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대통령, 청와대서 왕이 접견…한·중 발표내용 뜯어보니
韓 ‘중단서 시작하는 단계적 비핵화’ 설명
왕이는 "美 대북 적대정책 포기해야"
한·중 FTA 2단계 조속 타결 촉구
11월 중국 선전 APEC 협력은 속도
5년 만에 고위급 외교·안보채널 복원

이재명 대통령은 20일 왕이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 겸 외교부장을 만나 "한중관계 및 한반도 문제에 대해 긴밀한 전략적 소통을 이어가 달라"고 당부했다. 정부는 중국 측에 북한의 핵·미사일 활동 '중단'에서 시작하는 단계적·실용적 비핵화 구상을 설명하고 건설적 협력을 요청했다. 반면 중국은 공식 발표에서 비핵화를 거론하지 않고 "미국이 대북 적대 정책을 포기해야 한다"며 한반도 긴장 해소의 책임을 미국으로 돌리는 모양새를 취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20일 청와대에서 왕이 중국공산당 중앙외사판공실 주임 겸 외교부장을 접견하고 있다. 2026.8.20 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20일 청와대에서 왕이 중국공산당 중앙외사판공실 주임 겸 외교부장을 접견하고 있다. 2026.8.20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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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北 단계적 비핵화' 설명…中은 '美 대북정책 변화' 우선


이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공식 방한 중인 왕 부장을 접견하고 조현 외교부 장관과 위성락 국가안보실장 등 우리 외교·안보 라인과 한반도 문제에 대해 긴밀히 소통해달라고 요청했다. 정부가 북미 간 신뢰 구축과 대화 재개를 위한 '페이스메이커'를 자임한 상황에서 중국의 역할을 끌어내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이런 주문은 이 대통령 접견 직후 이어진 위 실장과 왕 부장 간 회담에서 보다 구체화됐다. 위 실장은 이 대통령이 광복절 경축사에서 밝힌 한반도 평화공존 청사진과 함께 '중단'에서 시작하는 단계적·실용적 비핵화 접근을 설명하고 중국의 건설적인 협력을 요청했다. 청와대에 따르면 왕 부장은 "중국의 한반도 정책은 연속성과 안정성을 유지하고 있다"며 한반도 평화·안정을 위한 건설적 역할을 계속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고 한다.

다만 중국 측은 한반도 문제 해법과 관련해 다른 방점을 찍었다. 왕 부장은 "한반도 긴장 국면을 해결하는 근본적인 길은 문제 발생의 근원을 제거하고 미국이 대북 적대 정책을 포기하도록 하는 데 있다"고 밝혔다. 정부가 설명한 '단계적·실용적 비핵화' 내용도 담기지 않았다. 한중이 대화 재개와 평화·안정이라는 방향에는 공감했지만 한국은 북한의 핵·미사일 활동 중단과 비핵화 목표를, 중국은 미국의 대북정책 변화와 평화체제 구축을 각각 앞세운 셈이다.


이번 회담을 계기로 2021년 12월 이후 중단됐던 국가안보실장과 중국 중앙외사판공실 주임 간 전략대화도 약 5년 만에 복원됐다. 양측은 이 채널을 정례적으로 운영하기로 했으며 왕 부장은 위 실장을 중국으로 초청했다.

李 "한중 관계, 전면 복원 성과"…왕이 "韓 올바른 선택, 정상 궤도"


한중관계에 대해서는 양측 모두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해와 올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잇달아 만난 것을 거론하며 "'한중관계 전면 복원'이라는 확실한 성과를 만들어 가고 있다"고 말했다. 경제 분야에서는 특히 '수평적·호혜적 협력'을 강조했다.


이에 왕 부장은 이 대통령 취임 후 한국이 "올바른 선택을 해 한중관계를 정상 궤도로 되돌렸다"며 이재명 정부의 대(對)중국 정책을 "이성적이고 실용적이며 적극적"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중국을 포용하는 것은 미래를 포용하는 것이고, 중국과 동행하는 것은 기회와 동행하는 것"이라며 대중 우호 정책을 지속해달라고 요청했다고 한다.


왕이, 한중 FTA 2단계 조속 타결 촉구


왕 부장은 경제 분야에서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2단계 협상을 구체적으로 꺼냈다. 글로벌 경제의 파편화와 보호무역주의 확산을 거론하면서 "한중이 모범적 역할을 해 FTA 2단계 협상을 조속히 완료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FTA 2단계 협상은 상품 중심인 기존 한중 FTA의 협력 범위를 서비스·투자 분야로 확대하기 위한 후속 협상이다. 왕 부장의 조속 타결 요구는 중국 측 발표에 포함됐지만, 청와대가 공개한 대통령 접견 결과에는 담기지 않았다.


양국 관계의 다음 분수령은 오는 11월 중국 선전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다. 왕 부장은 지난해 경주 APEC을 개최한 한국이 선전 APEC의 성공을 지원해달라고 요청하고, 선전에서의 양국 고위급 교류 성과를 준비하겠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필요한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며 "양국 정상의 만남이 지난해 11월 경주, 올해 1월 베이징에 이어 11월 선전으로 이어지는 만큼 양국 국민의 삶에 기여할 수 있는 풍성한 성과를 함께 만들어 가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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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권 관계자는 "한중은 관계 복원과 대화 채널 정상화에는 속도를 내고 있지만 한반도 해법에서는 서로 다른 우선순위도 드러냈다"고 평가하면서 "11월 선전 APEC까지 상호 간극을 관리하면서 안보·통상 분야의 구체적인 성과를 만들어낼 수 있을지가 한중관계 '전면 복원'의 다음 시험대가 될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임철영 기자 cyl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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