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데이터센터 심장은 가스 터빈
천연가스 수요도 곧 폭증 전망
"AI와 소비자 중 택해야 할 것"

편집자주AI, 반도체, 통신, 바이오에 이르기까지 우리 생활에 꼭 필요하지만 너무나 생소한 기술 이야기를 쉽게 풀어 전해 드립니다

"2028년에 천연가스가 부족해지고, 2030년에는 미국의 가스 저장고가 동날 수 있다."


미국 에너지 자원 분석가인 맷 스미스가 최근 유명 팟캐스트 '인베스트 라이크 더 베스트(Invest like the Best)'에 출연한 자리에서 한 말입니다. 수십년간 화석 연료 시장 동향을 분석한 그는 최근 전례 없는 천연가스 수요를 포착했다고 하는데요. 그 이유는 전 세계적인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열풍 탓입니다.

오늘날 데이터센터는 수많은 발전 설비 중 유독 가스 터빈과 궁합이 잘 맞습니다. 천연가스를 연료로 삼는 데이터센터가 늘면서, 오히려 일반인이 난방용으로 뗄 가스는 부족해지는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는 겁니다.


AI 열풍으로 美 천연가스 수요 치솟아


미국 최대 셰일오일 생산지인 텍사스의 시추 시설. 연합뉴스

미국 최대 셰일오일 생산지인 텍사스의 시추 시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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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대 천연가스 및 액화천연가스(LNG) 거래 시장인 미국 '헨리 허브' 기준, 천연가스 가격은 100만 BTU 당 2.7달러대에 머물러 있습니다. 이는 평년 수준에 비하면 매우 낮은 수준입니다. 하지만 스미스는 최근 천연가스 수요가 갑자기 치솟고 있으며, 오는 2028년 병목의 여파가 가격 상승으로 현실화할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천연가스 수요를 급증시킨 주범은 AI용 데이터센터입니다. 이는 지난 5월 국제에너지기구(IEA)가 보고서를 통해 이미 지적한 바 있습니다. IEA는 AI 데이터센터에 전력을 공급하기 위해 가스터빈 발전기가 급증하고 있으며, 이 때문에 미국의 올해 연간 화석 연료 발전 투자는 수십 년 만에 처음으로 중국을 추월할 수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오는 2028년까지 미국에 건설 예정된 데이터센터의 전력 소비량은 약 130~150기가와트(GW) 사이로 추정됩니다.


현재 데이터센터의 심장은 가스로 돌아가는 가스 터빈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에 탑재되는 미 GE사의 산업용 가스 터빈. CNBC 유튜브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에 탑재되는 미 GE사의 산업용 가스 터빈. CNBC 유튜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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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퓨터 칩, 그리고 칩을 식힐 냉방 장비로 가득한 데이터센터는 전기 먹는 하마로 익히 알려졌습니다. 최근 여러 AI 기업의 수장들도 AI 발전의 진짜 병목을 칩이 아닌 전력으로 꼽을 정도였으니까요. 하지만 데이터센터는 수많은 발전 설비 중에서도 유독 산업용 가스 터빈과 궁합이 좋습니다.


어째서일까요? 우선 데이터센터는 365일 24시간 내내 쉬지 않고 돌아가야 하기 때문입니다. 날씨에 따라 발전에 변동성이 생기는 재생 에너지는 자칫 위험할 수 있습니다. 반면 가스 터빈은 다른 발전 설비보다 출력이 훨씬 강하며, 발전량을 조절하기 용이합니다. 무엇보다도 가스터빈은 시동 후 출력을 내기까지 걸리는 시간, 즉 예열시간이 매우 짧습니다. 만일 전력망에 문제가 생겨 데이터센터가 단절됐을 경우, 즉시 예비 가스 터빈을 돌려 안정화할 수 있습니다.


두 번째로, 기가와트급 전력을 먹는 데이터센터까지 기존 송전·배전망을 확장하려면 시간이 오래 걸리기 때문입니다. 까다로운 규제 심사를 통과해야 하고, 주민 반대도 감수해야 하지요. 반면 가스 터빈은 상대적으로 배치가 간단한 편입니다.


실제 미국 테크 매체 '와이어드'에 따르면 최근 데이터센터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는 미 텍사스주는 오직 데이터센터에만 전력을 공급하는 '독립형 가스터빈 발전소' 시공을 허가하고 있습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창업자가 테네시주 멤피스에 짓고 있는 '콜로서스' AI 데이터센터는 무려 69개의 대형 가스 터빈을 배치한 '발전 단지'를 따로 건설해 122일 만에 완공하는 속도전을 보여주기도 했습니다.


"AI일지 전기 요금일지 택해야 할 것"


미국 루이지애나에 위치한 세계 최대 천연가스 거래소 헨리 허브의 저장고. CME 그룹 홈페이지

미국 루이지애나에 위치한 세계 최대 천연가스 거래소 헨리 허브의 저장고. CME 그룹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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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각에서는 데이터센터 전력 공급용으로 소형 모듈 원자로(SMR)를 제안하기도 하지만, SMR은 아직 일부 국가가 프로토타입만 겨우 운용해 본 신기술입니다. 지금의 AI 경쟁에서 데이터센터의 심장을 차지할 발전 설비는 가스 터빈이며, 이같은 추세는 적어도 2030년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만일 AI발 '가스 대란'이 현실화한다면, 연쇄 효과의 파장이 전 세계에 퍼질 위험이 있습니다. 미국은 세계 최대의 천연가스 소비국인 동시에 최대의 수출국이기도 하니까요. 헨리 허브의 천연가스 가격이 상승하면, 수출용 LNG 가격은 더 늘어나며 국제 연료 가격도 높아집니다. 이에 대해 스미스는 "결국 가장 큰 피해를 보는 쪽은 소비자가 될 것"이라며 "전기 요금이 실제로 올랐을 때 우리는 AI 컴퓨팅에 이를 사용할지, 혹은 가계 전기 요금을 유지하는 데 보탤지 택해야 한다. 어느 쪽이든 끔찍할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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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정치권에서도 AI발 에너지 수급난은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는 지난달 27일(현지시간) 이른바 '요금 납부자 보호 서약'을 공개했습니다. 이 서약은 AI 데이터센터로 인해 미국 가계의 전기 요금이 증가하지 않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로, 앞으로 초대형 데이터센터를 신설하는 빅테크는 자체 발전소에 투자해 직접 전력을 충당해야 합니다.


임주형 기자 skeppe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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