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콘텐츠를 만들자, 인재상이 바뀌었다
콘진원 뉴콘텐츠아카데미, 이론보다 프로젝트
획·개발·아트 경계 허물어 융합형 인재 육성
학위 대신 실전으로 키우는 '프로젝트 오너'
인공지능(AI)이 콘텐츠 제작의 분업 공식을 허물고 있다. 기획부터 개발, 시각 구현까지 혼자 해내는 '1인 제작자'가 등장하면서 산업계가 찾는 인재상도 빠르게 달라지는 모습이다.
21일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뉴콘텐츠아카데미는 기술과 창작 역량을 함께 갖춘 융합형 인재를 매년 100명씩 양성하고 있다. 게임·방송·웹툰 등 장르별 교육에서 벗어나 기술과 콘텐츠가 만나는 지점에 초점을 맞춘 과정이다.
과거에는 아트 디렉터와 애니메이터, 개발자의 역할이 뚜렷하게 구분됐다. 생성형 AI와 실시간 제작 기술이 확산한 지금은 기획과 기술을 함께 다루는 능력이 중요해졌다. 뉴콘텐츠아카데미가 강의보다 프로젝트 수행에 무게를 두는 이유다.
교육과정은 1년간의 직무교육과 1년간의 산학 연계 프로그램으로 구성된다. 6학기 동안 기초부터 실무까지 단계적으로 익힌 뒤 인턴십에 참여하는 구조다. 특히 심화 과정에서는 버추얼 프로덕션·가상 시각화·인터랙션 디자인·이머시브 공간 가운데 두 분야를 선택한다.
강사진도 현장 전문가 중심으로 꾸렸다. 김성욱 네이티브 버추얼 프로덕션 대표와 오창원 넥스텝스튜디오 본부장, 육대근 DEXA 대표 등이 실제 프로젝트 수행을 돕는다. 오영은 콘진원 인재양성팀장은 "산업 현장에서는 신입이라도 프로젝트 경험을 갖춘 인력을 원한다"며 "교육생별로 커리큘럼을 설계해 현장 실습과 인턴십까지 연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해외에서도 확장현실(XR)과 실감형 콘텐츠 인재를 확보하려는 투자는 활발하다. 영국 정부는 '디지털 전략 2017'과 산업전략백서, 창의산업 섹터 딜 등에서 XR을 미래 핵심 기술로 지정했다. 유럽연합(EU)은 '호라이즌 유럽' 예산을 활용해 XR 교육 콘텐츠 개발을 지원하는 'XR2Learn' 프로젝트를 운영 중이다. 2023~2024년 진행된 두 차례 공모에는 기관 492곳이 지원했다.
캐나다 미디어 펀드는 인터랙티브 디지털 미디어 분야에 매년 5700만캐나다달러를 투입한다. 다만 영국과 EU는 정책·생태계 조성, 캐나다는 제작비 지원에 무게가 실려 있어 개인의 교육부터 취업까지 잇는 경로는 상대적으로 뚜렷하지 않다. 뉴콘텐츠아카데미는 장기 교육과 프로젝트, 인턴십을 하나의 과정으로 연결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시장 성장 가능성은 크다. 한국저작권위원회가 2023년 발표한 XR산업보고서는 세계 XR 시장 규모가 2022년 351억4000만 달러에서 2030년 3459억 달러로 약 10배 성장한다고 내다봤다. 삼정KPMG 경제연구원은 AI를 XR산업의 핵심 동력으로 지목했다. 텍스트 입력만으로 3차원(3D) 모델을 만드는 기술이 상용화하면서 콘텐츠 제작 방식 자체가 재편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성과도 나타나고 있다. 뉴콘텐츠아카데미 1기 교육생 아홉 명은 덱스터스튜디오·디스트릭트·로커스·위지윅스튜디오에서 인턴으로 근무했다. 2기에는 참여 인원이 열아홉 명으로 늘었고, 연계 기업도 닷밀·모어사이언스·벤타엑스·스토익엔터테인먼트·채널A B&C·EBS 등으로 확대됐다. 일부 교육생은 인턴십 이후 정규직으로 전환되거나 별도 계약을 체결했다.
오 팀장은 "관심 기업과 사전에 업무협약을 맺어 교육생이 진출할 현장을 확보하고 있다"며 "단순히 기술을 가르치는 데 그치지 않고 취업과 협업 기회까지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강조했다.
교육생의 작품 수준도 높아지는 추세다. 2024년 단기과정 쇼케이스에서는 단편영화 '지붕 위의 질투'가 AI와 실시간 게임 엔진을 활용해 컴퓨터그래픽(CG)·시각특수효과(VFX) 제작의 인력 한계를 보완한 작품으로 주목받았다.
지난 19일부터 이날까지 서울 동대문구 홍릉 콘텐츠인재캠퍼스와 콘텐츠문화광장 일대에서 열린 뉴콘텐츠아카데미 쇼케이스에는 장기과정 2기 여덟 팀과 3기 열세 팀이 참가했다. 생성형 AI 콘텐츠 서비스와 XR·가상현실(VR) 체험, 인터랙티브 미디어아트 등 기술과 아이디어를 결합한 결과물을 선보였다.
특히 1인 개발과 팀 협업이라는 두 가지 제작 방식이 눈길을 끌었다. 이재진 교육생은 AI 에이전트로 2차원(2D) 영상을 입체영상으로 변환하는 솔루션 'GenStereo'를 개발했다. 엔진과 오소링 도구, 안구 추적 플레이어까지 전 과정을 혼자 완성했다.
유용우·정아린·홍여진 교육생으로 구성된 '리커버' 팀은 딥페이크와 가짜뉴스를 다룬 1인칭 XR 다큐멘터리 '토끼굴 대탐험'을 내놨다. 관객이 사건을 추적하며 정보의 진위를 스스로 의심하도록 설계한 작품이다.
남은 과제는 규모와 비용이다. 연간 양성 인원은 100명에 불과하고, AI 장비와 고사양 PC 등 교육 인프라를 구축하는 데도 적지 않은 예산이 필요하다. 학위를 인정하지 않는 비학위 과정이라는 점 역시 교육생 모집과 제도 안착 과정에서 넘어야 할 벽이다.
콘진원은 한국영화아카데미를 장기적인 모델로 삼고 있다. 학위 없이도 체계적인 현장 교육을 통해 봉준호 감독 등 전문 인력을 배출한 사례처럼, 우선 산업 현장에서 성과를 쌓겠다는 전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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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경본 콘진원 콘텐츠기반본부장은 "신기술과 창의적 아이디어를 갖춘 인재는 콘텐츠 산업의 변화와 성장을 이끄는 핵심 동력"이라며 "교육과 프로젝트 수행, 산업 현장 연계를 아우르는 인재 양성 체계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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