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개발 예산 109억→21억원…내년 80.4% 삭감
동해가스전, 당장은 기존 자료 분석 단계
BP와 공동개발로 비용·위험 분담

정부가 내년도 유전개발사업출자 예산을 올해보다 80% 이상 삭감하지만 동해 심해 가스전 개발사업은 당분간 큰 영향을 받지 않을 전망이다. 경제성이 부족하다는 결론이 난 '대왕고래'에 대한 추가 재정 투입은 중단됐지만, 나머지 유망구조는 글로벌 에너지 기업 브리티시페트롤리엄(BP)의 투자를 받아 공동개발하는 방식으로 사업을 이어가고 있어서다. 당장은 대규모 비용이 필요한 탐사시추가 아닌 기존 자료를 재분석하는 단계인 만큼 정부 출자예산 축소가 곧바로 사업 중단으로 이어지는 상황은 아니다.


20일 정부에 따르면 내년도 유전개발사업출자 예산으로 편성할 예정인 금액은 21억3900만원이다. 올해 109억2200만원보다 80.4% 줄어든 규모다. 정부가 신규 유전개발에 대한 직접적인 재정 투입을 줄이는 가운데 석유공사는 동해 심해 가스전의 나머지 유망구조에 대해서는 해외 투자유치를 통한 공동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BP와 두 달째 협상…지분·시추 조건 조율

현재 사업은 대규모 자금이 필요한 탐사시추 이전 단계다. 석유공사가 확보한 탄성파 자료 등 기존 탐사자료를 BP가 자체 기술과 관점으로 다시 분석해 시추할 만한 유망구조를 선별하는 작업이 우선 진행된다. 이미 확보된 자료를 활용하는 만큼 당장 대규모 신규 투자가 필요한 상황은 아니다.


통상 유전개발은 탐사자료 분석과 유망구조 도출, 탐사시추, 상업성 평가를 거쳐 개발·생산으로 이어진다. 막대한 비용이 발생하는 것은 해상 시추선 등을 동원하는 탐사시추 단계부터다. BP와의 사업 역시 기존 자료를 검토해 새로운 유망구조를 도출하고 실제 시추 여부를 결정하는 절차가 남아 있다. 석유공사 관계자는 "초기에는 시추에 들어가는 단계가 아니기 때문에 거의 돈이 들어가지 않는다"며 "내년도 예산이 삭감되더라도 사업적인 영향은 없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석유공사와 BP는 동해 심해 가스전 공동개발을 위한 세부 조건을 놓고 협상을 이어가고 있다. BP는 지난 6월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으며 이후 정부와 석유공사 등이 BP 측과 계약 조건을 조율하고 있다. 협상이 두 달 넘게 이어지고 있지만 차질이나 중단은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석유공사 관계자는 "워낙 중요한 협상이다 보니 검토해야 할 사항이 많다"며 "현재 원만하게 협상이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협상에서는 BP의 지분과 투자비 분담뿐 아니라 사업 운영권과 의사결정 구조, 연차별 탐사 물량, 향후 시추 의무 등이 폭넓게 다뤄지는 것으로 전해졌다. 유전개발은 계약 이후 장기간에 걸쳐 막대한 자금이 투입되는 사업인 만큼 초기 계약을 어떻게 설계하느냐에 따라 양측의 비용 부담과 향후 수익 배분이 달라질 수 있다.


'대왕고래' 굶어도 동해가스전은 투자 순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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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0억원 들인 대왕고래 실패…이번엔 BP와 위험 분담

이번 사업은 석유공사가 사실상 위험을 떠안았던 대왕고래 첫 탐사시추와 사업 구조가 다르다. 대왕고래는 윤석열 정부가 2024년 6월 발표한 동해 심해 가스전 개발사업의 7개 유망구조 가운데 첫 탐사시추 대상으로 선정됐다. 정부는 당시 동해 심해에 최대 140억배럴 규모의 석유·가스가 부존할 가능성이 있다고 발표했다.


같은 해 12월 탐사시추에 들어갔지만 정부 재정은 투입되지 못했다. 당초 정부와 석유공사가 시추 비용을 절반씩 부담할 계획이었으나 국회 예산심의 과정에서 대왕고래 관련 정부 출자예산 497억원이 전액 삭감됐다. 결국 1200억원 안팎에 달한 첫 시추 비용은 사실상 석유공사가 자체 재원으로 부담했다.


결과도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일부 가스 징후가 확인됐지만 경제성을 확보할 수준에는 미달했고 이후 정밀 분석에서도 상업개발이 어렵다는 결론이 내려졌다. 이에 대왕고래 구조 자체에 대한 추가 탐사는 중단됐다. 다만 시추 과정에서 확보한 지질·시료 등 탐사 데이터는 다른 유망구조를 평가하는 데 활용되고 있다.


이번에는 BP를 사업 파트너로 끌어들여 위험과 비용을 분담하는 방식이다. 특히 초기 단계에서는 BP가 투자비를 부담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어 정부와 석유공사의 재정 부담을 낮출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석유공사가 기존 탐사자료와 연구 결과를 제공하고 BP가 이를 다시 분석하는 만큼 양측이 각자의 자산과 기술을 활용해 사업 가능성을 다시 판단하는 구조다.


다만 유망구조가 도출돼 실제 탐사시추 단계로 넘어가면 비용 문제가 다시 부상한다. BP가 시추비 전액을 부담할지, 석유공사와 지분에 따라 나눌지 등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시추를 의무 작업으로 계약에 포함할지 여부도 협상 대상이다. 대왕고래 사례처럼 탐사시추 한 번에 1000억원을 웃도는 비용이 들어갈 수 있는 만큼 향후 시추 단계에서의 비용 분담 구조가 사업의 주요 변수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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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유공사 관계자는 "예산 삭감 때문에 BP와의 협상에 이슈가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면서 "우선 기존 자료에 대한 분석을 거쳐 유망구조를 다시 평가하고, 이후 시추 여부와 비용 분담 등은 BP와 협의를 통해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강나훔 기자 nahu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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