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인 사망·도피해도 공소없이 수익 몰수·추징
상속·증여·헐값 양도 재산도 환수
헌정질서 파괴범죄 비자금 소급 적용
범죄자가 사망하거나 해외로 도피해 형사재판이 불가능하더라도 범죄수익을 몰수·추징할 수 있는 이른바 '독립몰수제'가 도입된다.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 일가의 비자금 의혹과 관련, 불법재산을 추적·환수할 수 있는 법적 기반이 마련됐다는 분석이다.
더불어민주당 박균택 의원(광주 광산갑)이 주도적으로 추진한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20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 개정안 핵심은 범인이 사망하거나 국외로 도피한 경우, 소재가 확인되지 않는 경우 등 공소 제기가 어려운 상황에서도 형사재판과 별도로 범죄수익을 몰수·추징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범인의 신원이 확인되지 않더라도 관련 범죄와 몰수 대상 재산이 특정되면 독립몰수가 가능하다.
현행법상 몰수는 원칙적으로 유죄판결에 부가해 선고되는 방식이어서 범죄자가 사망하거나 해외로 도피하면 범죄수익을 환수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특히 불법 재산이 가족이나 제3자에게 넘어간 경우 사실상 환수가 어려워 범죄수익이 대물림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개정법은 이 같은 사각지대를 막기 위해 범죄수익을 가족이나 제3자에게 상속·증여하거나 현저히 낮은 가격으로 넘긴 경우에도 몰수할 수 있도록 했다. 재산을 넘겨받은 사람이 범죄 관련성을 알지 못했더라도 무상 또는 헐값으로 취득했다면 해당 재산의 전부 또는 일부를 몰수할 수 있다.
독립몰수·추징 대상에는 보이스피싱과 인터넷 불법도박, 마약범죄를 비롯해 아동·청소년 성 착취물 관련 범죄와 디지털 성범죄 등도 포함됐다.
범죄수익 자체를 박탈해 범죄의 경제적 유인을 차단하겠다는 취지다.
특히 헌정질서 파괴범죄와 이를 통해 취득한 지위를 이용해 저지른 뇌물·횡령·배임 범죄의 수익은 공소시효가 지났더라도 몰수할 수 있도록 했다. 이 규정은 법 시행 이전에 발생한 범죄수익에도 적용된다.
이에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 일가를 둘러싼 비자금 의혹에 대한 환수 가능성에도 관심이 쏠린다.
최근 전두환 전 대통령의 손자 전우원 씨의 폭로와 노태우 전 대통령의 딸 노소영 씨의 이혼소송 과정에서 수백억 원대 비자금 의혹이 제기됐지만 기존 법체계에서는 공소시효와 당사자 사망 등의 문제로 환수가 쉽지 않았다.
이번 개정으로 헌정질서 파괴범죄에서 비롯된 것으로 확인되는 불법 재산을 추적해 환수할 수 있는 제도적 통로가 마련된 셈이다.
피해자 보호 장치도 강화됐다. 박 의원은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 과정에서 범죄피해재산에 해당하는 범죄수익을 단순히 국고에 귀속하는 데 그치지 않고 피해자에게 돌려줄 수 있도록 하는 근거를 추가로 반영했다.
박균택 의원은 "범죄자가 사망하거나 해외로 도피했다는 이유로 범죄수익 환수를 포기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며 "이번 개정안은 전두환·노태우 비자금 환수의 길을 여는 동시에 보이스피싱과 마약, 디지털 성범죄 등 중대한 민생범죄의 자금줄을 끊는 입법이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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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이번 개정법은 공포 후 1년이 지난 날부터 시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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