지원과 최소한의 생활 보장을 받을 권리를 명문화하는 내용이 담겼다. 산업전환 충격이 큰 지역은 '전환지역'으로 지정해 맞춤 지원을 하도록 했다. 기업에는 근로자 재교육 계획 수립과 대규모 고용변동 시 사전 통지·협의 의무를 부여하되, 성실히 이행하는 기업엔 세제 혜택을 준다.

이 법의 주요 작동 메커니즘은 '고용'과 '기금'이다. 이 의원은 "고용을 유지하면 할수록 기업에 더 이득이 되는 구조"라며 "AI 도입으로 해고가 발생할 경우 그에 상응하는 기금 재원 마련을 분담하도록 하고, 반대로 고용을 더 창출하는 기업에는 혜택을 주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스타트업과 중소기업은 별도로 보호하는 장치도 뒀다. 법안의 설계 철학은 기업 규제가 아니라 산업의 존속에 있다는 것이 이 의원의 설명이다.


이 의원은 현 정부가 최대 국정과제 기조로 'AI 3대 강국'을 내세우는 것에 대해 공감을 한다면서도, 방향성에 대해서는 의구심을 표했다.


그는 "이번 정부가 AI를 가장 큰 국정 기조로 잡고 가는 부분에 대해서는 공감을 한다"면서도 "챌린지(도전)가 있다는 것도 인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정부를 상대로 'AI 3대 강국의 정의가 무엇인가'에 물었지만 명확한 답을 듣지를 못했다"고 밝혔다. 이어 "(나름대로 AI 3대 강국의 정의를) AI 챗봇을 써서 모델이 학습된 데이터 등으로 추론하고 GPU, HBM을 넘어 (냉각수와 전력을 포함한) 데이터센터 등이 모두 밸류체인(가치사슬)"이라며 "우리는 메모리 반도체 HBM이라는 패를 들고서 최대한 생태계를 확장하려고 하는 것으로 본다"고 소개했다.


이 의원은 "밸류체인의 끝에서 끝까지 모두 다 잘할 수는 없지만 이걸 기점으로 피지컬 AI나 AI 데이터 센터 등을 많이 확보하려고 정부가 노력하고 있다고 평가한다"면서도 "동시에 (남아 있는) 시간이 많지 않다"고 전망했다. 그는 AI와 관련해 현재 하드웨어에 치중되어 있는데, 궁극적으로 소프트웨어 쪽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봤다.

이 의원은 "돈을 버는 쪽은 처음에는 인프라스트럭처 쪽인 하드웨어서 먼저 시작한다. 엔비디아나 TSMC, SK하이닉스, 마이크론, 삼성전자 돈을 벌고 있다"면서도 "다음에는 고부가가치인 소프트웨어 쪽으로 주도권이 넘어가게 돼 있다"고 말했다. 하드웨어 등에서는 중국의 추격 속에서 소프트웨어쪽으로 진출할 것인가가 숙제라는 것이다.


이해민 조국혁신당 의원이 국회 의원실에서 아시아경제와 인터뷰하고 있다. 2026.8.12 김현민 기자

이해민 조국혁신당 의원이 국회 의원실에서 아시아경제와 인터뷰하고 있다. 2026.8.12 김현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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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일문일답


-AI 전환대응법으로 기업 부담이 커진다는 반론이 나올 수 있다.

▲소비자가 사라지면 기업도 사라진다. 단기적으로는 생산성이 엄청나게 올라가고 사람을 자르면 되니 고용주 입장에서 얼마나 좋겠나. 기계는 24시간 똑같은 퀄리티로 일하고, 능력치가 올라가면 그대로 복제해 100만 대가 똑같이 일한다. 사람은 그렇지 않다. 그런데 생산성 향상만 고민하다 보면 사회적 지속가능성이 사라지고, 그러면 결국 산업의 지속가능성도 사라진다는 철학으로 설계했다. 산업화 이후 200년의 경험으로 우리는 이걸 가만두면 K자로 벌어진다는 걸 안다. 알고 있다면 미리 대비해야지, 나중에 고치려 하면 사회적 비용이 너무 많이 든다.


-후반기 국회서 상임위를 과방위에서 정무위로 옮겼다.

▲그릇(AI기본법)을 만들어놨으니 이제 AX를 해야 하는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안에서 다 할 수 있을 줄 알았다. 개인정보 보호도, 금융권 AX도 AI 관련이니 될 줄 알았는데 아니더라. 피감기관이 다 흩어져 있다. 금융과 국방 둘 다 중요하다고 봤는데 개인정보보호위원회가 정무위에 있어 이쪽부터 하기로 했다. 상임위 두 개(정무위와 과방위)를 하는 느낌이라 의원실에 고맙고 미안하다.


-정무위에서 우선적으로 다룰 과제는.

▲개인정보 보호, 금융권 AX, 그리고 에이전트다. 밑바탕에 있는 문제의식은 하나다. 'AX와 보안은 이제는 같은 말'이라는 것이다. 금융권이 AX에 유독 적극적인 이유도 효율보다 보안이 크다. AI 모델들이 서로의 취약점을 찾아내고 공격하는 게 일상이 된 지금, 가장 강력한 모델의 해킹 공격을 막아내려면 그만큼 강한 AI로 대응하는 수밖에 없다는 게 눈에 뻔히 보이기 때문이다.


-AI 관련법을 제정하는 국회 조직도 바뀌어야 하나.

▲AI 관련해서는 법사위처럼 총괄하는 무언가가 있어야 한다. 상임위를 하나 더 만드는 게 안 되고 특위도 안 된다면, 모든 법안이 법사위로 몰리니 법사위 안에 소위라도 하나 마련했으면 한다. 정리돼야 한다. 지금처럼 하다가는 서로 충돌하는 법안이 올라왔을 때 법사위가 이걸 해결할 능력이 있는지 걱정이다. 조문상으로는 문제가 없어도 산업적으로는 "이게 뭐야"가 나올 수 있다. 그게 안 되면 각 상임위마다 AI·IT·디지털 전문가가 최소 2명씩은 앉아 있든가 파견을 하든가 해야 한다.


-지난해 통과된 AI 기본법을 어떻게 평가하나.

▲2024년 12월 발의해 곧바로 상임위와 본회의를 통과했고 올해 1월부터 시행됐다. 전 세계에서 두 번째로 제정됐고 시행은 처음으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이런 일은 시도해보지 않으면 무엇이 잘못됐고 무엇이 현장에 맞는지 알 수가 없다. 지금 시행령을 운영하면서 '이건 좋고 이건 나쁘다'를 1년 내내 차곡차곡 쌓고 있는데, 그렇게 쌓인 것은 전 세계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는 귀중한 데이터가 될 것이다. AI 기본법은 말 그대로 기본법이라 '그릇'을 만들고 거버넌스를 정의하는 데 방점이 있었고, 그 안에 무엇을 담을지는 지금 시행령을 통해 만들어가는 과정이다.


-입법 과정에서 가장 아쉬웠던 부분은 무엇인가.

▲법안소위 때 많이 힘들었다. 19개 법안이 병합심사됐고 결과적으로 85~90%가 제 법안이었는데, 나머지를 막지 못한 부분에서 문제가 생겼다. 바로 고영향 AI 정의 조항이다. 원안은 "생명·신체의 안전 및 기본권의 위험을 초래할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AI"였다. '앤드(and) 규정'이었는데, 다른 위원들이 "중대한 영향을 미치거나 위험을 초래할 우려가 있는"이라는 '오어(or)' 규정으로 바꾸고 '우려'까지 넣었다. 그러자 해당 범위가 엄청나게 넓어졌고, 법이 나온 뒤 "규제가 너무 심하다"고 언론에서 비판을 받았다. 제 원래 취지는 영향받는 부분을 뾰족하게 짚어 그것만 세게 규제하고 나머지는 풀어주자는 것이었는데 완전히 반대가 돼버렸다.


-왜 'or'로 바뀐 건가.

▲"문법상 이게 더 낫다"는 이유였다. 국문과나 언론 쪽 출신 의원들이 계셨고, 공대생인 저는 모르는 문법 이야기였다. "'and' 조항이 길면 좋지 않다"고 하셨다. 다행히 입법 취지 자체는 이해해주셨다. 저는 법안소위에서 "입법 취지, 입법 취지"를 계속 속기록에 남겼고, 그 덕에 과기정통부가 시행령을 만들면서 넓어진 범위를 쳐내느라 무척 고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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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영향'이라는 용어를 새로 만든 이유는.

▲EU는 규제 일변도였기 때문에 '고위험'을 쓴다. 반면 캐나다는 '영향'을 쓰는데, 캐나다나 미국은 진흥 쪽에 좀 치우쳐 있다. 저는 완전히 수요자 입장에서 이 법을 봐야겠다고 생각해 '영향'을 택했다. 기존 법안들은 모델을 만드는 회사, 그 모델로 서비스를 만드는 회사, 돈 내고 쓰는 사용자 세 가지만 봤는데 저는 '영향을 받는 자'를 새로 정의했다. 자율주행차로 설명하면 엔진을 만드는 곳, 완성차·서비스를 만드는 곳, 테슬라 오너 같은 사용자가 있고, 지나가는 행인이 '영향을 받는 자'다. 이 사람은 앞의 과정에 전혀 관여하지 않았지만 사고가 나면 영향을 받는다. AI 의료기기라면 그 기기를 쓰는 의사에게 진단받는 환자까지 고려하게 된다. 문제가 생겼을 때 책임 소재를 역산해보니 각각 다르더라.


나주석 기자 gonggam@asiae.co.kr
우수연 기자 yes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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