텔레그램 항로 지시…급여는 코인
다른 나라 원유 '블렌딩' 눈속임
中소형 정유사 티포트 100여곳

亞·중동 대행업체·중개상 등 동원
위장회사 계좌 활용해 대금 받아

편집자주전 세계 해상 원유 교역량의 약 34%를 차지하는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이 막히면서 유조선 통행량이 평시 대비 10% 수준까지 급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길어도 6주 안에 끝날 것이라고 장담했던 이란전쟁이 6개월째 접어든 결과다. 전쟁 초기 배럴당 200달러 선까지 치솟을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왔던 유가는 개전 이후 현재까지 70~120달러 선에서 등락하고 있다. 유가의 제한적 상승 원인으로는 '그림자함대(Shadow Fleet)'의 활약이 손꼽힌다. 이들은 국적이 불분명한 원유 밀수선단으로 '해적'이라고 불리기도 하는 무리다. 전문가들은 그림자함대가 단기적으로 유가 폭등을 막는 소방수 역할을 한다고 볼 수 있으나, 장기적으로는 악영향을 미치게 될 것으로 전망한다. 미국의 대이란 제재 효과를 떨어뜨리고, 이란 정권에 자금을 제공해 전쟁의 장기화에 중추적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지난달 미국이 이란을 상대로 한 대대적인 경제 제재를 발표하면서, 구체적인 대상으로 그림자함대를 꼽은 것도 같은 이유다. 아시아경제는 그림자함대의 실체와 미국의 제재의 실효성을 높일 수 있는 방안 등을 살펴봤다.

"솔직히 말하자면 나는 제재가 너무 좋다. 제재 덕분에 모두가 돈을 번다(I love sanction to be honest with you and the sanctions make everybody money).


지난 2024년 6월, 그림자함대를 운영해 이란산 원유를 중국에 불법 판매하고 거래대금 세탁에 관여한 혐의로 미 연방법원에서 징역 45개월을 선고받은 중국 국적의 전위(빌) 왕이 남긴 말이다. 그는 2019년부터 약 8개월간 이란산 원유의 출처를 숨기고 원유를 수송했다. 그와 공범인 대니얼 레이 레인 또한 "제재는 얼마든지 우회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미 연방검찰은 이들의 대화를 범행의 증거 중 하나로 제시한 바 있다.

지난 1월 7일 미 남부사령부가 해상 차단 작전을 통해 나포한 제재 대상 유조선 'M/T 소피아'호. 이번 작전은 베네수엘라산 원유 제재를 회피해 온 이른바 '그림자 선박'을 겨냥해 이뤄졌다. 미 남부사령부

지난 1월 7일 미 남부사령부가 해상 차단 작전을 통해 나포한 제재 대상 유조선 'M/T 소피아'호. 이번 작전은 베네수엘라산 원유 제재를 회피해 온 이른바 '그림자 선박'을 겨냥해 이뤄졌다. 미 남부사령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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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수십년간 지속된 미국의 이란 원유 수출 제재망이 속수무책으로 뚫린 배경에는 교묘한 수법과 공범들이 존재한다. 설계자들은 제재를 회피하기 위해 '초짜'들로 선단을 꾸렸다. 온라인 구인 광고를 보고 온 이들을 배에 태웠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지난 5월 러시아와 이란, 베네수엘라를 오가며 활동한 그림자함대 선박 벨라1호의 선원들과 한 인터뷰를 통해 정상적인 선사에서는 맡기 힘든 어려운 상위 직책을 그림자함대 선단에서는 상대적으로 쉽게 얻을 수 있다는 점이 선원들을 끌어들였다고 전했다.


몰도바에 본사를 둔 한 벨라1호의 선원 관리업체는 급여를 가상자산으로 지급하겠다고 제안했고, 텔레그램의 익명 계정을 통해 선장과 선원들에게 항로를 지시했다. 승선한 이들 중 대다수가 배가 어디로 향하는지 모르거나 잘못 알고 있었고 여러모로 수상한 정황도 많았다. 그럼에도 이들 중 일부는 제재 대상 선박이라는 사실을 확인하고도 "먹고 살기 위해" 승선했다.

제재 회피 위해 원산지 조작…中 티팟 정유사로 최종공급 

[두 얼굴의 그림자함대]②"제재는 돈이 된다"…'이라크산 100%' 원산지 위조 원본보기 아이콘

이렇게 모집한 이들로 배를 몰려 원산지 조작에 나섰다. 재제 회피를 위한 첫 번째 작업이다. 미 재무부 산하 해외자산통제국(OFAC)과 핵무기반대이란연합(UANI)에 따르면, 이란 현지에서 구매된 원유는 대체로 '말레이시아산 혼합유'로 원산지가 위조돼 판매됐다.


단순히 서류를 위조하는 데 그치지 않았다. 이란산 원유를 다른 원유와 섞거나 서류를 위조해 원산지를 바꿔버리는 일명 '블렌딩(Blending)' 작업을 거쳤다. 서로 다른 지역의 원두를 혼합해 만드는 커피 블렌딩과 똑같은 원리다. 이라크계 영국 사업가 살림 아흐메드 사이드는 2020년부터 이라크 코르 알주바이르의 저장탱크에서 이란산 원유와 이라크산 원유를 섞어 '100% 이라크산 원유'로 포장해 서방의 구매자들에게 판매하다가 미 당국에 적발됐다.


'거짓 꼬리표'를 달고 신분 세탁된 원유 중 일부는 서방으로 흘러갔으나 대부분은 중국의 소형 독립계 정유사인 일명 '티포트(Teapot) 정유사'에 최종 공급됐다. 이란 석유 수출량의 90% 이상은 중국으로 향한다고 FT는 전했다. 이들은 미국의 제재에도 큰 폭의 할인을 받기 위해 이란산 원유를 구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현재 중국에는 100개가 넘는 티포트 정유사가 있다. 이들은 미국 제재를 우회하는 중국의 핵심 수단으로 자리 잡았다. 미 재무부는 지난 5월 헝리석유화학 계열사들을 제재 대상에 올리며 티포트 정유사로 지목했다. 그러나 중국 외교부는 이를 '미국의 일방적 제재'로 규정한 후 "국제법상 근거가 없다"며 범죄 행위 일체를 인정하지 않았다. 중국 정부는 공식적으로 이란선 원유를 전혀 수입하지 않고 있다는 입장이다. 

亞·중동 일대 조력자들 동원…조직적 은폐

[두 얼굴의 그림자함대]②"제재는 돈이 된다"…'이라크산 100%' 원산지 위조 원본보기 아이콘

그림자함대와 티포트 정유사 간 거래대금은 미국의 금융 거래제재를 회피하기 위해 복잡한 과정을 거쳐 전달됐다. 아시아와 중동 일대 현지 대행업체, 중개상 등을 촘촘히 활용한 것이다. 위장회사 명의의 계좌를 통해 대금을 수취하는 등 제재 회피를 위한 핵심 역할을 수행했다. 위장회사는 단순히 명의를 대여해주는 수준에 그치지 않고 거래 전반을 지원하는 역할을 맡았다. 이란군 연계 기업 세페르 에너지 자한 나마 파르스가 이 같은 방법을 통해 거래자금을 세탁했다. 미 재무부는 이 회사가 홍콩에 설립된 여러 위장회사와 협력해 이란산 원유를 여러 차례 중국으로 운송했으며, 중국 내 육상 저장시설 관리까지 담당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이란 측은 이들 위장회사 명의의 은행 계좌를 이용해 원유 판매 대금을 수취하고 외화를 확보했다. 제재 대상인 이란 기업 대신 제3국 법인이 거래 주체로 나서면서 금융기관의 감시망을 피해간 것이다. 여기에 현지 조력자들도 동원됐다. 위장회사들은 선박 접안과 하역 작업을 지원하는 현지 대행업체와 협력해 원유 하역을 지원했고, 이후 중국 내 운송과 저장 서비스까지 연계하며 공급망 전반을 관리했다.


이들은 아시아 지역에 기반을 둔 중개업체들도 적극 활용했다고 밝혔다. 이들 업체는 사업 목적이 모호하거나 일반적인 회사 형태를 띠고 이란 원유 판매자와 중국 티포트 정유사 사이에서 거래를 연결하는 중간 브로커 역할을 수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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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재무부는 이런 거래 구조가 금융기관 입장에서는 일반적인 무역 거래처럼 보일 수 있다고 금융회사들에 경고한다. 중국 독립계 정유사와 연관된 거래는 물론 홍콩과 말레이시아 등에 설립된 위장회사를 통한 결제에도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란산 석유를 거래, 운송, 금융 결제하거나 관련 위장 기업 거래한 기업은 미국 연방법원의 기소 대상이 된다. 위반 조치가 적발되면 미국 내 자산이 동결되며 미 금융망에서 차단되는 2차 제재를 받게 된다. 


차민영 기자 blooming@asiae.co.kr
기자가 작성하고 AI가 부분 보조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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