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얼굴의 그림자함대]①"물밑서 원유 공급망 지탱하지만…더 큰 안전비용 초래"
2019년 수십척 규모서 2000척까지 급증
美 제재 다양하게 회피…"국제공조가 필수"
"이란산 원유 및 석유제품을 불법 운반하는 선박을 운영 중인 시프라해운회사, 비엔나해운주식회사, 리케자 그룹, 릴리문 내비게이션, 에스타니카 트레이딩 등 기업과 소속 선박들을 겨냥해 제재 결정을 내렸다."
미국 재무부은 지난달 24일 이란을 향한 강력한 경제 제재에 나서면서 이같이 밝혔다. 일명 '해적'으로 불리는 그림자함대를 겨냥해 대대적인 제재에 나선다고 선언한 것이다.
미 대이란제재 핵심으로 떠오른 그림자함대…최대 2000척까지 확대
미국의 대이란제재 감시단체인 '핵무기반대이란연합(UANI)'의 대니얼 로스 연구책임자(연구소장)는 아시아경제와의 인터뷰를 통해 "그림자함대는 2019년 수십 척이 중동 일대에서 활동하는 것이 처음 감지되기 시작한 이후 현재는 수백 척이 활동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며 "일반적으로 선적을 위조문서를 통해 속여서 올리거나 추적이 불가능하도록 선박자동식별장치(AIS)를 끈 상태에서 항해하기에 어둠함대(Dark Fleet), 유령함대(Ghost Armada) 등으로도 불린다"고 설명했다.
그림자함대는 이란이 2019년 전후 처음 조직한 것으로 알려졌다. UANI에서는 불법 밀수 원유들의 최종 종착지인 중국으로의 수송을 위해 중동부터 동아시아 해역까지 복잡한 네트워크가 구축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로스 소장은 "페르시아만과 아랍에미리트(UAE) 해안에서 시작해 인도양, 말라카해협을 거쳐 남중국해까지 그림자함대 네트워크가 연계돼 있다"며 "특히 UAE와 말라카해협, 말레이시아 지역은 해상 교통량이 많고 전략적 위치에 있으며, 선박 간에 비밀스러운 환적을 하기 좋은 해상 정박지가 많다는 점에서 이 네트워크의 핵심 지역들"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그림자함대의 수는 최대 2000척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해양정보업체 탱커트래커스를 인용해 "서방세계로부터 제재받는 그림자함대 선박만 1482척에 달하며, 허위 국적으로 운항하는 선박까지 포함하면 전 세계 그림자함대 규모가 2000척을 넘어설 것"이라고 전했다.
"그림자함대가 유가 상단은 제한…장기화되면 유가 불안요소될 것"
일각에서는 그림자함대 활동으로 원유 공급망이 유지되고 있으며 국제유가가 배럴당 200달러 이상 가지 않도록 상단을 제한하고 있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그림자함대를 비롯한 우회 원유 공급망이 이란산 원유를 비롯해 중동 원유를 계속 시장에 공급하면서 공급 충격을 일부 완화했다"며 "이란 전쟁 초반 유가시장에서 거론됐던 배럴당 150~200달러 수준의 폭등은 나타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실제 국제유가는 70~120달러 선에서 등락하고 있다. CNBC에 따르면 2022년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직후 국제유가 벤치마킹 원유인 브렌트유는 장중 배럴당 139달러 선까지 치솟은 바 있다. 반면 올해 2월 말 이후 이란전쟁 기간에 브렌트유 최고가는 장중 126.41달러, 종가로는 118.35달러에 그쳤다.
하지만 그림자함대 활동이 장기화되면 결국 시장 투명성과 신뢰도가 약화하고 안전 위험성이 커지면서 유가가 더 불안정해질 위험성이 있다. 로스 소장은 "현재 국제유가에는 이란의 공격을 받을 수 있다는 일종의 위험가격인 '이란 테러 프리미엄(Iran terror premium)'이 반영돼있는데 그림자함대는 이런 상황에서 시장에 계속 원유를 공급하는 역할을 하면서 가격상승 압력을 단기적으로 완화시키고 있다"며 "하지만 그 대가는 미국과 서방의 대이란제재 실효성을 약화시키고 적대적인 이란 정권에 자금을 제공해 시장의 신뢰를 훼손하는 것"이라며 "결국 중동산 원유 수송의 안전 위험성을 크게 높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림자함대 제재 회피 방식 정교해져"…제재 한계 우려
그림자함대는 미국의 제재 속에서도 기존보다 더 정교한 방식으로 운영되며 제재를 회피하고 있다. 로스 소장은 "그림자함대는 과거에는 이란 국영선사인 이란국영유조선회사(NITC)와 이란국영해운회사(IRISL) 등이 운영해 제재와 대상확인이 쉬운 편이었지만, 최근에는 러시아·중국 해운사들과 연계되며 매우 복잡한 네트워크를 구축했다"며 "주로 중국의 금융기관들과 제3국의 선박 등록국(flag registry)·선급(classification society) 등 일반적으로 신뢰받는 해운 서비스 제공업체들까지 페이퍼컴퍼니를 통해 연계해 거래를 은폐하면서 제재가 매우 어려워졌다"고 설명했다.
제재 대상에 올린 선박이라 해도 제재 회피 및 항해 수법이 다양해지면서 추적이 힘들어지고 있다. 로스 소장에 따르면 그림자함대는 ▲운항 중 국적을 계속 변경하는 '플래그 호핑(flag-hopping)' ▲선박 국적을 제3국 국적으로 신고하는 '편의치적국(flag of convenience)' 등록 ▲선박자동식별장치(AIS) 신호조작 및 파단 ▲운항 중 선박 외형변경 ▲배 이름 및 선박 선원들의 신원 변경 ▲선박 간 환적(STS) 등 다양한 방식의 수법을 활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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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다 보니 미국 주도의 제재로만으로 그림자함대를 막는 것은 힘든 상황이다. 로스 소장은 "그림자함대 제재를 완벽히 해내려면 이란과 연계된 해운사뿐만 아니라 함대에 보험이나 금융 서비스를 지원하는 중국 은행들에 대한 세컨더리 보이콧을 대폭 확대해야 한다"며 "미국뿐만 아니라 서방과 동아시아 동맹국들까지 모두 나서서 위성·해상 감시, 정보공유 등에 공조해야 제재 효과를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유현석 기자 guspower@asiae.co.kr
차민영 기자 bloomi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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