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정부, 다음 달부터 일률 지도 폐지
노사 합의 땐 '월 100시간' 잔업 가능
"한번 느슨해지면 광범위하게 풀려"
일본 정부가 잔업 시간을 '월 45시간 이내'로 묶어온 행정지도를 다음 달부터 없애기로 했다.
20일 아사히신문 등에 따르면 후생노동성은 전날 노동기준감독서의 시간외근로 지도 방식을 다음 달부터 바꾸겠다고 발표했다. 획일적인 잔업 축소 요구를 접고, 기업이 근로자 건강 확보 조치를 제대로 이행하는지를 들여다보는 방식으로 전환한다는 것이다.
일본 노동기준법에서는 근로시간을 하루 8시간, 주 40시간으로 정하고 있다. 노사가 이른바 '36(산로쿠)협정'을 맺으면 월 45시간·연 360시간까지 잔업이 가능해지고, 여기에 특별조항을 붙이면 휴일 노동을 포함해 월 100시간 미만까지 상한이 늘어난다. 그러나 감독 당국은 특별조항을 체결한 사업장에도 월 45시간을 넘기지 말라고 요구해왔는데, 다음 달부터는 이런 지도가 사라질 예정이다.
대신 정부는 각 사업장이 '36협정'에 명시한 건강·복지 확보 조치를 실제로 이행하는지를 확인해 그에 맞춰 지도하기로 했다. 법정 상한선 자체는 그대로지만, 45시간을 넘겨 잔업을 늘릴 여지는 그만큼 넓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과중 노동으로 건강 장해가 우려되는 사업장에는 종전대로 필요한 지도를 계속하겠다는 단서를 달았다.
"워라밸 버리겠다" 日 총리, 규제 완화 밀어붙여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는 기업 경쟁력 강화를 명분으로 노동시간 규제 완화에 의욕을 보여왔고, 집권 자민당도 지난 4월 잔업 지도 방식을 재검토하라고 정부에 제언한 바 있다.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해 10월 자민당 총재로 선출된 직후 소속 의원들 앞에서 "모두에게 일해달라고 하겠다. 마차 끄는 말처럼 일해달라"며 "나 자신도 워라밸이라는 말을 버리겠다. 일하고 일하고 일하고 일하고 일하겠다"고 말했다. 지난달 20일에는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총리 취임 이래 0~3시간 수면이 일상이 됐다"고 적어 과로와 건강 우려가 나왔다. 평일에는 심야까지 공무를 보고 자택에서는 욕실 청소와 설거지, 빨래를 한다는 내용이었다. 야당에서는 판단력 저하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왔고, 미국 뉴욕타임스(NYT) 등 외신도 일본 행정부 수반의 근무 환경을 문제 삼았다.
"한번 느슨해지면 광범위하게 풀려" 노동계 반발
이번 방침에 대해 노동조합 중앙조직인 렌고의 요시노 도모코 회장은 이날 "시간외근로를 부추길 수 있다"며 "매우 유감"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한번 느슨해지면 광범위하게 풀려버리는 것이 노동시간 규제"라며 "근로자의 생명과 건강을 지키려면 오히려 감독서가 지도를 강화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지적했다. 다만 건강 확보 조치를 중점 확인하겠다는 방침에 대해서는 "평가할 만하다"면서 노사가 더 높은 수준의 직장 환경을 만들어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일본의 현행 노동시간 기준은 과로사 참사에서 비롯됐다. 지난 2015년 광고회사 덴쓰에서 20대 신입 사원이 월 105시간에 이르는 초과근무 끝에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이 사회적 공분을 불렀고, 3년 뒤 '일하는 방식 개혁' 관련법이 성립돼 지금의 상한 규제가 마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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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2024년도 과로와 업무 스트레스로 인한 사망·질병 등 이른바 '과로사 등' 산업재해 인정 건수는 1304건으로 1년 전보다 196건 늘어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 아사히신문은 "노동단체 등에서 이번 조치가 장시간 노동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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