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앞두고 민생지원금 푸는 지자체들
지역상품권 등으로 지급…소비 촉진 유도
의회서 제동된 곳도…지역별 형평성 논란
추석 명절을 앞두고 전국 지방자치단체들이 주민 1인당 최대 50만원에 달하는 민생지원금을 잇달아 편성하며 지역 경기 살리기에 나서고 있다. 고유가와 장기화된 경기 침체로 가중된 주민들의 생활비 부담을 완화하고 명절 대목을 맞아 지역 내 소비를 활성화하겠다는 취지다.
다만 중앙정부가 전 국민을 대상으로 일괄 지급하는 방식과 달리 지자체가 자체 재원으로 추진하는 만큼 지역별 지원 규모와 지급 시점, 대상이 제각각이다. 같은 광역지자체 안에서도 기초단체별로 지급 여부가 엇갈리고, 재정 여건이나 지방의회 동의 여부에 따라 계획이 무산되거나 늦어지는 등 지역 주민 사이에서는 형평성 논란도 커지고 있다.
1인당 10만∼50만원…지역사랑상품권 등으로 지급
20일 각 지자체에 따르면 현재 구체적인 지급 계획을 확정한 지역 가운데 지원액이 가장 큰 곳은 경남 의령군과 전남 함평군이다. 두 지역 모두 주민 1인당 50만원을 지급한다.
함평군은 다음 달 7일부터 전체 군민 약 2만9000명을 대상으로 지원금을 지급할 예정이다. 지급 방식은 선불카드다. 의령군 역시 전 군민에게 1인당 50만원의 민생안정지원금을 지급하기로 하고 관련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경남 통영시는 오는 31일부터 1인당 35만원의 '통영형 민생회복지원금' 신청을 받는다. 통영시는 당초 지난 6월 1인당 33만원 지급을 추진했지만 지방선거를 앞두고 논란이 일면서 무산됐다. 이후 민선 9기 출범과 함께 지급을 다시 추진했고, 시의회 협의를 거쳐 지원액을 35만원으로 올렸다.
전남에서도 추석 전 지원금을 지급하는 지자체가 잇따르고 있다. 광주·전남 지역 27개 시·군·구 가운데 8곳이 민생지원금 지급을 검토하고 있으며, 이 중 함평군을 포함한 5개 지자체는 추석 연휴 전에 지급할 계획이다.
고흥군과 장흥군은 군민에게 각각 1인당 30만원을 지역사랑상품권으로 지급한다. 나주시는 20만원 상당의 나주사랑상품권을 지급하고, 영암군은 1인당 10만원을 지원할 예정이다.
전북에서도 부안군과 고창군, 완주군이 각각 1인당 30만원을 지급한다. 부안군은 모든 군민에게 지역 내에서만 사용할 수 있는 선불카드 형태로 지원금을 제공한다. 고창군은 추석을 앞두고 1인당 30만원의 군민활력지원금을 지급하며, 완주군도 약 10만5000명의 군민에게 추석 전 30만원씩 지급할 방침이다.
경북에서는 울진군이 추석 전까지 전 군민에게 30만원씩 울진사랑카드로 지원한다. 필요한 재원 142억원은 교통교부세 추가 확보와 지방소득세 증가 등으로 마련한다.
문경시는 시민 1인당 25만원의 고유가 위기 대응 지원금을 선불카드로 지급한다. 올해 말까지 지역 내 연 매출 30억원 이하 소상공인 매장에서 사용할 수 있으며, 주유소는 매출 규모와 관계없이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충북 영동군도 1인당 30만원의 2차 민생안정지원금을 지역 상품권으로 지급한다. 지난 17일부터 신청을 받고 있으며, 오는 9월 1일부터 순차적으로 지급한다. 영동군은 앞서 올해 1월에도 주민들에게 1인당 50만원의 1차 민생안정지원금을 지급한 바 있다.
반면 경기도와 인천시, 부산시, 제주도 등은 현재 추석을 전후한 별도의 민생지원금 지급 계획이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지역 소비 늘리고 생활 부담 덜고
지자체들이 민생지원금 지급에 나서는 가장 큰 이유는 주민들의 가계 부담을 낮추는 동시에 지역 내 소비를 유도하기 위해서다. 특히 현금 대신 지역사랑상품권이나 선불카드 형태로 지급하는 사례가 많다. 지원금이 해당 지역에서만 사용되도록 해 대형 온라인 플랫폼이나 외부 지역으로 소비가 빠져나가는 것을 막고, 전통시장과 소상공인 매출을 늘리겠다는 취지다.
고유가와 경기 부진이 장기화하면서 체감경기가 위축된 상황에서 지원금이 단기간에 소비를 끌어올리는 효과를 낼 수 있다는 판단도 깔려 있다. 다만 일회성 지원인 만큼 지역경제의 구조적인 회복보다는 단기적인 소비 진작책에 가깝다는 평가도 나온다.
강릉·당진 등 의회서 '제동'…지역별 형평성 논란 일기도
모든 지역에서 지원금 지급이 순조롭게 진행되는 것은 아니다. 지방의회의 동의를 얻지 못해 계획 자체가 무산된 사례도 있다. 강원 강릉시는 시민 1인당 10만원을 강릉페이로 지급하는 방안을 추진했지만, 강릉시의회에서 관련 조례안이 부결됐다. 지난달 31일 국민의힘 소속 시의원들의 반대로 원안과 수정안이 모두 통과되지 못했다.
국민의힘 강릉시의원들은 "이번 조례안은 명확한 기준과 절차 없이 막대한 시민의 혈세를 집행할 수 있도록 하는 주먹구구식 행정"이라며 "불완전한 조례안에 부결 의견을 제시하는 것이 시민에 대한 도리라고 판단했다"는 입장이다.
충남 당진시도 상황은 비슷하다. 당진시는 추석 전 시민 1인당 30만원씩 총 530억원을 투입하는 '경제회복지원금'을 추진했지만 시의회에서 제동이 걸렸다. 당진시의회는 지난 11일 관련 조례안을 표결했는데 더불어민주당 의원 7명이 모두 찬성하고 국민의힘 의원 7명이 모두 반대하면서 가부동수로 부결됐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지역 경제지표가 전 시민에게 지원금을 지급해야 할 정도로 악화한 상황은 아니며, 530억원 전액을 시비로 부담하는 것도 재정에 부담이 된다고 주장했다. 이에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해당 공약이 지방선거 당시 국민의힘 후보도 제시했던 내용이라며 "명분 없는 시정 발목잡기"라고 반발했다.
지급을 검토했지만 재원이나 조례 문제로 시기를 확정하지 못한 지자체도 있다. 전남 장성군은 모든 군민에게 1인당 60만원을 지급하겠다는 계획을 밝혔지만 아직 구체적인 지급 시기를 정하지 못했다. 2028년부터 2년에 걸쳐 나눠 지급하는 방안까지 검토하고 있다.
무안군은 1인당 10만원 지급을 추진했으나 관련 조례가 마련되지 않아 별도 조례를 제정한 뒤 올해 연말께 지급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광양시는 1인당 30만원 지급을 공약했지만 재정 여건을 고려해 지출 구조조정에 들어가면서 사업 추진 여부를 다시 검토하고 있다. 재원 상황에 따라 단계적으로 시행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경남 창원시 역시 민생지원금 지급을 검토하고 있지만 인구가 약 100만명에 달하는 만큼 전체 지급에 필요한 재원과 지원 대상, 지급 규모 등을 확정하는 데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문제는 같은 광역지자체에 속해 있어도 어느 기초단체에 거주하느냐에 따라 지원 여부가 달라진다는 점이다. 실제 지급이 확정된 지역과 지급 계획이 없는 지역이 맞닿아 있는 경우 주민들 사이에서 "왜 우리는 받지 못하느냐"는 불만이 나올 수밖에 없는 구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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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자체 입장에서는 지역별 재정 상황과 경기 여건을 고려한 정책이라는 설명이 가능하지만, 주민 입장에서는 거주 지역에 따라 동일한 성격의 지원금을 받지 못하는 만큼 형평성 논란이 불거질 여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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